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가 2일(목) 화려한 개막식을 시작으로 열흘간의 영화축제를 시작했다. 이에 맞춰 KBS 1TV <독립영화관>에서는 3일(금) 밤 24시 45분부터 지난 해 전주국제영화제 넷팩상(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 수상작인 김인선 감독의 <어른도감>을 방송한다. 더불어 주인공 ‘이재인’ 배우가 특별출연하여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어른도감>은 열 네 살 경언은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생면부지의 삼촌 재민을 만난다. 얼치기 사기꾼 재민은 경언 앞에 남겨진 보험금을 모두 잃고, 두 사람은 돈을 마련하기 위해 동네 약사를 상대로 부녀를 가장한 발칙한 사기극을 벌이게 된다. 어른처럼 보이는 아이와 아이처럼 보이는 어른의 한판 승부인 동시에 외로운 세상을 견디며 서로에게 의지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KBS미디어 박재환)
김인선 감독 INTERVIEW
Q. <수요기도회>, <아빠의 맛> 등의 단편 작품들을 통해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연출하는 감독으로 이름을 알리셨다. <어른도감>은 어떤 영화인가.
김인선 감독: 단편 <아빠의 맛>은 ‘나’로부터 시작된 가족 드라마였고, <수요기도회>는 ‘도박’이라는 외부의 주제를 나에게 가져와서 만든 관계 드라마였다. <어른도감>의 주제는 <아빠의 맛>에서 다뤘던 가족의 의미를 확장해서 고민했고, 형식적으로는 <수요기도회>처럼 두 사람의 관계에 집중해서 드라마틱하게 구성했다.
경언은 조금 늦게 알아도 좋았을 것들을 너무 일찍 알게 된 아이이고, 재민은 꿈꾸던 인생과는 거리가 먼 찌질한 삶을 살고 있지만 여전히 꿈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다. 두 사람은 약사 점희를 향한 사기 행각을 벌이면서, 가짜의 관계 속에서 서로가 원하던 진짜 마음을 느끼게 된다. <어른도감>의 황경언에게는 하루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제 10대의 외로웠던 시간이 담겨 있고, 황재민에게는 나이는 먹었지만 여전히 어른은 되지 못한 현재의 저를 담았다. <어른도감>은 ‘가족’과 ‘성장’이라는 소재를 보다 쉽고 유쾌하게 그리고자 하였으며, 누군가 다른 이를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고, 그 시간들이 서로를 더 나은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이야기를 말하고 싶었다.
Q. <어른도감>이 탄생하기까지 영감이 된 성장 내러티브의 작품들이 있나?
김인선 감독: 김기찬 작가님의 사진집 <개가 있는 따뜻한 골목>과 <그 골목이 품고 있는 것들> 두 권을 자주 펼쳐본다. 사소하고 흔해 보이는 골목길 풍경 속에는, 개가 있고, 아이들이 있고, 어른들이 있다. 가난하고 고단한 일상의 어두운 면이 아닌, 일상성의 빛나는 면들을 담은 사진이라 보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웃음 짓게 된다.
또, 에밀 아자르의 소설 <자기 앞의 생>을 좋아한다. 저에게 항상 귀감이 되는 성장소설로, 부모에게서 버림받은 열네 살 소년 모모가 로자 아줌마라는 범상치 않은 인물과 함께 보낸 슬프고도 아름다운 성장담이다.
Q. <어른도감>은 부족한 삼촌과 아직 어린 조카가 서로의 곁을 채워주며 위로가 되어 주는 이야기이다. 관객들에게 어떤 위로를 전하고 싶은가?
김인선 감독: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어른이 되는 게 아니라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무책임하게 사는 사람을 무조건적으로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달라질 기회가, 나아질 기회가 우리에겐 얼마든지 있다고 믿고 싶다. 어린 나이에 너무 많은 걸 경험하고 느낀 경언이 늘 자기자신만 생각하며 살아온 재민에게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생각하면서 <어른도감>을 만들었다. 이 영화를 통해 서로가 함께한 시간들이 결국 용기를 주는 선순환을 꿈꾼다. 영화가 끝나고, ‘나는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까? 어제보다 오늘 한발자국 더 나아가기 위해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인터뷰제공: KBS독립영화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