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아랍을 영화로 만나는 국내 유일의 아랍영화제(ARAB Film Festival)가 내달 5일 개막한다.
올해로 8회를 맞이한 아랍영화제가 오는 6월 5일(수)부터 9일(일)까지 개최 예정인 가운데 개막작으로 수다드 카아단 감독의 <그림자가 사라진 날>을 선정, 이를 포함한 총 10편의 상영작을 공개했다.
개막작인 <그림자가 사라진 날>은 아들에게 줄 따뜻한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필요한 가스 한 통을 찾아 떠나는 한 어머니의 여정을 따라가는 일종의 로드무비로, 전쟁의 참상이 일상의 삶을 어떻게 압도하는가를 보여준다. 2018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신인 감독상에 해당하는 미래의 사자상을 수상한 수다드 카아단 감독이 무려 7년 동안 기획한 첫 장편 영화인만큼 동시대의 현실을 섬세한 시선으로 담아낸 수작이다.
이어 동시대 아랍영화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아라비안 웨이브’ 섹션을 통해 총 6편의 영화들이 관객들을 만난다. 마흐무드 샙백의 신작 <아므라와 두 번째 결혼>은 일부다처제의 남아선호 사상을 비트는 블랙 코미디가 관객들에게 신선한 울림을 선사할 예정이다. 혼전 관계를 죄악시하는 사회의 시선으로 인해 고뇌하는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소피아>, 저소득층의 상호부조 시스템을 통한 연대 및 여성 거세의 문제를 다룬 <계하는 여자들>, 첫사랑의 수줍은 감정을 아름다운 풍광 속에 서정적으로 형상화한 <야라>, 나병 환자와 고아라는 사회적 약자들이 함께 걷는 로드무비 <요메드딘>, 유럽 노동자와 아랍 사회 노동자 간의 연결 고리를 유머러스하게 드러내는 <북풍>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개성이 돋보이는 다양한 작품들이 소개된다.
‘포커스 2019 : 카메라, 역사의 트라우마와 치유의 희망을 품다’ 섹션을 통해 총 3편의 영화들 역시 아랍영화계의 화제작들로 준비된다. 모하메드 벤 아티아 감독의 <디어 썬>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IS(이슬람 국가 Islamic State)에 가담하기 위해 몰래 떠나버린 아들로 인해 상실감에 젖은 부모를 다룬 이야기로 사회적 윤리와 부모로서 겪는 괴리감을 담아내 관객들을 매료 시킬 전망이다. 또한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된 다큐멘터리 <지워진 자들의 흔적>이 상영될 예정으로, 레바논 내전 당시 일어났던 대학살의 실종자들을 공공의 망각에서 공적 기억을 복원시키려 노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외에도 이스라엘에서 15년 형기를 마친 후 출소한 한 팔레스타인이 겪는 트라우마와 새로운 팔레스타인의 현실에 적응하고자 하는 노력을 그린 <스크루드라이버>도 소개된다.
한국 관객들이 접하기 어려웠던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모로코, 튀니지 등 다양한 아랍국가의 영화를 소개해 아랍영화계의 새로운 목소리를 만날 수 있는 제8회 아랍영화제. 올해 영화제는 특히 다양한 장르적 시도를 통해 난민, 젠더, 청년, 노동문제 등 아랍사회의 첨예한 이슈를 풀어낸 작품들이 대거 소개될 예정으로 오는 6월 5일부터 6월 9일까지 5일간 서울 아트하우스 모모,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동시에 열린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