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69세>로 평단의호평을 받았던 임선애 감독의 신작 <세기말의 사랑>이 시사회를 갖고 개봉채비를 마쳤다.
지난 18일(목)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된 언론/배급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를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세기말의 사랑>은 세상 끝나는 줄 알았던 1999년, 짝사랑 때문에 모든 걸 잃은 ‘영미’에게 짝사랑 상대의 아내 ‘유진’이 나타나며 벌어지는 이상하고 사랑스러운 뉴 밀레니엄 드라마.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영화의 연출과 각본을 맡은 임선애 감독을 비롯해 이유영, 임선우, 노재원, 문동혁 배우가 참석했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임선애 감독은 작품의 시대적 배경에 대해 "소심한 주인공 ‘영미’가 고백을 하려면 ‘세상이 멸망한다’ 정도의 큰 계기가 있어야할 것 같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어서 세기말이라는 설정을 하게 됐다. 또 ‘영미’ 캐릭터의 별명이 세기말이라는 중의적인 뜻도 가지고 있다”라며 영화가 Y2K를 배경으로 하게 된 계기를 소개했다.
이유영은 “처음에 대본을 읽고 초반이 숨 막히는 전개라고 생각했다. 초반에 ‘영미’가 어떤 인물인지 보여주는 스토리가 나오는데 그 부분이 인상 깊고 흥미진진해서 숨도 안 쉬고 읽었다. 또 ‘영미’는 그동안 제가 해보지 못한 캐릭터이기도 했고, 굉장히 폐쇄적인 인물인데 사랑스러우면서도 뒤로 갈수록 이상하고 묘한 매력이 있는 캐릭터여서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자신이 연기한 미쓰 세기말 ‘영미’의 매력에 대해 언급했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어느 순간부터 ‘유진’의 심장 소리가 계속 들리는 느낌이었다. 동시에 이 작품은 내가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힌 임선우는 “제가 주로 누워 있거나 앉아 있더라도 상대방이 휠체어를 뒤에서 밀어주는 식이었기 때문에 상대방의 눈을 거의 보지 못하고 연기해야 했다. 처음에는 조금 어렵게 느껴졌는데 다행히 상대 배우들이 너무 좋은 분들이셔서 저에게 정확한 어떤 것들을 전달해 줬다. 그래서 눈을 보지 않고도 같이 리액션을 하며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라며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매력적인 ‘유진’ 캐릭터를 완성시킬 수 있었던 비결을 언급했다.
노재원은 “임선애 감독님께서 한번 꼭 작품을 같이 하고 싶다며 언젠가 꼭 시나리오를 주겠다고 약속해 주셨다. 그리고 정확히 1년 뒤에 <세기말의 사랑>의 시나리오를 받았다. 처음에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는 ‘내가 도영을 연기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도영’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깊이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감독님이 저를 너무 좋게 생각해주신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도영’은 무조건 재원 씨가 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무조건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라며 미스터 구석기 ‘도영’을 맡게 된 비하인드를 밝혔다.
‘유진’의 호구 2번이자 다양한 인물들과 엮이게 되는 ‘준’을 연기한 문동혁은 “’준’의 캐릭터와 대사를 봤을 때 제가 재미있는 연기를 할 수 있는 캐릭터여서 너무 좋았다. 또 그런 인물이 사랑스러운 인물들 사이를 휘젓고 다니는 게 재미있었다. ‘준’의 독특한 헤어스타일을 위해 가발을 썼는데 실제 머리가 보이지 않게 테이프를 붙이고 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힘들었다. 연기 중 머리가 당긴다던가 하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영미’ 역의 이유영 배우 역시 가발을 써야 해서 함께 고충을 공유하는 사이였고 동지애 같은 것도 생겼다”라며 촬영 에피소드를 밝히기도 했다.
또한 초반부는 모노톤으로, 이후부터는 컬러로 표현되는 <세기말의 사랑>의 독특한 연출에 대해 임선애 감독은 “흑백과 컬러의 구분은 선입견으로부터 시작했다. ‘영미’가 출소를 하고 난 이후 총천연색인 2000년대로 걸어 나오게 된다. 우리가 흑백 장면을 볼 땐 ‘영미’가 사실 색을 지닌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무채색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그런 것들을 전복하고 싶었다. ‘영미’는 원래 좀 색이 바랬을 뿐이지 색을 지닌 인물이다”라고 설명했다.
<세기말의 사랑>은 오는 1월 24일 개봉해 관객들을 찾아간다.
[사진=엔케이컨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