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4일) 방영된KBS 드라마스페셜 단막 2013 ‘연우의 여름’(극본 유보라, 연출 이나정)이 배우들의 연기, 섬세한 극본과 연출에 따뜻한 음악까지 완벽하게 어우러지며 시청자들에게 가슴 뿌듯한 감동을 선사했다.
‘연우의 여름’의 주인공 연우(한예리 분)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연우수리점’을 운영하고 바에서 노래를 부르는 알바를 하면서 자기의 노래를 만드는 ‘88만원 세대’ 청춘이다. 연우 엄마(김혜옥 분)가 사고를 당하며 연우는 엄마의 ‘대타’로 빌딩 청소 일을 시작한다. 그리고 거기서 옛날 동네 친구이며 대기업 홍보실 아나운서로 꽃미모를 자랑하는 지완(임세미 분)을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연우의 여름’에 등장하는 청춘들의 모습은 짠하다. 이른바 ‘비정규직’인 연우는 계속 ‘대타’를 뛰는 신세고, 번듯한 직장이 있는 지완과 윤환도 조직 생활을 몸에 익히느라 나름 바쁘고 고달프다. 이런 현실이 배경으로 깔리면서 연우의 “현실이 비루하다고 꿈 꾸는 것까지 거지같으라고?”하는 강변이 더욱 처절하게 들린다.
한예리는 주눅이 들어 지완과 윤환에게 우물쭈물 말하지 못하는 초라한 연우부터 노래를 만들 때 행복한 연우까지 다양한 표정과 심리를 소화하며 다부진 연기를 보였다. 임세미는 은근히 연우를 깔보면서 필요할 때는 이용하는 여우지만 유부남을 짝사랑하다 거절당하는 지완 역을 잘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김윤환 역의 한주완은 이 드라마에서 신인답지 않은 안정된 연기를 보여 주었다. 엄마 역의 김혜옥과 바의 여사장 지영 역의 정수영, 엄마의 동료 역 황정민, 그리고 까메오로 출연한 김영옥, 김광규 등 개성 강한 중견들의 농익은 연기 덕분에 드라마가 훨씬 풍성해졌다.
음악감독을 맡은 가을방학의 정바비는 극의 전개와 인물의 심리를 표현하는 촌철살인의 음악으로 시청자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그리고 핸드크림 같은 소품을 이용한 인물의 심리 묘사가 일품이었던 극본, 극본 상의 암시와 복선을 시각화한 섬세한 연출이 시청자들을 단막극의 매력에 푹 젖어 들게 했다.
결국 연우는 만류하는 지완을 뿌리치고 윤환에게 사실을 고백한 후 원래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온다. 연우는 지완의 이름으로 시작한 연애가 달콤해질수록 더욱 초라해지고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그렇지만 용기를 내서 고백을 한다. 드라마의 마지막을 장식한 연우의 노래 ‘제 이름은요’가 감동적인 건 ‘대타’가 아닌 제 자리로 돌아와 비로소 환하게 웃는 연우 때문일 것이다.
누리꾼들은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은 기분”, “배우들 너무 멋지다” “한예리 매력적이다”, “따뜻한 미소를 짓게 하는 내용과 잔잔한 여운이 좋았다”라며 호평을 이어갔다.
한편 KBS 2TV ‘드라마스페셜 단막 2013’은 매주 수요일 저녁 11시 10분에 방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