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베어스
20년 간 영화제작 금지 선고를 받고도 세계 3대 영화제를 석권한 이란의 거장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최신작 <노 베어스>가 1월 10일 개봉을 예고한 가운데, 극중 망명길에 오르는 ‘자라’ 역의 미나 카바니가 실제로 난민으로 프랑스에 체류중이라는 사실이 화제가 되고 있다.
<노 베어스>는 이란의 거장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직접 출연하는 셀프 다큐 형식의 영화로, 출국금지로 인해 촬영 현장에 갈 수 없는 감독이 국경 마을에 머물며 원격으로 촬영을 진행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2022년 베네치아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고 뉴욕타임스가 선정하는 2022년 최고의 영화 10편에 <헤어질 결심> 등과 함께 소개되었다. 실제 감독은 2010년 반체제 활동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20년 간의 출국금지, 영화제작 금지를 선고받았지만 굴하지 않고 작품 활동을 이어 나간 결과 세계 3대 영화제의 작품상, 각본상 등을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노 베어스
미나 카바니는 2014년 세피데 파르시 감독의 영화 <레드 로즈(Red Rose)>에서 누드 씬을 찍은 후 이란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10년간 프랑스에서 망명 생활을 했다. 이란 정부가 그녀를 ‘이란 최초의 포르노 여배우’라 부르며 그녀를 맹비난 했기 때문. 여성이 카메라 앞에서 히잡을 벗는 것만으로도 죄가 되는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는 결국 2022년 ‘히잡 시위’로 폭발하게 된다.
카바니는 <노 베어스>에서 연인과 터키에서 프랑스로 탈출하려는 이란 여성 ‘자라’를 연기했다. 이란에서 한발짝도 나갈 수 없는 감독이 이란으로 들어올 수 없는 배우가 만나 영화를 만드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실제 촬영도 이란의 국경 마을에 머물고 있는 감독이 영상 통화로 터키 촬영 현장과 소통하며 이루어졌다. 카바니는 타임(Time)과의 인터뷰에서 초반에 감독이 현장에 없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꼈지만 감독과 예전부터 호흡을 맞춰온 스텝들의 노련함과 감독의 응원 덕분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나 카바니는 2022년 베네치아 영화제에서 히잡 시위의 여파로 다시 체포 구금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을 대신해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노 베어스> 프리미어 상영 현장에서는 심사위원단장인 배우 줄리안 무어 등과 레드 카펫을 걸으며 감독의 석방을 요구하는 침묵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미나 카바니는 당시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어떻게든 영화를 만들 것이다. 아마 감옥에서 다음 영화를 구상 중일 것”이라고 말해 정부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향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불타는 열정을 상기시켰다.
감독은 이란에서, 배우는 터키에서, 난이도 극강의 영화제작 스킬을 보여준 <노 베어스>는 1월 10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사진=엠엔엠인터내셔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