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드라마의 묘미는 변호사와 검사의 치열한 공방과 뜻밖의 증거물과 의로운 증인의 등장으로 판을 뒤흔드는 경우이다. 미국 영화에서는 이런 법정 공방에 항상 등장하는 존재가 있다. ‘배심원’들이다. 배심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때로는 쩔쩔 매는 변호사나 검사의 모습에서 미국 사법제도의 특이함에 놀라게 된다. 물론, 미국 배심원 제도가 절대 선은 아니다. O.J. 심슨 재판 이야기에서 항상 나오는 것이 ‘배심원 제도의 맹점’이라는 주장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사법체계 내에서 일반 국민, 법률소비자인 일반시민이 판결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은 진화된 사법 방식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제도가 있다. 지난 2008년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이다. 물론, 미국 배심원제도와는 조금 다르고, 판사의 양형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한다. 아직은 말이다! 그런 한국 사법제도 속 ‘국민참여재판’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 영화가 개봉한다. 15일 개봉될 영화 <배심원들>이다.
2일 오후,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는 영화 '배심원들'(감독:홍승완 제작:반짝반짝영화사)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영화 상영 뒤 홍승완 감독과 배우 문소리, 박형식, 백수정, 김미경, 윤경호, 조한철, 조수향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에서 문소리가 판사를, 나머지 배우가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 역을 연기했다.
영화는 2008년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의 실제사건을 바탕으로 극화되었다. 한 임대아파트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아들이 엄마를 죽이고 아파트에서 내던진 사건–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다. 첫 번째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니 법조계나, 언론, 국민들의 관심이 높다. ‘국민참여재판’에 여덟 명의 일반 배심원들이 함께 한다. 살인사건에 대해서도, 재판에 대해서도 문외한에 가까운 이들 시민들이 어떻게 ‘법이란 이런 것!’이란 명제에 합의하는지를 치열한 법정공방과 함께 보여준다.
영화는 배우들의 호연으로 빛난다. 재판장 문소리를 필두로 배심원 박형식, 백수장, 김미경, 윤경호, 서정연, 조한철, 김홍파, 조수항까지 풍성한 법정 스토리를 뒷받침해준다. 여기에 권해효(법원장), 태인호(주심판사) 등 주변인물까지 법정 드라마에 윤기를 더한다.
“법은 사람을 처벌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영화 속 대사를 결정적 장면으로 꼽은 홍승완 감독은 “영화에 등장하는 사건은 2008년 첫 국민참여재판 당시 법원에서 있었던 판결을 모티브로 삼았다. 각색 과정에서 많이 달라졌기에 영화와 실화가 비슷하다고는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장 김준경 판사를 연기한 문소리는 “법을 모르는 배심원들과 반대 지점에 있는 사람이다. 형사부만 18년을 담당했다. 죄를 심판하는 게 무엇인지 원론적인 자긍심과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버텨온 인물”이라고 자신의 캐릭터를 소개하고는 “시나리오가 좋았을 뿐만 아니라 촬영 과정에서도 팀워크를 느낄 수 있었다. 관객들도 좋은 에너지를 느끼실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배심원들'로 상업영화 데뷔 신고식을 치르는 박형식은 개인회생을 신청하러 법원에 나왔다가 급하게 ‘8번 배심원’으로 선정된 권남우를 연기한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 끝까지 술술 읽혔던 작품이다. 배심원들과의 관계와 이야기 전개가 재미있었다. 남우는 호기심이 많고 한 번 하면 끝을 봐야 하는 캐릭터다. 나와 비슷한 면도 있다. 영화의 따뜻한 메시지와 작은 소동이 많은 분들에게 행복을 드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 ‘배심원들’은 5월 15일에 개봉한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