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의 성격파 배우 김윤석이 감독에 도전했다. <황해>의 면가 모습이 무색할 정도로 구성원의 심리를 섬세하게 뽑아낸 가족드라마 <미성년>이다. 최근 TV드라마 'SKY 캐슬'
“재작년 겨울이 되기 전에 시나리오를 받았고, 작년 4월 즈음에 영화를 찍었다. <완벽한 타인> 시작 전에 받은 것이다.” 염정아는 당시 ‘배우’ 김윤석에게 이 시나리오를 받고는 하루만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염정아와 김윤석은 이전에 ‘범죄의 재구성’(2004)과 ‘전우치’(2009)에서 공연했다.
“두 영화에서 같이 나온 연기한 장면은 없었다. 촬영 현장에서 오며가며 본 게 다이다”며, “감독님하고 개인적인 친분은 없었다. 회사 통해 시나리오를 받았다. 선배가 감독 데뷔하려는 작품이라고 해서 너무 궁금했다. 읽자마자 하겠다고 그랬다.”
김윤석 감독은 염정아가 OK해주어 “하늘을 날아갈 것 같았다”고 표현했다. “제 입장에서 오히려 책(시나리오)을 주셔서 감사하고, 영광이죠.”
● 배우출신의 감독의 디렉팅
- 대본을 처음 본 소감이 어땠나?
“그동안 봤던 영화와는 다르다는 느낌이 제일 먼저 들었다. 김윤석 배우의 모습과도 매칭이 잘 안되었다. 김윤석이 저런 사람이었나 생각이 들었다.”
- 김윤석은 배우로서도 톱 클래스다. ‘연기를 잘 아는 배우’의 디렉팅은 어땠나?
“제 속을 한 번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잘 아시더라. 제가 어떤 마음으로 연기를 하고 있는지 꿰뚫고 있더라. 연기를 잘 하시는 배우라서 그런지 디렉팅이 구체적이다. 연기에서 고민하는 지점을 꼭 집어내어 이야기 해 주신다. 대부분의 씬들이 고민스럽고 어려웠는데 말이다.”
염정아는 미희(김소진)의 가게에서 처음 만나는 장면을 제일 먼저 찍었단다.
“이 작품은 배우의 연기가 너무 중요한데 제가 잘 못할까 봐 걱정을 많이 했었다. 첫 장면부터 감독님께 다 물어보고, 도움 받아가며 촬영했다. 배우로서 커리어를 쌓은 선배의 첫 (감독)작품인데 누를 끼칠까 걱정되었다”
● 영화 <미성년>의 특징
“영화에서 보여주는 사건은 많이 본 일이다. 그런데 한 번도 보지 못한 전개방식을 띤다. 각 인물들의 감정을 따라가며 깊이 파고드는 것이 완전히 새로운 느낌이었다. 감독님은 배우들이 연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게 부담스러웠다.”며 "김윤석 감독과 더 많은 장면을 연기하고 싶었다. 이번 작품이 아니어도 다음 작품에서 더 하고 싶다.“ (김윤석 감독은 염정아의 남편 연기까지 한다)
● 자신이 맡은 영주 캐릭터는 어땠나
“어려웠다. 이 여자는 자존감이 강한 여자이다. 남편의 비밀을 알게 되었을 때, 모든 것이 무너질 수도 있었다. 자존감도 바닥에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지만 그걸 보이지 않으려고 애쓴다. 대학입시를 앞둔 딸도 있고. 내가 중심을 잡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버둥댄다. 영화 보시면 초반에 저로 인해 사건이 생기잖아요. 그것 때문에 죄책감도 있고. 매 장면이 어려웠다.”
“완성된 작품을 보니, 영화에 빈틈이 없다. 감독님이 설계를 잘 했고, 꼼꼼하게 준비를 한 게 느껴진다. 현장 분위기도 좋았다.”
●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은?
“감독님이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게 처음엔 조금 충격적이기도 했다. 매칭이 안 되었는데. 겪어보니 이해가 되더라. 여자에 대한 이해심이 깊고, 섬세한 분이시더라.”
● 완벽한 타인, 스카이 캐슬, 어쩌다 결혼, 뺑반, 그리고, 미성년
- 지난 겨울부터 작품이 끊이지 않는다.
“재작년 겨울에 찍었던 것이 몰린 것 같다. 드라마 ‘스카이 캐슬’은 여유 있게 찍었던 기억이다. 지금은 ‘미성년’이 잘 되었으면 한다.”
- ' 장화홍련', '스카이캐슬', 그리고,'미성년'까지 딸과의 캐미(!)가 돋보이는 어머니 역을 많이 한다.
“의도한 것은 아닌데 그동안 다양한 엄마 역할을 맡았다. 결혼하기 전부터 엄마를 연기했다. ‘새엄마’부터 시작해서. 엄마 역할이어서 그 캐릭터를 한다안한다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하고 보니, 딸을 가진 엄마 역할을 맡을 때마다 딸들이 좋았다. 혜은이도, 주리 역할을 한 혜준이도. 이름이 헷갈린다.”
- 현장에서는 선배로서, 딸같이 챙겨 주었는지
“아이고, 제 것 하느라 봐 주고 그런 것 없었다. (김혜준과 박세진은) 현장에 주리와 윤아로 나와 있었다. 감독님과 한두달 전부터 연습을 해서, 그 모습이 되어 현장에 있었다. 전 제 것 잡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요즘 신인 연기자들이 부러운 게 연기를 진짜 잘한다. 누구 앞에서 뭘 보여줄 때도 스스럼없이 자신을 표현하더라. 내가 연기를 처음 시작하던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환경도 다르고. 나도 저랬으면 더 빨리 연기에 익숙해 졌을텐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염정아 배우에게 “신인배우에게 조언을 한다면?”이라고 묻자, “살아봐야 아는 거지, 연기라는 게.”라고 대답한다. 너무 정직한 대답이었던지 이렇게 덧붙인다. “성실하게, 주어진 일 열심히 잘 해라.” 역시 정직한 대답인데, 이게 정답 같다.
“진심으로 연기해야 한다. 가짜라면 다 아니까. 그 인물이, 그 현장에서 되는 게 쉽지는 않다. 작품 속 캐릭터는 내가 아니니깐. 최대한 그 인물이 되기 위해 진심으로 연기하면, 그게 제일 잘 표현이 되는 것 같다. 설정 많이 하고 연기하는 것보다는 진심으로 그 인물을 이해하고, 연기해야겠더라.”
- 한동안 충무로 여배우가 돋보이는 작품이 없었다.
“제가 연기에 목 말라했다. 좋은 작품은 하고 싶었는데 들어오는 작품이 없었다. 한동안 충무로에서 만들어지는 작품이 없었다. 요즘 들어 다시 기획되는 작품이 있는 것 같다. 좀 더 다양한 작품들이 올해와 내년에 만들어질 것 같다.”
- 다음 작품은?
“웹툰 원작의 <시동>이란 작품이다. 이번 주말에 첫 촬영을 한다. 방황하는 청춘들의 이야기이다. 박정민과 정해인이 청춘 역할을 한다. 마동석씨도 나오고. 난 박정민의 엄마 역할이고, 전직 배구선수 역할이다. 이번엔 아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 장화홍련
- 처음 연기할 때 생각이 나는가
“그때는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좋았다. 예쁘게 꾸미고 설 때가.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지금은 조금 불편한 것 같다. 차분해진 것 같다.”
“연기자로 달라진 것은 그 전에는 연기가 재밌다고는 생각을 안 했던 것 같다. 시스템도 지금이랑 달랐다. 지금은 도와주는 분이 많지만 처음 시작할 때는 매니저라는 직업이 가수에게만 있었던 것 같다. 엄마가 전화 받고, 거절 않고... 몇 시까지 어디로 오래. 그런 시스템이었다. 쉬지 않고 드라마 정말 많이 했다.”
“장화홍련을 찍으면서, 영화는 이렇게 해야 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김지운 감독님은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철저히 준비를 하고. 어떻게 찍을지 다 알고 있었다. 현장 디렉팅도 자세히 해 주시고. 그 때 연기를 대하는 것이 달라졌던 것 같다.”
- <장화홍련>은 내용을 사전에 다 알고 찍은 것인가?
“물론. 감독님이 연기지도를 잘해주셨다. 처음부터 디테일하게 설명해 주었다. 저도, (임)수정이도, (문)근영이도.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나서 만족감을 느꼈다. (내 연기에) 감독이 오케이하면, 그런 게 인지가 되더라. 관객들의 반응을 보고 영화란 이렇게 만들어가는 것이구나 생각했다.”
● <미성년>의 결말에 대해서는
“감독이 30번 쯤 고쳤다고 하더라.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저도 ‘헉’ 했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더라. 어떤 의미일까? 아이들의 마음인거죠. 잊지 않고 싶은 마음. 아이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아이들은.”
<미성년>은 어떤 영화인가.
“이 영화를 찍으면서 좋은 어른이 되어야겠다. 생각나는 대로 마구 말하지 말고. 조심스럽게 말하고. 노력을 해야죠.”라면서 “이 영화 무거운 영화 아니고요. 재밌는 영화에요. 부담 전혀 갖지 마시고, 재밌게 보세요.”라고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