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개봉된 조던 필 감독의 영화 <어스>가 다양한 해석을 이끌면서 영화팬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겟 아웃’으로 할리우드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킨 조던 필 감독의 두 번 째 장편영화 <어스>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래 전, 캘리포니아 해변의 유령의 집에서 끔찍한 경험을 한 소녀 애들레이드가 성장하여 다시 한 번 그 곳에 돌아오게 된다. 그날 밤 애들에이드(루피타 뇽)의 여름 별장에 불쑥 찾아온 불청객은 그의 가족과 똑같이 생긴 존재들. 오렌지색 작업복을 입은 이들은 누구이며, 어디서 왔으면, 왜 찾아온 것일까.
우리(Us)는 누구인가
영화팬들의 가장 많은 해석을 불러일으킨 단서는 바로 애들레이드 윌슨(루피타 뇽)의 가족과 똑같이 생긴 불청객들의 정체이다. 영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우리와 똑같이 생긴 수상한 ‘우리’의 정체가 주인공들의 삶을 빼앗으려는 존재라는 해석이 압도적인 가운데, 공격하는 주체가 분신이라는 것은 악이 바로 ‘우리’ 안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해석까지 이어지며 영화에 대한 담론을 더욱 뜨겁게 만들고 있다.
토끼, 실험의 대상?
또한 전작인 <겟 아웃>을 통해 사회고발적인 소재를 파고드는 날카로운 은유를 선보인 조던 필 감독의 작품답게 <어스> 역시 다양한 은유와 상징을 내포하고 있다. 그 중 토끼의 의미에 관한 다양한 해석들이 눈길을 끄는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실험의 대상’이라는 해석이다. 오프닝부터 강렬하게 등장하는 철창에 갇혀있는 토끼의 모습은 주인공들과 똑같이 생긴 위험한 존재들을 의미하며, 이들이 탄생하게 된 기원과 연관된 것이라는 추측이 양산되고 있는 것. 여기에 전작 <겟 아웃>에서도 위험한 상황에 처한 주인공을 토끼에 비유했던 만큼 <겟 아웃>에서 이어지는 상징적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아닌지 다양한 해석을 증폭시키며 영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손에 손잡고 “Hands Across America”
또한 영화 초반부에 등장하는 ‘Hands Across America’ 운동과 불청객들이 들고 다니는 골드 시저의 관계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도 뜨거운 해석의 장을 방불케 한다. 1986년 미국 전역에서 진행된 운동으로, 손잡는 퍼포먼스를 통해 굶주린 사람들을 위한 기금 모금을 독려한 캠페인인 ‘Hands Across America’ 운동은 영화 초반부부터 강렬한 이미지를 선사한다. 특히 영화의 오프닝에 등장하는 ‘1,200만 개의 눈과 1억 9,200만 개의 이빨을 가진 자들은 금문교에서 쌍둥이 빌딩까지 뻗어 있다’는 의미심장한 문구를 역으로 계산해보면 600만 명의 사람들을 지칭하고 있어, 바로 이 운동과 영화 <어스>가 연관된 것이 아닐까 하는 많은 추측이 오가고 있다.
예레미야 11장 11절 “재앙을 피할 수 없으리라”
한편 관객들에게 가장 많은 의문을 불러일으킨 단서는 바로 ‘예레미야 11장 11절’ 문구이다. 예레미야 11장 11절은 성경의 한 구절로, ‘보라 내가 재앙을 그들에게 내리리니 그들이 피할 수 없을 것이라. 그들이 내게 부르짖을지라도 내가 듣지 아니할 것인즉’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 주인공 가족들에게 찾아올 위험한 순간을 한층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관객들은 영화 속 의문의 남자가 들고 있는 피켓에 쓰여 있는 ‘예레미야 11장 11절’과 이마에 새겨진 ‘11:11’은 물론, 주인공 가족들이 타는 응급차에도 ‘1111’의 표식이 있는 것을 발견하며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찬 <어스>의 표현법에 감탄을 내비쳤다.
한편 <어스>는 개봉 6일째인 1일(월) 100만 관객을 넘어서며 비수기 극장가를 공포와 호기심으로 채우고 있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