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왓 이프...?'
지금은 디즈니 산하에 둥지를 튼 '마블'은 원래 만화책 출판사였다. 1939년 타임리 코믹스로 시작한 만화책은 그동안 세상에 없던 수많은 '코믹스 히어로'를 세상에 내놓았다. ‘캡틴 아메리카, 토르, 스파이더맨, 엑스맨, 판타스틱 포, 헐크, 아이언 맨, 닉 퓨리, 닥터 스트레인지, 호크아이, 블레이드, 퍼니셔, 데어데블, 타노스, 블랙 팬서, 고스트 라이더, 앤트맨,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등등등...’ 끝도 없다. 마블이 디즈니에 넘어간 뒤, 디즈니는 이른바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며 세계 극장가를 쥐락펴락하는 마블 블록버스터를 쏟아내었고,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를 통해 더욱 확장된 마블 세상을 촘촘하게 엮어냈다. 너무 많아서, 캐릭터 이름 외는 것은 고사하고 타이틀 따라잡기도 힘들 지경이다. 그런데, 이 넘치는 '홍수+과잉+범람, 과유불급'의 마블 월드에 참신한 작품이 세상에 선보였다. 2021년 8월(한국에선 12월), 디즈니+에서 공개된 <왓 이프...?>(원제:What If...?)이다.
<왓 이프...?>는 '마블 만화책'에서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존재 '왓처' 우아투의 소개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왓처'는 전지적 시점으로 지구와 온 우주에서 펼쳐지는 모든 현상,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다 살펴볼 수 있는 존재이다. 그런 존재가 '만약에~"라며 화두로 던지는 것이다. 매 에피소드마다 초반에 이런 말은 한다.
"시간, 공간, 현실. 모두 1차원적인 것이 아니다. 끝없는 가능성의 프리즘으로, 한 번의 선택이 무한한 현실로 가지를 뻗어 나가, 너희가 모르는 또 다른 세계를 만들지. 나는 왓처. 이 광활한 새로운 현실로 너희를 인도할 안내자다. 나와 함께 깊이 생각해보도록. '만약'에 대해."
2021년 <시즌1>에서는 모두 9편의 '만약..'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제목만 봐도 흥미롭다. "만약... " 캡틴 카터가 퍼스트 어벤져라면?/ 티찰라가 스타로드가 됐다면?/ 세계가 가장 위대한 영웅들을 잃었다면?/ 닥터 스트레인지가 손이 아닌 마음을 잃었다면?/ 좀비라면?!/ 킬몽거가 토니 스타크를 구했다면?/ 토르가 외동이었다면?/ 울트론이 이겼다면?/ 왓쳐가 맹세를 깼다면?... 이렇게 9편이다. 우리가 (시공사) 책으로, 극장 영화로 봤던 히어로의 이야기에서 벗어난다. 조금, 아니 많이. '진정한 멀티버스의 구현'이요 '시공간의 교착이 만드는 무한대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디즈니+ '왓 이프...?'
<시즌1>의 대성공으로 '당연히' <시즌2>가 만들어졌다. <시즌2>는 지난 22일 에피소드1을 공개한 뒤 특이하게도 매일 새로운 에피소드를 공개하고 있다. 아마도, 마블/디즈니플러스가 처음 시도하는 '일일 애니메이션 드라마'인 듯. '시즌2'도 제목만으로 흥미롭다. "만약에..." 네뷸라가 노바 군단에 합류한다면?/ 피터 퀼이 지구 최강의 영웅들을 공격한다면?/ 해피 호건이 크리스마스를 지켜냈다면?/ 아이언맨이 그랜드마스터를 만난다면?/ 캡틴 카터가 히드라 스톰퍼와 싸운다면?/ 카호리가 세계를 재구축한다면?/ 헬라가 텐 링즈를 발견한다면?/ 어벤져스가 1602년에 모인다면?/ 스트레인지 슈프림이 개입한다면?... 이다.
아이언맨이나 닥터스트레인지, 타노스 등 어깨 좀 쓰는 히어로만이 주인공이 아니다. 그 위대하고 엄청난 슈퍼히어로의 뒤편에서 조용히, 묵묵히 자리를 지키던 서브 캐릭터들이 '새로운 가능성'을 펼치는 것이다. 그래서 네뷸라가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해피 호건 아저씨가 존 매클레인이 되어 크리스마스에 위기에 빠진 어벤저스 타워를 사수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캡틴 카터가 히드라 스톰퍼가 된 스티브 로저스를 구하기 위해 눈물겨운 사투를 펼치기도 한다.
디즈니+ '왓 이프...?'
<시즌2>에서는 전혀 새로운 마블 히어로가 처음으로 등장한다. 6편의 '카호리'이다. 아스가르드가 파괴된 뒤 테스랙트가 불시착한 곳은, 식민지 이전의 한 인디언 마을 뒷산에 있는 신비의 호수. 젊은 모흐크족 여성 카호리는 이곳 호수에서 스페이스 스톤을 통해 차원이동과 슈퍼 파워를 얻게 된다. 이때 그들의 마을을 쳐들어와서 학살하는 스페인 백인 정복자들(콩키스타도르). 슈퍼파워 인디언걸 카호리의 화려한 전쟁이 펼쳐진다. 이 에피소드는 특이하게도 '모흐크 언어'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마블(디즈니+)는 리얼리티를 위해 오랜 기간 모흐크 언어 수업에 나섰다고. 디즈니에 '포카혼타스'가 있었다면 이젠 마블이 '카호리'는 인디언 영웅 캐릭터를 만든 것이다.
마블 영화를 좋아한다면, 혹은 지겨워졌다면. 커다란 스크린에 싫증이 났다면 '디즈니플러스'에 접속하여 '왓 이프'를 보는 것도 재밌을 것이다. 아무거나 봐도 재밌고, 특히 좋아하는 캐릭터와 관련된 '변경된 차원의 이야기‘를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어쨌든 디즈니+는 세 번째 시즌도 준비하고 있다니 어디까지 이야기가 비틀어져서 뻗어나갈지 기대가 된다. ’만약에...‘장주원이 헐크, 김두식이 캡틴 아메리카가 된다면...’이 될지도. 차원은 확대되고, 상상력은 폭발하니 말이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