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1999년 7월 18일, <토요일 밤의 열기>라는 제목의 단발성 코미디 프로그램이 방송된다. 전유성 김미화, 백재현, 심현섭, 박경림, 김영철, 김지혜, 김대희 등이 출연한 이른바 공개 코미디쇼의 시작이다. 프로그램 포맷의 신선함은 시청자들의 열띤 반응을 이끌었고, 그 해 가을 9월 4일, <개그콘서트-토요일 밤의 열기>라는 정규 프로그램이 편성된다. ‘개콘’ 1회 방송이었다. 그리고, 20년의 세월 동안 주말 밤 시청자를 맘껏 웃겼던 <개그콘서트>가 19일, 방송 1천회를 맞이한다. 코미디 프로의 기적같은 생존력이다.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 KBS 신관에서는 ‘개그콘서트’ 1000회 방송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송준근의 재기발랄한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전유성, 김미화, 김대희, 정명훈, 강유미, 신봉선, 유민상, 박영진 등 개콘 역사와 함께한 대표개그맨과 현재 이 프로그램 연출을 맡고 있는 원종재 PD, 박형근 PD가 참석했다.
김미화는 “코미디 프로그램이 이렇게 20년 동안 줄곧 인기를 얻으면서 이어지고, 오랫동안 국민 여러분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모두다 힘을 합쳐서 열심히 해주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개콘’ 메인 연출자로 투입된 원종재 피디는 “방송 10회만에 천회를 연출하게 되어 영광이다”면서 “한 주 한 주 녹화를 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과거 ‘개그콘서트’가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현재 상대적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게 사실인 거 같다. 힘든 과정 속에서 나름 최선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콘 탄생에 큰 역할을 한 한국 개그계의 큰 형님 전유성은 “'개콘'은 대학로에서 했던 공연이 공중파로 와서 성공한 케이스"라며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과거엔 대학로에서 검증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검증 과정 없이 바로 방송에 나온다. 그런 것들이 나태하고 식상하게 만드는 것 같다.”며 “초심으로 돌아가면 좋겠다. 당연히 재미가 없으면 프로그램은 없어질 것"이라고 충언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외모비하’, ‘성인지 논란’, ‘가학적 개그’에 대한 오래된 지적이 다시 거론되자 피디는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을 숨기지 않았다. “최근 개콘은 그런 내용이 없다. 요즘 신인 개그맨 뽑을 때 외모 이슈는 별 메리트가 없다. 이제는 사회적으로 세상이 변하면서 예전에 했던 소재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고 불편함을 준다면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파일럿 프로그램부터 출연하여 ‘개콘’무대를 지킨 김대희는 “영광스러운 것은 많았다. KBS 연예대상에서 최우수상 받기도 했다. 지금 이 순간 가장 영광스러운 것은 임팩트 없는 내가 1000회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감개무량해했다.
마지막으로 지난달부터 <개콘> 연출에 뛰어든 박형근 피디는 “KBS가 대중들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프로그램을 포기한다면 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한국 코미디 발전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피디는 “천회 방송이 나간 뒤에도 출연자와 함께 고민할 부분이 많다. 20 년 동안 1000회가 방송될 동안 시청자를 어떻게 웃길까를 고민했다면, 이젠, 어떤 웃음이 필요한지, 그 본질에 대해 고민해야할 것 같다.콘텐츠의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9일 방송되는 <개그콘서트> 1000회 특집에는 김병만, 이수근, 박준형, 정종철 등 ‘개콘’ 출신 스타들이 출연, 후배 개그맨들과 레전드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5월 19일과 26일, 2부로 진행될 <개그콘서트> 1000회 특집은 개콘 사상 처음으로 KBS홀에서 녹화가 진행됐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