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박훈정 감독의 <신세계> 등 한국영화의 신기원을 이룬 명장면을 카메라에 담아낸 충무로 특급 촬영감독 정정훈은 <스토커>를 시작으로 할리우드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것>, <라스트 나잇 인 소호>, <언차티드> 등에 이은 그의 최신작은 티모시 샬라메가 주연을 맡은 영화 <웡카>이다. <웡카>는 영국 작가 로알드 달의 베스트셀러 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기반으로 만든 작품이다. <웡카> 한국개봉에 앞서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미국에서 작품 준비 중인 관계로 지난 23일 오전, 화상인터뷰로 진행되었다.
Q. 많은 영화팬들은 팀 버튼 감독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의 화려한 영상을 기대하며 <웡카>를 볼 것 같다. 폴 킹 감독과는 비주얼한 면에서 이야기를 나눈 것이 있는지.
▶정정훈 촬영감독: “우선 이 영화는 팀 버턴 감독의 <찰리와 초콜릿공장>과는 상관이 없다. 그것의 연장선도 아니고, 프리퀄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영화와 칼라를 비교한 적은 없었다. 그 작품이 비주얼이 너무 강조되었다면, 이번 작품은 이야기에 비주얼이 잘 녹아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폴 킹 감독과는 주로 그런 이야기를 나눈 것 같다.”
Q. 할리우드에 진출하여 이제 기반을 잡은 것 같다. 배우들과의 소통과정에서 차이가 있다면.
▶정정훈 촬영감독: “스케일 빼고는 세계 어느 곳에서 찍더라도 영화작업은 비슷한 것 같다. 배우들과는 소통이 잘 되었다. 고맙게도 배우들이 제 촬영을 더 신경 써서 봐주는 것 같다. 제가 뭘 할 때 호기심을 갖고 봐주셔서 고마웠다.”
Q. 작년에 <올드보이> 공개 20주년이 되었다. 영화감독뿐만 아니라 이제 촬영을 꿈꾸는 학생이 많다. 그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정정훈 촬영감독: “꼭 촬영감독이 아니더라도, 폭 넓게 공부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본인이 생각하는 꿈이 있다면, 무모한 꿈이란 것은 없으니 일단 시도해 보기 바란다. 그리고 저처럼 언어 때문에 고생하지 마시고,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려면 틈틈이 언어에도 신경 쓴다면 수월하게, 편하게 일하지 않을까.”
Q. <웡카>의 촬영감독을 맡긴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정정훈 촬영감독: “그동안 다양한 작품을 했었다. 어두운 작품도, 밝은 작품도. 그래서 저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Q. 이전 작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게 있는지.
▶정정훈 촬영감독: “로알드 달 작품을 좋아한다. 진 와일드가 출연한 것도. 전작에서 영감을 얻은 것은 없다. 원작과 함께 참고만 했다. 서로 매치되거나 연관성이 있는 작품이 아니다. 우리 <웡카>는 밝은 영화이다.”
Q. <웡카>는 뮤지컬 영화로 영상미가 화려하다. 중점을 둔 부분은?
▶정정훈 촬영감독: “영화가 가진 특성상 화려한 조명도 있고, 판타지 요소도 있다. 이것들을 어떻게 적절히 밸런스를 맞혀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을지, 이야기에 걸맞게 동화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눈에 띄게 영상미를 살리는 것보다는 좀 더 사실적으로 찍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전작과 비교하자면 모든 것이 망라되어있다. 드라마, 춤, 노래가 있다. 그게 다함께 어우러져있다.”
Q. 촬영할 때 힘들었던 장면은.
▶정정훈 촬영감독: "세트를 지었고, 오래된 로케이션 찾아갔다. 세인트폴 성당은 옥스퍼드 지역에 있다. 날씨 때문에 촬영이 힘들었다. 영국의 날씨는 변화무상하다. 비가 엄청 내렸다가 어느 순간 해가 쨍쨍 나기도 한다. 보시면 알 것이다. 제가 날씨를 어떻게 조율을 못하니. 어떻게 하면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을까 연구를 많이 했다. 야외촬영이 많았고, 날씨와의 싸움이 힘들었다.“
Q. 세계로 진출한 한국영화촬영감독이라는 평가에 대해서.
▶정정훈 촬영감독: ”‘한국인’ 촬영감독이라는 이야기는 그다지 반갑지 않다. ‘촬영감독’으로서 영화에 참여해서 평가받는 게 좋았다. 이번에는 촬영감독의 능력에 대해 순수하게 평가해주는 것 같아서 좋았다. 모나지 않게, 미술, 의상, 분장 등 다른 분야랑 잘 어우러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좋았다.“
Q. 폴 킹 감독과 작품에 대한 컨셉은 통했나?
▶정정훈 촬영감독: "폴 킹과의 소통은 전혀 어렵지 않았다. 작품에 대한 생각들이 많은 부분 일치했다. 그래서 작품을 두고 조율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 않아서 좋았다. 폴 킹 감독이 ‘이런 걸 원해’라고 할 때 ‘이런 건 어때?’, ‘좋아!’ 식으로 진행되었다. 현장에서 아이디어 내고, 재밌게 끝마칠 수 있었다. 둘의 조합은 잘 맞았다.”
Q. 정 감독이 생각하는 명장면은 어느 부분인가.
▶정정훈 촬영감독: “웡카가 자신의 가게를 오픈하고 펼쳐지는 장면. 그 안에는 희노애락이 다 있어서 그 신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특히 초콜릿 가게 오픈 하기 전에 웡카의 측면 샷이 있는데 완전히 검은 상태에서 티모시 살라메의 얼굴 윤곽만 보이는 장면이다. 그게 제일 좋았다. 그걸 찍을 때 후반작업에서 인위적으로 만들기보다는 현장에서 카메라에 담겨지기를 원했다. 라이트를 조금씩 돌려가며 티모시 살라메의 윤곽을 만들어낸 게 기억에 많이 남는다.”
Q. 티모시 샬라메의 웡카를 어떻게 보여주고 싶었나.
▶정정훈 촬영감독: "웡카는 다른 영화에서는 기괴하게 그린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 웡카는 나이자, 주변의 친구이자, 가족으로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모든 감정들이 관객들하고 자연스럽게 접속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런 부분에 중점을 두었다.“
Q. 뮤지컬 영화에서의 티모시 샬라메는 어땠는지.
▶정정훈 촬영감독: ”이 영화를 뮤지컬 영화라고 보기엔 힘든 것 같다. 드라마가 주가 되고, 그 드라마 안에서 노래 방식으로 대사를 한다. 후시녹음도 했겠지만 현장에서 노래를 틀어놓고, 안무 맞추고, 입 맞추고 그랬다. 현장에서 들어보면 이게 녹음인지 라이브인지 모를 정도였다. 정말 잘 했다. 노래도, 춤도, 감정 표현도 모두 훌륭했다. 집에 가면 계속 그 노래가 떠올랐다. 가족들이 같이 흥얼거리고 따라했었던 것 같다.“
Q.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면서 K-콘텐츠, 한류의 인기를 느낄 수 있는지.
▶정정훈 촬영감독: ”체감을 많이 한다. <오징어게임>도, <기생충>도 오히려 저보다 먼저 보고 나한테 봤는지 물어보더라. 제가 모르는 한국영화를 재밌다고 말한다. 또 그런 빈도가 많아진다. 한국영화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Q. 티모시 살라메와 작업해 보니, 어떤 배우던가.
▶정정훈 촬영감독: ”이 사람이 정말 핫한 배우가 맞아? 싶을 정도로 성실하게 작품에 임한다. 현장에서 일하는 것을 보면 정말 대스타보다는 잘 아는 동생, 자기 일에 열심인 배우 같다. 티모시가 잘 생긴 것도 있지만 그런 점 때문에 모두가 좋아하는 배우인 것 같다.“
Q. 초콜릿을 먹고 두둥실 공중에 떠오르는 장면에 대해.
▶정정훈 촬영감독: ”에너지를 담으려고 했다. 웡카가 그 도시에 들어와서 자신의 초콜릿을 자랑스럽게 소개하는데 그의 활발한 에너지가 담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특별히 신경 쓴 것은 그 장면을 크로마키를 이용한 VFX보다는 옛날 방식의 아이디어를 많이 활용했다. 찍으면서 확실히 다른 느낌이 들었다.“
Q. 미국촬영감독협회((American Society Of Cinematographers))의 정회원이 되었다. 달라진 것이 있는지.
▶정정훈 촬영감독: "미국촬영감독협회는 미국에서 활동하면서 조건이 있다. 일정 작품 이상을 해야 하고, 세 명 이상의 기 회원의 추천을 받아야한다. 달라진 것은 회비를 조금 내야한다는 것? 이방인으로서의 촬영감독이 아니라. 미국에서 일하는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ASC회원이라고 환경이나 조건이 달라지지 않는다. 영화에서 제 이름 옆에 ASC 마크가 붙는다는 것이 달라졌다.”
Q. 휴 그랜트 장면에 대해.
▶정정훈 촬영감독: “영화에서는 티모시 샬라메와 휴 그랜트가 한 화면에 같이 등장하지만 촬영할 때는 따로 찍었다. 티모시 샬라메가 조그마한 움파룸파 모형을 보면서 대사를 했다. 카메라 옆에서 휴 그랜트가 대사를 맞춰줬다. 최종 완성본을 봤을 때 둘이 함께 있는 것 같았다. 그런 부분을 찍을 때 즐거웠다. 감탄한 지점이다."
"이 영화는 ‘웡카’의 인생, 그의 희노애락을 볼 수 있는 어둡지 않은 영화이다. 정말 따뜻한 영화이다. 아이들과 함께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정정훈 촬영감독의 할리우드에서의 목표는 무엇일까. ”아직 잘 모르겠다. 많이 노력하고 배우는 단계이다. 많이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고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티모시 샬라메, 휴 그랜트, 올리비아 콜맨, 칼라 레인, 톰 데이비스, 샐리 호킨스, 로완 앳킨슨, 짐 카터, 나타샤 로스웰, 락히 타크라, 리치 풀처 등이 출연하는 폴 킹 감독의 할리우드 흥행대작 <웡카>는 오늘(31일) 개봉한다.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