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막을 내린 tvN 토일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에서 주인공 커플 이나영-이종석 두 사람의 로맨스와 함께 로맨틱하면서도 현실적인 연애의 모습을 보여준 여배우가 있다. ‘도서출판 겨루’의 콘텐츠개발부 편집팀 송해린 대리를 연기한 정유진이다. 극 중 송해린은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 솔직한 감정 표현은 물론 자신의 감정을 이해시키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모습으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또한 남녀 주인공의 러브라인을 응원하는 쿨한 모습은 이제까지 없던 서브 캐릭터로 호평을 얻었다.
정유진은 어린 나이(중학생)에 런웨이에 서기 시작한 모델 출신으로 좀 늦은(?) 나이에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SBS,2015)에 출연하며 연기생활을 시작했다. <로맨스는 별책부록>의 마지막 회가 방송되기 전에 그를 만나 드라마 출연 소감을 들어봤다.
“촬영은 1주일 전에 끝났다. 대본이 일찍 나왔던 작품이다. 6회분이 나온 상태에서 촬영을 시작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로맨스가 필요해>를 쓴 정현정 작가의 작품이다. 정말 좋아한 드라마였다. 게다가 감독은 <처음이라서>(온스타일, 2015)의 이정효 피디님이다. 인연이 되어 다시 작업을 같이 하게 되었다.”며 이번 작품이 너무 마음에 든다고 거듭 말한다. 드라마는 이나영-이종석의 해피엔딩과 더불어, 북 디자이너 지서준(위하준)과 송해린(정유진)의 로맨스를 암시하며 끝난다.
● 드라마 결말에 대해서는?
“저희 드라마다운 결말인 것 같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떠나보내기가 아쉽다.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면서 “그 부분에 대한 스토리가 있다. 방송이 더 길어져야하는데 아쉽긴 하다. 따뜻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재밌게 보았다”
● 출판사 모습이 흥미롭다. 실제 출판사에서 촬영한 부분은?
“파주의 출판사 장면도 있다. 물론, 대부분의 장면은 안성 세트장에서 촬영되었다. 공들여 찍은 책들을 파쇄하는 장면은 파주에서 찍었다. 책이 만들어지는 곳에서 출판되는 과정을 직접 보니 너무 신기했다. 책 표지가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모든 것이 어렵다. 오탈자를 하나하나 찾아내는 세심함. 출판에 대한 문외한이었는데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직접 보게 되니 책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다. 이번에 출판사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하게 되니 책이 더 소중하게 보인다. 그리고 책을 펼치면 저자이력, 이런 것도 보게 되더라.”
● 극중 송해린은 독하고, 차가운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 반대 느낌도 준다.
“타이틀은 ‘얼음마녀’이다. 자기 일에 아주 열정적이다. 사내 위계질서도 명확하고. 흐트러짐 없이 일 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차갑게 여긴다. 그렇지만 강단이(이나영)를 괴롭히거나 그러진 않는다. 너무 일을 열심히 해서 그런 것이다.”면서 “일을 열심히 하면 인정을 해 주더라”고 덧붙인다.
● 이종석에 대해
“‘더블유’때와는 다르다. ‘더블유’는 장르 자체가 판타지였다. 만화 같은 분위기로 더 차갑고 도도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이번 작품은 누구나 해봤을 짝사랑으로 시청자들이 공감을 해 주시는 것 같다.”
“차은호를 연기한 이종석은 너무 비현실적이지 않나. 저희들끼리 그랬다. 너무 완벽한 캐릭터라고. 연하남에, 잘 생기고, 키 크고, 능력까지 탁월하고. 작가님이 은호를 완벽하게 꾸민 것은 모두가 꿈꾸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던 모양이다. 지서준은 현실에서도 있을 법한 캐릭터이니 대비시켜 보여준 것 같다.”
● 짝사랑 캐릭터로만 나온다. 사랑받는 역할을 하고 싶지 않은가.
“그런 마음도 있다. 그것보다는 아직은 시도해보지 않은 장르에 도전해 보고 싶다. 굳이 로맨스나 사랑 아니어도. 다른 것도 보여주고 싶다.”
● 모델을 하다 연기를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모델을 오래 하다 보니 연기에 관심이 가더라. 모델은 사진을 찍히는 직업이다. 동영상도. ‘런웨이 아니면 사진’. 회사에서 광고 같은 영상 촬영을 많이 했다. 사진보다 더 많이 보여줄 수 있는 영상에 매력을 느꼈다. 자연스레 나도 연기가 하고 싶어졌다. 모델이란 것은 대사가 없는 배우인 셈이다. 대사를 하고, 상대와 호흡하고 싶었다. 모델일을 할 때 혼자 많이 연습했다. 드라마나 영화 보는 것 좋아하고, 오디션도 보고 그랬다. 그러다가 <풍문으로 들었소>에 나오게 되었고, 계속 연기하게 되었다.”
● 모델이지만 내성적이다
“모델도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난 외향적인 편은 아니다. 여기저기 잘 어울리는 성격이 아니어서. 소심해서 A형이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 경험하지 못한 캐릭터를 연기로 표출하고 싶었다. 간접적 경험이지만 매력 있는 직업이다. 행복하게 연기하고 있고, 시청자에게 좋은 연기로 에너지를 드리고 싶다.”
● 모델 경력이 특별히 도움이 되는 게 있나?
“모델을 해서 그런지 카메라에 대한 공포증이 없는 것 같다. 신인들은 그런 게 많다고 하더라. 안판석 감독님이 ‘풍문으로 들었소’ 캐스팅한 게 그런 이유였다. 오디션에서 카메라로 계속 찍고 있었는데 카메라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모습이 좋았다고. 그리고 모델은 아마 자기 몸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모델은 자기 몸을 쓰는 직업이다. 연기부분에서, 표현하는 면에서 유연하게 적응하는 것 같다.”
정유진은 이런 말을 덧붙인다. “모델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는 없으니까. 열심히 연기해서 저도 보답해야할 것 같다.”
● 패션쇼 현장 보면 모델이 굉장히 인기가 많더라.
“모델이란 직업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 예전엔 네이버에 찾아도 없었던 시절이 있다. 요즘엔 방송에 많이 출연하고, 다들 SNS활동을 열심히 한다. 멋있는 스타일의 사진 많이 올리니 일반인들도 관심 가지고, 팬들도 생기는 것 같다. 그렇게 바뀐 것을 보면 모델출신으로 뿌듯하기도 하다.”
● 영화에 출연한다.
“올해 개봉되는 <유열의 음악앨범>이라는 정지우 감독 작품이다. 김고은, 정해인 주연의 영화인데 작은 역이지만 즐겁고 행복하게 촬영했다. 너무 좋은 영화예요. 올 초에 촬영이 끝났다.”
● 단막극에도 출연했다.
“‘밀어서 감옥해제‘라고 ’나비잠‘을 찍은 정재은 감독님의 tvN 드라마스테이지 작품이다. 많이 배우고 느꼈다. 단막극으로 메시지가 분명하고. 교훈도 있다. 멋진 작품이라면 어떤 것도 가리지 않고 하려고 한다.”
● 드라마 제목이 <로맨스는 별책부록>인데, 예전에 잡지 사면 별책부록이 풍성했었다. 기억에 남는 별책부록이 있는가.
“”중학교, 아니 초등학교 때에도 잡지 사 보는 것을 좋아했다. 옷에 관심이 많았다. 그 때는 잡지사들이 부록경쟁을 펼쳤었다. 기억나는 것은 어그 부츠를 부록으로 준 적이 있다. 실제는 비싸니까. 한정판인 셈이다. 친구랑 서점 가서 산 기억이 있다. 요즘은 잡지도 없어지고 부록도 소소해지고, 그런 것 같다.”
●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다면.
“9화에서 지서준과 전시장에서 우연히 만나는 장면. 이게 좋아 캡쳐 해두었다. 우연이 인연으로 이어진다는 내용이다.” 이런 내용이었다.
어떤 한 순간을 누군가와 공유한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그 순간이 그저 우연일 뿐이라 하더라도
그 우연의 순간을 받아들이는 이들의 마음이 열려있다면,
순간은 또 다른 가능성으로 길을 뻗는다.
● 다음 작품은 정해졌나?
“아직. 휴식을 취하고. 좋은 작품으로, 좋은 연기로 보답해주고 싶다. 지금은 재정비가 우선인 것 같다.”
일 끝나면 영화 한 편 보고, 맥주 한 캔 마시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면서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는 정유진은 “롤의 크기에 연연하는 편은 아닌 것 같다. 매력 있는 캐릭터를 만나면 희열을 느낀다. 멋진 캐릭터에 감히 도전해 보는 날이 올 때까지 노력하겠다. 보시는 분들이 공감하고, 힐링되는 연기를 펼치는 연기자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참, 정유진은 B형이란다. (KBS미디어 박재환)
[사진=FNC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