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KBS 1TV<인간극장>에서는 ‘우리 동네 파바로티’가 방송된다.
독일에서 오페라 가수로 활동하던 고희전(41) 씨. 5년간의 유학 생활을 마치고 아이 셋 딸린 가장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희전씨는 다섯 식구의 살림을 꾸리기 위해 시급 만 원의 떡 배달부터 동네 합창단의 지휘자, 초등학교 입학식까지 불러주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는 생계형 성악가이다.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는 현실이지만 성악가로써의 꿈을 잃지 않은 희전 씨. 1년 전에는 부모님 집 앞 고추밭에 아담한 공연장도 차렸다. 독일 만하임 국립음대에서 학위까지 수료한 희전 씨가 동네 성악가가 된 사연은 무엇일까?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음악을 시작한 희전 씨. 부모님의 반대로 공대에 진학했지만 결국 적성에 맞지 않아 관두고 스물한 살에 음대에 들어갔다. 성악을 공부하며 더 넓은 무대로 가기 위해 유학길에 오른 희전 씨. 그 길로 대학에서 만난 아내 조유진(42) 씨와 백 일된 딸을 안고 짐을 싸서 독일 유학길에 올랐다.
그리고 한평생 아들을 물심양면으로 뒷바라지해준 부모님. 부모님은 퇴직금과 월급을 보태 5년간 하루도 늦지 않고 매달 유학비 250만 원을 부쳤다. 그리고 곁으로 돌아온 아들 때문에 아직도 현역인 부모님. 고추밭에 집을 짓는다고 나섰을 때도 아들을 도와 벽돌 한 장 직접 쌓아주고, 요즘은 공연장 1층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며느리를 위해 틈틈이 건물 청소까지 돕는다.
누구보다 든든한 언덕이 되어준 부모님과 삼 남매 육아를 병행하며 살뜰하게 내조하는 아내 덕에, 동네 성악가로 고향에 정착한 희전 씨. 유학 시절, 유럽의 작은 동네에서 변호사, 버스 운전사, 굴뚝 청소부 너나 할 것 없이 오페라 관객이 되어 소통의 장을 여는 모습을 보고 고향에서의 오페라 공연을 꿈꿨다. 그리고 벽돌 한 장 직접 지은 공연장에서 올해 첫 하우스 콘서트를 앞둔 희전 씨. 7살 유치원생부터 구순의 할아버지까지 가리지 않고 아름다운 선율의 목소리를 선물하고 싶다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우리 동네 파바로티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