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도 가고, ‘1박 2일’도 가고.....”
시청률 고공행진을 자랑하던 전통의 TV예능프로그램이 사라지고 있다. 다채널시대의 도래와 유튜브로 대변되는 미디어환경의 변화는 시청률지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상파방송이든, 종편채널이든, CJENM채널이든 변덕스런 시청자의 발길을 잡기 위해 혈안이다. tvN의 예능피디들은 요즘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들의 속마음을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M 센터 1층 탤런트 스튜디오에서 ‘tvN PD들의 대담회 - 크리에이터 톡’이라는 행사가 열렸다. 방송국 개국 13주년을 맞은 tvN의 현역 예능피디 다섯 명이 나와 크리에이터로서의 솔직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정종연(더 지니어스/소사이어티게임/대탈출), 손창우(짠내투어/미쓰 코리아), 문태주(수미네 반찬), 박희연(스트리프 푸드 파이터/커피 프렌즈), 김민경(코미디 빅리그) 등 5명의 PD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예능피디로서의 이상과 현실을 숨기지 않고 털어놓았다. “'수업을 바꿔라'를 시작할 때는 대한민국 교육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잘 안 돼 마음이 아팠다.”는 문태주 피디는 “그런 프로는 EBS가 했어야했다.”면서 ““평소 걷는 걸 좋아한다. 회사까지 걸어오면서 관찰해 보니 아파트마다 반찬가게가 있었다. 근데 와이프가 맛이 없다고 하더라. 그때 생각한 게 ‘수미네 반찬’이었다.”고 말했다.
박희연 피디는 “'삼시세끼‘(정선편)을 처음 공동연출로 참여할 때 이서진이 '너 입봉작인데 망했다'고 해서 첫날부터 큰 좌절감에 빠졌던 기억이 난다.”면서 “'스트리트푸드파이터'가 시청률 잘 나오진 않았지만 새로운 시도가 됐고 도전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피디들은 시청률에 대한 스트레스도 밝혔다.
정종연 피디는 “힘든 것으로 말하자면 죽을 만큼 힘들죠”라고 직설적으로 표현했고, 문태주 피디는 “라디오처럼 분기에 한번 해주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일희일비하면 안 되는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고백했다.
유튜브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정종연PD는 “TV와 유튜브는 경쟁상대가 아니다. 게임이나 영화처럼 TV와는 다른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영역이라 생각한다. 결국은 TV가 재밌으면 TV를 볼 것이다.”고 말했다.
최근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출연진 사건사고’와 관련하여 담당피디로서의 고충도 밝혔다. “제작진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국정원도 아니고 수사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라며 “어떤 방식으로든 검증의 기준을 마련해야한다. 현실적으로는 출연자를 검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운에 맡기고 평판에 맡긴다.”
“지나가다 얻어걸리면 대박 예능”
‘2039 시청자’를 어필하는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것에 대해 문태주PD는 “꼭 그렇진 않다. 처음 기획 단계에서는 ‘소확행’이니 뭐니 했지만 딱히 맞아 떨어지는 건 아니다. 무언가를 선도하려고 하지는 않지만 얻어걸린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다.”고 예능 피디의 고충을 표현했다.
손창우PD도 “<트렌드 코리아 2019> 책이 나오면 그 전년도 버전의 책 내용을 따르면 얼추 대중의 취향에 맞출 수 있더라.”며 “‘짠내투어’가 추구하는 ‘가성비’나 ‘스몰 럭셔리’, 이런 이야기는 뉴 트렌드가 아니고 좀 철지난 컨셉트이다. 한 해 정도 묵혔다가 반 발자국만 앞서면 대중 기호에 맞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피디는 “방송사에는 시청률과 관련해서 간섭하는 손들이 많다. 여러 사람의 손을 타면 결국 예상 가능한 결과가 나온다. 시청률도 그런대로 나오겠지만, tvN만의 것이 나올 수는 없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논란거리를 안 만드는 방식이 되면 결국 둥글둥글, 비슷비슷해질 것이다. 고유함을 내세우는 것이 채널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다.”
어느 방송사 소속이든, 예능피디들은 오늘도 시청자의 트렌드를 고민하고, 유튜브 등 뉴미디어와 힘겨운 싸움을 하며, ‘대박예능’을 꿈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