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이재, 곧 죽습니다]에서 서인국이 연기하는 최이재는 고달픈 삶을 스스로 마감하고는 지옥에 떨어졌다가 모진 ‘죽음의 신’(박소담)을 만나 12번의 환생을 하게 된다. 그런데 환생하는 ‘이재’는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곧’ 죽고 만다. 12번의 삶과 죽음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까. [파트1](1화~4화)이 지난 달 15일 공개되었고, [파트2](5화~8화)가 1월 5일 공개될 예정이다. 하병훈 감독을 만나 ‘이재, 곧 죽습니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하병훈 감독은 KBS 예능피디 출신이다. 예능 프로그램을 찍다 KBS예능국이 기획한 드라마 ‘마음의 소리’를 연출했고, 이어 장나라 주연의 드라마 <고백부부>로 드라마 연출 재능을 보여주었다. 이후 하병훈 피디는 JTBC로 이적했다가 이번엔 티빙 오리지널을 감독한 것이다. 그 이야기도 물어보았다.
Q. 오랜만에 작품으로 만난다. 소감은.
▶하병훈 감독: “오랜만에 설레며 작품을 만들었다. 재밌었다. 여태 안 해 본 것을 해보고 싶었는데 한꺼번에 다양한 장르를 할 수 있었다. 공부도 많이 할 수 있었다. 나는 재밌는데 이게 시청자들에게도 재미있을까. 나만 재밌으면 안 되는데. 그런 걱정이 컸다.”
Q. 원작 웹툰을 드라마로 만들게 된 과정을 소개해 달라.
▶하병훈 감독: “이것 말고 원래 사후세계에 대한 오리지널을 쓰고 있었다. 4부까지 쓰면서 자료조사를 하게 되었다. 죽은 뒤의 서사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중 이 웹툰을 만나게 되었다. 한 자리에서 쭉 다 보고는 바로 회사에 전화해서 이거 하고 싶다고, 원작(판권) 사달라고 그랬다. 그런데 이미 판권이 팔렸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회사 대표님 만나서 설득했다. 내가 이걸 드라마로 만들면 어떻게 만들 것인지, 이렇게 하고 싶다고 말씀 드렸다. 결국 우리 회사에서 만들게 되었다. 정말 드라마로 만들고 싶었다.”
Q. 원작을 그대로 가져가지는 않았다.
▶하병훈 감독: “‘마음의 소리’, ‘고백부부’에 이어 이번 작품이 원작이 있는 세 번째 작품이다. 그런데 많이 바꿨다. [파트1]에 등장하는 인물 절반은 원래 웹툰에는 없던 캐릭터이다. 성훈, 장승조가 연기하는 캐릭터, ‘아기’도 없었다. 4부 마지막에 차 사고를 내는 배우는 앞에 나오는 최시원의 형제로 서사를 바꿨다. 지수(고윤정)는 원작에서 그냥 예쁜 여자로 등장한다. 여기서는 이재의 여자 친구로 세팅된다. 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많이 넣어 멜로 느낌이 나게 과거 신을 많이 넣었다.”
Q. 정말 캐스팅이 화려하다. 이 많은 배우를 어떻게 캐스팅했는지.
▶하병훈 감독: “캐스팅 작업을 열 달 정도 했다. 그 과정에서 드라마업계에선 이상한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내가 드라마 3개를 준비한다는 것이다. 원래 이 업계가 좁다. ‘누구누구 캐스팅 되었어’, ‘어느 배우, 하 감독 작품 캐스팅 됐데’식으로. 업계에서 더 주목한 것 같다. 그래서 우리 드라마 언제 끝나는지 많이 물어본다. 그 많은 배우들 스케줄 꼬이면 안 되니까. 원작자에게 허락 받은 것은 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사람이 모두 ‘이재’인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었다. 대한민국 미니시리즈의 주연급 배우가 다 나와 한 회씩 등장하는 그런 드라마. 주위에서 다들 ‘되겠어?’라는 반응이었다. ‘너 같으면 하겠니?’였다.”
“첫 캐스팅은 이도현이었다. 이 배우와는 가끔 연락 주고받는다. 새 작품 한다니까 ‘도와주고 싶다. 커피차 보낼 게요’하는 거였다. 그래서 ‘그러지 말고, 너 군대 가기 전에 딱 2주 만 시간 내 주라’고 부탁했다. 도현 배우는 뭔지도 모르고 하겠다는 것이었다. 너무 고마웠다. 도현이 출연하는 4부 대본을 1주일 만에 썼다. 배우에 대한 믿음이 있으니까. 그 배우를 생각하고 대본을 썼다. 이재욱 장면은 이재욱 사진 붙여놓고 썼다. 그리고 ‘이건 무조건 강훈이야. 다른 배우 없어.’하면서 쓴 것이다. 오정세 선배도.”
“이재욱 배우 같은 경우는 6개월동안 부탁했다. 거절을 너무 많이 받았다. (소속사로부터) 바쁜데 굳이 이 짧은 거 하겠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죽어요?’였으니. 배우에게 한 번 읽어달라고 부탁했다. 그 배우를 생각하며 직접 쓴 것이라고. 더 싫어할 수도 있다. 지인 통해 계속 부탁했고 계속 거절당했다. 그러다가 배우까지 대본이 건네졌다. 보자마자 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너무 기분이 좋았다. 오정세 배우는 거의 마지막, 촬영 직전에 성사되었다. 정말 기분이 좋았다. 1,2,3부가 아무리 좋아도 뒤에 주연이 없으면 엎어지는 이야기이다.”
Q. 대본 작업을 특이하게 한 것 같다. 보통, 시나리오 다 써놓고 캐스팅하는데, 이건 배우 정해놓고 대본 쓴 것이잖은가. 위험부담이 큰 것 같다.
▶하병훈 감독: “캐스팅해야할 배우가 열 명이다보니 거절당해도 큰 내상이 없다. 처음 성사되면 ‘어, 긍정적인 답이 오네. 더해 볼까’식이었다. 강훈이는 <파친고> 찍느라 미국 갔었고, 한국 오면 학교 가야했다. 계획을 세우고 기다렸다. 잠깐 틈이 생기면 그 때를 노렸다. 미리 캐스팅 배우들을 먼저 찍으면서 기다려줄 수 있으니까. 스케줄만 맞추면 된다고 했다.”
“다들 한 신에 출연하는 장면이 많았다. 김지훈, 김미경 선배님이 스케줄을 많이 맞춰주셨다. 한 신 때문에 지방에 오고 그랬다. 이도현은 군대 가기 직전이었는데 전주한옥마을에서 촬영해야하는 장면이 있었다. 이재욱 배우는 다른 작품 찍다가 달려왔다. 가방 들고 바닷가 걷는 장면을 위해. 찍으면서 불가능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다 해주셨다.”
Q. 배우들을 어떤 식으로 캐스팅한 것인지.
▶하병훈 감독: “캐스팅할 때부터, 미팅할 때마다 ‘이건 특별출연 아니다’, ‘모두가 주연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언젠가 기사가 ‘특별출연’이라고 나오더라. 나도, 배우도 그렇게 생각 안하고 있는데 말이다. 컨셉이 그게 아니니까. 다들 ‘우리 작품이다’고 생각했다.”
Q. 환생하는 사람이 다 남자인가?
▶하병훈 감독: “스포라서... 남자로만 환생된 이유가 있는데. 파트2보면 알 것이다.”
Q. 원작에 없는 ‘아기 환생’ 에피소드를 새로 추가한 이유는?
▶하병훈 감독: “‘파트2’까지 보면 알게 될 것이다. 부모자식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파트1’에서 조태상(이재욱)의 죽음 장면과 관련되어 있다. 너무 직접적인 이야기를 보여 주려고는 하지 않았다. ‘파트2’ 다 보고 나면 확실해질 것이다. 주변사람, 내 가족에게 시선을 돌리고, 생각해 보라는 느낌을 줄 것이다.”
Q. [이재] 웹툰을 만나기 전에 준비한 시나리오는 어떻게 되었나. 이번 드라마에 녹아든 것인가.
▶하병훈 감독: “그 작품을 별로라서 세상에 안 나올 것이다.(하하) 저는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공감코드에 대해. 죽은 사람 이야기이다. 모두들 호기심 갖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써다보니 내가 부부이야기, 죽은 부부 이야기를 쓰고 있더라. 이건 안 돼! 내가 아직 안 한 이야기 무척 하고 싶었다. 그런데 웹툰이랑 비슷하네? 강화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Q. 메인 주인공 최이재 역으로 서인국을 캐스팅한 과정은.
▶하병훈 감독: “처음엔 ‘파트2’에 특별출연하는 것이었다. 서인국 배우는 원작을 너무 좋아했다. 보는 순간 무조건 하고 싶다면서 자기 소속사 대표에게 판권 사달라고 했다더라. 나랑 생각이 같았던 것이다. 이게 드라마로 만들어지면서 잠깐 나오는 역할인데도 하고 싶다고 그랬다. 그러다가 원래 하려고 했던 메인 주인공이 스케줄 때문에 빠지게 되었다. 아직 많이 캐스팅이 안 된 상태에서 서인국 배우가 생각나서 물어보았고, 너무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성사된 것이다.”
Q. 메인 주인공이지만 서인국의 분량이 너무 적은 것 아닌가.
▶하병훈 감독: “파트2를 보면 ‘아, 과연 서인국이 주연이구나’ 여길 것이다. ‘파트1’은 조금 가볍게 나갔다. 감정위주로, 코믹도 넣었다. 블랙코미디지만. 사람들이 이 작품을 볼 때 게임 보듯이 하고 싶었다. 각색하면서 서사를 그런 식으로 만들었다. 자살을 다뤄야하니 너무 어둡고 진지한 것이었다. 이런 어두운 이야기를 싫어할 것 같아서 송재섭(성훈)이야기도 넣고, 시원한 액션도 넣어 지루하지 않게 만들었다. [파트2]에서는 정말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 웹툰이 가진 메시지를 잘 살리려고 했다. 그래서 감정의 깊이가 많이 커진다. 서인국이 인생연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서인국 배우도 만족하더라. 한 신에서 서 배우에게 ‘아픈데 웃고 있는, 광기어린 미친 놈 같은 웃음을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 은신처 장면인데 서인국의 인생연기가 거기서 나온다. 5부에서는 짧지만 굵은 연기를 만날 것이다.”
Q. 감독이 생각하는 최고의 장면은?
▶하병훈 감독: “서인국의 명장면은 5부 엔딩신과 8부에서 보여줄 산 정상 신이다. 둘 다 웹툰에는 없는 오리지널 신이다. 두 신에서 보여주는 서인국의 연기가 너무 좋다. 아주 만족한다. 앞으로는 감정 신이 롤러코스터를 탈 것이다. 서인국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도 만족스럽다. [파트2]에서는 김재욱, 오정세의 장르물이 펼쳐진다. 오정세는 형사물이다. 이런 장르물 대본은 처음 써본 것이다. 원작과 많이 바뀐다. 찍으면서 김재욱, 오정세 배우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 장르물 대가, 특화된 배우에게 도움을 받은 것이다. 그냥 흘러가는 신이라고 생각했는데 두 분의 도움으로 힘을 많이 주는 신이 되었다. 김재욱의 경우 화가로 나오는데 광기의 찬 연기를 한다. 그 캐릭터를 사랑하게 되더라. 멋있으면 안 되는데 캐릭터인데 말이다. 김재욱은 서인국과 합이 잘 맞는 이재를 연기한 것 같다. 감정의 무게를 잘 전달받아 이야기가 매끄럽게 이어진다.”
Q. CG작업, 특수효과는 얼마나 들어간 것인가.
▶하병훈 감독: “원래 2월말 시작하여 9월 초까지 끝내야하는 일정이었다. 후반작업은 6개월이 필요한데 우린 3개월밖에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CG작업을 최소화 하자고 했다. 은신처 신에서만 주로 CG작업이 이뤄졌다. 장승조 액션장면에서 ‘우리 CG 없어요, 그냥 리얼로 가죠’하며 찍은 것이다. 2부에서도 그런 장면이 나온다. 거울에 반사되는 모습을 담는 걸 CG로 하려다가 그냥 아날로그로 찍은 것이다. 서인국이 보이다가 밑으로 앉으며 사라진다. 그 위로 강훈이 떨어지면서 안는 방식으로 찍은 것이다. 카메라 뒤에 수십 명의 스태프가 움직여야한다. 다행인 것은 18번만에 성공했다. 다들 한 번씩 NG를 낸 것이다. 유인수가 세게 때리기 시작한 것도 그런 이유이다. ‘오케이’했는데 스태프가 거울에 나왔다. CG작업 할 시간이 없으니 다시 찍었다. 할리우드에서도 이렇게 작업할까?”
Q. 성훈 배우의 스카이다이빙 장면은?
▶하병훈 감독: “그 장면은 당연히 풀CG로 생각하고 시나리오 쓴 것이다. 쓰면서 ‘왜 대한민국에는 톰 크루즈가 없지?’그랬었다. 촬영을 위해 스카이다이빙하는 업체를 찾았다가 성훈 배우 이야기를 들었다. 바로 전화했다. 성훈 배우는 자신이 왜 그렇게 뛰어내리는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그랬다. 촬영은 순조로웠다. 하루에 열세 번 뛰어내릴 수 있다. 해지기 직전까지. 그래서 하루에 13번을 찍었다. 한여름인데도 옷을 많이 껴입으니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감독님, 공짜로 뛰어내릴 수 있어 너무 좋아요’라고 하더라. 주말에만 뛸 수 있는 곳이다. 정말 성훈의 놀이터였다. 뛰어내리기 전에 연습을 따로 했다. 하늘에서 뒹굴고, 부딪히고 하는 것도 리얼이다. 연습을 계속한 것이다. 하늘에서 ‘살려줘’ 소리 지르는 것도. 성훈 배우는 고맙게도 우리 드라마 홍보하는 영상도 찍어 SNS에 올려줬다.”
Q. 장승조 액션 장면은 어떻게 찍은 것인가. 대교를 다 막고 찍는 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CG일 줄 알았는데, 방금 말한 것으로 보아선 아닌 것 같다.
▶하병훈 감독: “액션 장면은 콘티 작업해서 프리비전 작업을 거친다. 요즘 대규모 영화에서 다 그런 식으로 찍는다. 애니메이션으로 비슷하게 찍어 테스트하는 것이다. 현장에선 드론 컷을 많이 찍었다. 상가 장면은 ‘이렇게 지나가서. 카메라 옆으로 장승조 얼굴이 싹 지나가게~’ 식으로. 스물 번 정도 해서 한 컷을 건진다. 이걸 포기하고 찍을 것인가. 그런데 해야 했다. 드론 컷에 힘을 주고 싶었다. 이건 무술감독이 아니라 배우가 헬멧 없이 찍어야했다. 뒤에서 따라가서는 앞에서 배우의 얼굴을 보여주는 앵글을 잡기 위해. 대교 장면은 울산대교이다. 대교를 빌려 찍으면 멋있을 것 같았다. 시청자들이 여태 못 본 그림이 될 것이다. 그런데 울산대교 섭외하는 것이 이재욱 캐스팅 하는 것만큼 어려웠다. 6개월 거절, 거절, 또 거절이었다. 결국 허가를 받아냈다. 그 장면 풀CG로 찍으려면 예산도, 시간도 안 되었다. 결국 저녁 10시에서 5시까지 주말에만 5회차로 완성시켰다. 제작비는 OTT 작품들 평균단가보다는 높지 않지만 티빙 작품으로는 역대급일 것이다. 제작비 때문에 CG를 줄이고, 현장에서 아날로그를 최대한 넣은 것이다.”
Q. 박소담 배우에 대해.
▶하병훈 감독: “박소담 배우가 우리 작품을 컴백작품으로 선택한 것에 대해 고마웠다. 쉽지 않은 작품을 선택한 것이다. 익숙한 작품이 아니다. 완전한 연기변신이 필요하고, 누가 해도 호불호가 있는 캐릭터이다. 현장에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힘든 것 왜 이야기 안 했냐고 물어보니 ‘현장이 바쁘게 돌아가는데 어떻게 이야기하느냐’고 그러더라. 사람들이 배려하는 모습이 더 힘들었을 것이라고 그랬다. 프로처럼 임해주어 고마웠다.”
Q.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
▶하병훈 감독: “[파트2]를 보면 명확해질 것이다. 원래 웹툰에서는 13번인데, 저는 12번으로 바꿨다. 그것을 시계로 형상화했다. ‘12’에서 시작하여 다시 된다. 시청자에게 옵션같은 것이다. 고심하며 쓴 대사 중에 ‘인간은 죽은 뒤에 살려고 발버둥 친다 말야. 살았을 때 그렇게 좀 살지 그랬어.’라는 게 있다. 저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죽어서 후회하지 말고 지금 더 노력하자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집 나가면 고생인데 죽으면 더 고생이다. 더 고생하기 싫으면 살아라. 이런 느낌이다. 저한테 한 이야기이다. 작품 만들면서 힘들 때마다 생각하는 것이다. 실패해도 좋으니 나아가야하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시나리오 쓰면서 희열을 느낀 대목이 있다. 이재가 죽은 이유는 하나하나 따져보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결국 돈 때문에 죽은 것이다. [파트2]에 오정세의 이야기 중 ‘나, 돈 필요 없는데..’ 그런 말을 한다. 그 장면 찍으면서 내가 이 이야기를 하려고 여기까지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재가 그렇게 된 이유, 오정세가 그런 말을 하는 과정. 실패해도 좋으니 계속 나가야하는 이유를 찾게 되는 과정이다. 제가 이야기하려고한 메시지이다.”
Q. 하 피는 예능피디 출신이다. 어쩌다 티빙 오리지널을 찍게 되었는지. 원래 꿈이 영화감독이었는지.
▶하병훈 감독: “원래 영화감독이 꿈이었다. 영화 쪽에 가려다가 너무 힘들었다. 내가 최이재였다. 학자금 대출도 갚아야하고. 7년 사귄 여자 친구와도 헤어지기 싫었고. 아, 우린 결혼했다. 그 때 <조선명탐정>을 보는데 감독이 ‘김석윤’이었다. 찾아보니 (KBS) 예능국PD였다. 예능국 피디도 영화 찍을 수 있구나. 나도 KBS 예능국 피디 되면 영화도 찍을 수 있겠지. 열심히 살다보니 피디가 되었다. 김석윤 피디는 그때 JTBC로 이적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너가 내 얘기 하고 다닌다며? 힘들었겠다”그러시는 것이다. 예능국에서 드라마를 찍는게 어떤지 잘 아시는 것이다. 그때 만났는데 많이 도와주셨다. 회사는 다른데 조언도 많이 해 주시고, 스태프도 소개해주시고. KBS에서 <고백부부> 끝내고 나니 JTBC로 오라는 것이었다. 예능국에 계속 있었으면 예능프로그램을 만들어야하니. 그때 드라마를 너무 하고 싶었다. 김석윤 피디는 <눈이 부시게>와 <나의 해방일지>를 만들었다. <눈이 부시게>는 내가 너무 좋아하는 드라마이다. 그 감성이 이번 작품에 많이 들어온 것 같다. 코믹하면서도 휴먼적인 감성이 잘 배합된 작품들이다. <눈이 부시게>를 보고 감동받으셨다면, 그 정도는 아닐지라도 그 감성이 묻어있을 것이다.“
(이 작품을 본 김석윤 피디의 반응은 어땠나?) “제일 먼저 전화를 주셨다. 캐스팅 장난 아니고, 그림 너무 좋고, 너가 나보다 낫다고 하셨다. 그렇게 말하시는 분이다.”
Q. 예능피디와 영화감독의 길에 대해.
▶하병훈 감독: “방송국 들어가면 매달 돈 들어오고, 빚 갚고, 언젠가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도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운이 좋아서. 9년을 어떻게 버텼는지 모르게 버텼다. 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항상 말 하는 사람이었다. 피디가 될 것이라고 떠들었지만 실제로 5~6년 걸렸다. KBS 들어가서도 ‘난 시트콤 하고, 드라마 할 거야’라고 맨날 그랬다. 밥 먹고, 술 마실 때마다. 그러다가 6년째 되던 해 국장님 ”너 드라마 하고 싶다며? ‘마음의 소리’ 판권이 들어왔는데 너 해!“ 그러셨다.” (요즘은 무슨 소리 하고 다니나?) “4년째 상 받을 것이라고 그런다. 사람들이 상 언제 받냐고 그런다. 4년째” (무슨 상을 기대하나. 아카데미? 칸?) “아니. 연초에 회사에서 물어봐서. JTBC에서 연말에 주는 상이다. 언젠가는 이뤄질 것이다. 이번 드라마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간절히 원할 때 이뤄진다.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오는 것이다. 영화도 만들 것이다. 꼭 할 것이다.”
Q. <이재, 곧 죽습니다>가 파트2까지 다 공개되고 나서 시청자들로부터 어떤 평을 받고 싶은가.
▶하병훈 감독: “‘오늘은, 혹은 내일은 살만한 희망이 있다’고 말하거나, ‘다시 꺼내보고 싶은 드라마’라는 말은 듣고 싶다. 이 드라마를 보고 ‘나도 다시 해보려고 해’라는 마음을 갖게 되었으면 좋겠다. 이번 작품 준비하면서 자료조사를 많이 했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편지, 가족들에게 쓴 편지를 많이 보았고, 그런 것들을 대본에 녹여 넣었다. 멋있는 대사를 하려고 한 것이 아니다. 그분들의 멘트를 잊을 수가 없다. 그것 보고 자극 받은 것이다. 자료조사하며 취합한 것, 느낀 것을 납골당 장면에서 김미경 배우 대사에 집어넣었다. 그분들의 대사인 셈이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이재, 곧 죽습니다] [파트1](1화~4화)은 지난 달 15일 공개되었고, [파트2](5화~8화)는 1월 5일 공개될 예정이다. 원작 웹툰의 제목은 ‘이재’가 아닌 ‘이제’이다. (‘이제, 곧 죽습니다’) 서인국, 박소담, 최시원,성훈, 김강훈, 장승조, 이재욱,이도현, 김재욱, 오정세, 김지훈, 고윤정, 김성철, 유인수, 려운, 김미경 등 출연진이 그야말로 ‘드라마 적어도 3개급이다!“
[사진=티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