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에 뮤지컬전용극장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그게 뉴스거리가 된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국제영화제의 도시’에 자랑거리가 하나 더 생긴 것이다. 부산시민은 스스로 부산은 문화 불모지라는 자조 섞인 말을 한다. 부산이 가지는 위상에 비해 초라한 문화인프라를 갖췄기 때문이다. 그 불모지에 ‘뮤지컬’로 승부수를 띄운 ‘문화공작인’이 있다. 대한민국에 라이센스 뮤지컬 선풍을 불러일으킨 설앤컴퍼니 형제들이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캣츠’ 등을 제작한 설앤컴퍼니의 설도윤 대표의 동생 설도권은 2000년부터 공연 마케팅/매니지먼트 전문회사인 클립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뮤지컬 팬들이라면 ‘클립서비스’를 익히 알 것이다. 그 운영 노하우를 적극 활용하여 부산에 ‘뮤지컬전용관’을 세운 것이다.
지난 4월 4일, 부산 남구 문현금융단지 부산금제금융센터(BIFC) 안에 뮤지컬 전용극장 드림씨어터가 문을 열었다. 좌석 규모는 1727석이다. 오케스트라 피트석을 제외한 상설 객석 수로는 국내 최대 규모이다. 개관 작품으로 브로드웨이 ‘라이온 킹’의 인터내셔널 투어가 무대에 올랐다. 대구와 서울 공연을 끝낸 ‘라이온 킹’이 부산에 오른 것이다. 지난 19일, 드림씨어터 개관에 맞춰 공연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프레스 투어가 진행되었다.
설도권 대표는 ‘뮤지컬 공연’에 대한 오래된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드림씨어터가 생기면서 ‘라이온킹’ 내한 공연도 가능했다”고 털어놨다. “디즈니 측에서는 한국에서 최소 20주 이상 공연을 해야 한다고 조건을 내걸었다. 서울에서만 20주를 공연하면 경비가 들지 않아 제일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20주가 가능한 공연장이 없다. 그래서 서울, 대구, 부산을 합쳐 20주 공연을 잡았고, 드림씨어터 개관을 서둘렀다”고 설명했다.
설 대표는 “공연장을 적절히 연계하면 한국에서 40주 공연도 가능하다. 이제 우리가 볼 수 없었던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의 좋은 공연들을 더 빨리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문화불모지’가 과한 표현이라고 해도, ‘뮤지컬 한지’(寒地) 부산에서도 상업적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설 대표는 희망적이라고 했다. “그동안 부산과, 경남 지역에서는 좋은 공연을 볼 기회가 부족했다. 갈증이 많았다. ‘라이온킹’ 부산공연은 원래 5월 19일까지 할 계획이었는데 예매 상황이 좋았다. 제작사와 협의해 공연을 1주일 연장하기로 했다.”고 한다.
드림씨어터 공연장은 서울의 많은 뮤지컬 전용관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모든 관객을 위한 차별 없는 퀄리티’를 제공한다는 설 대표의 공언처럼 무대장치, 음향설비, 좌석배치 등이 이상적이다. 또한 ‘좌석’에도 관객에 대한 세밀한 배려가 읽혀진다. 훨씬 편안하고, 앞뒤 간격이 넓고, 시야가 터였다는 것을 느낀다.
부산의 첫 뮤지컬 전용극장 ‘드림씨어터’에서는 5월 26일까지 ‘라이언 킹’ 브로드웨이 인터내셔널 투어 공연을 이어간다. 공연이 끝난 뒤 3개월 동안 정비 기간을 거친 뒤 9월에는 또 다른 내한공연 ‘스쿨 오브 락’을 준비 중이다. 연말에는 ‘오페라의 유령’이 처음으로 부산을 찾는다. ‘공연 라인 업’에 대해 설 대표는 이렇게 덧붙인다. “성공하지 않을 공연은 절대 지방에 세우지 않을 것이다”라고. (KBS미디어 박재환)

[사진= 드림씨어터, 설도권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