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국
가수이자 배우인 서인국이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이재, 곧 죽습니다]의 타이틀 롤 ‘최이재’를 연기했다. 살아생전 취업문 앞에서 좌절하고, 친구의 사기로 고생만 하던 이 청년은 결국 높은 빌딩에서 뛰어내리며 젊은 생(生)을 마감한다. 그리고는 지옥의 문 앞에서 ‘죽음의 신’(박소담)을 만나게 되고 기괴한 게임을 하게 된다. 앞으로 ‘12번의 죽음’을 겪게 될 것이란다. 서인국은 이제 각기 다른 사람의 몸을 통해 ‘억울한 죽음’과 ‘소중한 삶’에 생각해 보게 된다. 서인국 배우를 만나 정말 죽을 만큼 고생하는 12번의 삶을 겪게 되는 ‘최이재’의 소감을 들어봤다.
Q. <이재, 곧 죽습니다>에 출연한 소감은.
▶서인국: “원작 웹툰을 재미있게 봤었다. 웹툰 보고 대표님에게 이건 드라마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랬었다. 이미 다른 회사에서 만든다고 하더라. 그래서 하병훈 감독님과 함께 하는 것만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원래는 다른 역할이었는데 감독님이 최이재를 해보겠냐고 해서 당연히 하겠다고 그랬다. 소재가 너무 신선했다. 이재는 삶에 치어 결국 안 좋은 선택을 하게 된다. 죽음을 하찮은 도구일 뿐이라고 생각하는데, 12번의 삶과 죽음을 직접 경험해 보라는 이야기가 신선했다. 12번의 죽음과 삶을 겪으면서 얻게 되는 교훈 포인트가 끌렸다.”
서인국
Q. 캐릭터를 만드는 방식은.
▶서인국: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사랑을 받은 원작이었지만 대본을 보고는 내 기억 속의 원작을 봉인해두고 싶었다. 원작 캐릭터와 하병훈 감독이 만든 캐릭터 결이 비슷한 점도 있겠지만 성격이 다른 부분이 있다. 세계관이 다른 평행우주에 있는 이재의 상황을 표현하고 싶었다. 마치 멀티버스 속 이재처럼.”
Q. 드라마 속 이재를 연기할 때 신경 쓴 부분은.
▶서인국: “원작에도 찌질한 면이 있었지만 드라마에선 좀 더 그런 면이 부각된다. 초반에 내성적이고 소심한 면을 더 부각시켰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잃었을 때, 그 절망감이나 불행함에 포커싱 되었을 때, 그의 선택에 대해 ‘저런 선택을 했구나’ 생각이 들도록 연기하려고 했다.”
Q. 마음에 드는 장면이 있었나.
▶서인국: “지옥을 보는 신이 기억에 많이 난다.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저런 표정이 나오구나, 연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 신을 위해 다른 작품을 따로 찾아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제가 만화도 좋아하고, 판타지도 좋아하다보니 그런 상황의 작품이 떠올랐다. <콘스탄틴>에서 지옥에 들어갔다 나오는 신, <이블데드>에서 괴물이 등장하는 지옥 신 같은 장면 말이다. 물론 촬영 현장에는 내 앞에 강풍기가 있고, 스태프가 지나가지만 땅이 들끓고, 지옥에 고통 받는 사람들이 상상이 되었다.”
서인국
Q. 촬영하며 어려웠던 부분은?
▶서인국: “가장 어려운 것은 목을 자주 꺾어 담이 오는 것? 촬영은 그렇게 어렵지 않은 것 같다.”
Q. 많은 ‘이재’들이 등장한다. 촬영은 어떤 식으로 진행했는지.
▶서인국: “다들 바쁜 배우들이라서 만나기도 쉽지 않았다. 감독님이 리딩을 두 번 나눠서 했다. 나는 다른 이재를 직접 만나는 신도 없고, 시간도 없었다. 감독님과 리딩하고, 녹음했다. 초반 촬영한 것과 감독님이 생각한 것으로 최이재를 디렉팅하는 방식이었다. 내가 찍은 화면을 공유하며 촬영을 했다고 한다. 그 다음에 그들이 연기했던 것을 보고, 그 연결점에 맞춰 다시 연기했다. 그런 식으로 촬영했다.”
“다른 이재들이 겪게 되는 12번의 죽음이 어떤지 볼 수 있었다. 그들이 어떤 고통을 겪고, 죽을 때 어떤 포즈였는지 명확하다. 감독님이 그 영상을 보여주었고, 나는 그 다음 장면을 이어받으면 된다. 깨어나서 그 상황, 그 고통을 이어받은 것이다. 감독님이 대단하신 게 최이재 캐릭터를 먼저 촬영하고 저의 소스를 보여주고 각자의 촬영스케줄에 따라 12명의 이재를 촬영하는 것이다. 그래서 열두 명의 최이재가 등장하고 그들의 모습이 다름에도 자연스럽게 드라마에 빠져들 수 있었던 것 같다.”
Q. 어떤 이재가 가장 인상적이었는지.
▶서인국: “주변에서 이재욱씨를 많이 이야기하더라. 저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모든 배우들이 그랬다. 보면서 내가 저걸 더빙을 했었나 싶을 정도로 제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분명 제 목소리가 아닌데 성대모사를 했나. 진짜 대단한 배우들이시다. 상황에 맞게 최이재스럽게 연기한 것이다. 제가 헷갈릴 정도로 표현해낸 게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Q.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는.
▶서인국: “저는 ‘아기’가 기억에 남는다. 그 장면 전에 최이재가 ‘죽음’(박소담) 앞에서 도발한다. ‘난 이길 수 있어.’라고. 그런데 눈을 딱 떴을 때 아기가 되어 있는 코믹한 요소가 재밌었다. 애기가 표정을 짓는데 뭘 알고 연기를 했겠는가. 모든 스태프가 그 표정이 나올 때까지 대기하고 노력했을 것이다. 내레이션이 ‘어, 내가 애기야?’할 때의 표정이 있다. 말도 안 되게 아기 연기가 자연스럽다. 연기가 이렇게도 어렵고 고차원적인 부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기이지만 저건 배워야지 생각했다. 감독님의 철저한 계산이 있었을 것이다. 아기에게서 그 표정이 나올 때까지 스태프가 둘러서서 기다렸을 것을 생각하면 재밌다.”
Q. 직접 연기해 보고 싶은 ‘최이재’의 연기가 있다면.
▶서인국: “파트2에 나오는 인물인데 제가 좋아하는 에피소드이다. 힌트만 주자면 잔인한 신이다. 최이재가 그런 선택까지 해야 하는가. 정말 미친 놈 같다. 처음에 찌질하고 소심했던 애가 이렇게까지 되는구나. 극한상황이 반복되면서 엄청난 스트레스와 갈망이 뭉쳐져서 그런 식으로 감정이 표출되는 것이다. 그 선택이 대단하다. 그 신이 기대가 된다.”
Q. 크로마키 촬영은 어땠는지.
▶서인국: “그런 촬영은 처음이었다. 진짜 그런 연기 해보고 싶었다.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나의 피지컬로 연기해 보고 싶었는데 어렵더라. 결과적으로 봤을 때 현장에서 단합심이 느껴졌다. 감독님 레퍼런스를 미리 보여주었다. 이렇게 해서 이런 모습이 될 것이라고. 서로의 상상이 합쳐진 결과물을 봤을 때 만족감이 컸다.”
Q. 박소담 배우는 현장에서의 배려에 대해 고맙다고 한다.
▶서인국: “오히려 저희들이 소담씨에게 고맙다. 촬영하기 전에 박 배우는 컨디션 난조가 생길 수 있으니 양해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감독님도, 저도 ‘스탭은 다 네 편이다. 절대 미안하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했었다. 그런데 막상 촬영 들어가서는 한 번도 그런 걸 못 느꼈다. 미안할 정도로, 전혀 모를 정도로. 소담 배우가 우리들을 배려한 것이다. 동료로서 합을 맞추고 배려하려고 했다.”
Q. 우는 장면이 많았다. 감정 소진이 많았을 것 같다.
▶서인국: “사실 우는 연기는 많이 지친다. 아침에 울고, 또 울고. 너무 힘이 들었다. 이건 보상해야겠다면서 맛있는 거 많이 먹었다. 피자랑 중국음식. 정말 한 동안은 눈물 신 찍고, 와이어액션 신 찍고, 그것 끝나면 다시 눈물 신 찍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데 이렇게 심할 줄 몰랐다. 이번에 하면서 너무 무서웠다. 사실 짧은 순간인데 말이다. 앞으로도 이런 장면 나온다면 잘할 자신이 없다. 아직은.”
'이재,곧 죽습니다'
Q. 많은 이재가 등장하는데 가장 흥미로운 이재는 누가 연기한 것인가.
▶서인국: “모든 캐릭터가 매력적이다. 이건 스포인데, 김재욱 선배가 한 캐릭터가 재밌었다. 이재가 만들어내는 상황인데 그 에피소드가 어떤 변환점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신이다. 더 이상 이야기하면 안 된다. 원래 ‘아기’이야기도 하면 안 되는 것이었는데 제작발표회때 그 이야기를 한 것이다. 감독님이 ‘너, 스포 금지야’라고 하셨다.”
Q. 이재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려면, 일단 공감해야할 것 같은데, 어떤 식으로 접근했나.
▶서인국: “그 점에 대해서 감독님에게 물어봤다. 드라마의 서사가 분명한 설득이 있어야하는데 이건 짧은 순간에 전개된다. 감독님은 이렇게 설명해 주었다. 이재 캐릭터는 소심하고 내성적이다. 그런 와중에 자기 불행만 생각하는, 자격지심이 있는 존재란 것이다. 자기가 모은 전 재산을 10년지기 친구에게 사기 당한다. 친구도, 돈도, 게다가 사랑하는 사람과도. 겨우 취직할 것 같았는데 비 오는 날 집에 돌아와 보니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있다. 이 모든 것이 단 하루에 일어난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이다. 꿈꿔왔고, 노력해온 모든 것이. 자기가 있어야할 곳까지 다 잃어버린다.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7년간의 자격지심, 불행감이 한 데 뭉친 사람이다.”
Q. 현실적이면서도 판타지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서인국: “이재 같은 성격의 인물은 현실에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의 이재는 극한의 극한의 연속이다. 죽음을 12번씩이나 겪게 되는 판타지의 인물이다. 드라마는 죽음, 그 이상을 표현하려고 한다. [파트2]에서는 더 극대화된다. 뭔가 재미있게, 연기적으로 더 할 수 있는 작품이어서 재밌었다. 사극이나 죽음에 임박해서 겪는 공포감이 아니라면 일상에서 만나보기 힘든 캐릭터일 것 같다.”
'이재,곧 죽습니다' 제작발표회
Q. 12번의 죽음 같은 세계관에 대해.
▶서인국: “죽음은 공포스러운 것이다. 한 번도 무서운데 12번이나 겪는다는 것은 엄청난 형벌이다. 나는 게임이나 만화를 좋아한다. 그 이유는 작품마다 세계관이 뚜렷하기 때문이다.게임 ‘디아블로’의 경우에서 그 탄생 배경부터 살아가는 사람들의 세계관이 뚜렷하다. 그 안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재, 곧 죽습니다>도 그 안에서만 볼 수 있는 세계관이 있다. 표현도 재밌었다.”
Q. 일종의 환생을 다룬 것이다. 서인국 배우의 환생은?
▶서인국: “이건 좀 우스운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데, 옛날엔 난 한 마리 새가 되고 싶었다. 다시 태어나면 자유롭게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날고 싶었다. 물론, 가능하다면 나로 태어나고 싶다. 다시 태어나도 기억만 안 잃었으면 좋겠다. 요즘 자주 보는 웹툰은 ‘회귀’를 다룬 웹툰이다. 나는 이세계물(異世界物)을 너무 좋아한다. 요즘 회귀물은 레벨업을 다 하더라. 스킬을 쓰고. 사실상 히어로물의 총집합체 같다. 게임하는 기분도 들고. 이런 게 작품으로 나오면 주인공 하고 싶다.” (작품을 하나 추천한다면?) “요즘 본 게 <헬크래프트>이다. 네이버웹툰인데 작품이 될 것 같다. 아니다. 시즌1 끝날 때 지옥 가는데 안 될 것 같다. 제작비가 어마어마하게 들 것이다. 손익분기점도 생각해야 되니. <데스노트> 같다. 인물 뒤에 악령이 있는 그런 느낌. 7대악마가 나오는데 지옥 장면은 다 CG로 해야 할 것이다.”
Q. ‘엣지 오브 투모로우’처럼 미래를 바꿀 수 있을 것 같은가.
▶서인국: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정말 좋아하는 영화이다. 타임루프에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가 없다. 집에서 술 마시며 자주 보는 영화이기도 하다. 차이점이 있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원데이로 돌아가며 선택점을 계속 바꾼다. 자기의 선택으로 바꿀 수 있는 희망이 있다. <이재>의 경우는 반복되는 게 아니라 항상 새로운 죽음이 찾아오니까 자기가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비행기가 폭발하는 것을 미리 알 수도, 아기로 태어날 줄도 모른다. 제가 <엣지>의 인물이라면 반복하면서 점점 강해질 것이다. 그런데 최이재만큼의 결말에 도달하긴 힘들 것 같다. <파트2>에 나오는데 최이재가 이렇게까지 한다고? 그런 감정선이 있다.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갑자기 각성을 해서....”
Q. 가수이자 배우이다. 이번에 OST(“기적은 없어도”)도 불렀다.
▶서인국: “서인국은 가수이자 배우이며, 뮤지컬배우이다. 앨범 낼 때, 작품 낼 때, 뮤지컬 나올 때, 그때그때 최선을 다할 뿐이다. 이번 드라마 OST는 감독님이 먼저 제안을 주셨다. 엔딩곡으로 나오는 것인데 괜찮겠냐고. 저는 제가 제 목소리로 연기하고 노래까지 부르는 게 이질감이 생기지 않겠냐고 그랬다. 감독님은 네가 부른다고 생각하지 말고 최이재가 부른다고 생각하고 불러달라고 했다. 노래를 들어보면 독백하듯이, 잔잔하게, 기교 없이 부른다. 사람들이 정말 최이재가 부른다고 말해주시더라. 느낌이 달랐다.”
Q. 파트1이 충격을 주고 끝났다. 파트2는 어떻게 전개되는가.
▶서인국: “시청자와 같은 마음이다. 굳이 지수까지 그렇게 해야 했나. 이 드라마의 중심교훈은 캐릭터가 자신의 불행에 포커싱되어 있어서, 자신의 선택 때문에 주변사람의 고통을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이렇게 된 것이 아니라 그 이후에 계속해서 발생되는 고통들이 명확하게 보이는 작품이다. 파트2에서도 그런 것이 명확하게 설명될 것이다. 이재는 열두 번을 순순히 당하지만은 않는다. 이재가 아주 머리가 있는 친구라서. 스포는 주의하고.”
Q.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
▶서인국: “드라마 교훈이 있다. 사소한 부분도 살다보면. 아무 것도 안하고 가만히 보낸 하루도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것이 의미 없이 보낸 시간이 아니라 날 편안하게 쉬게 해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작은 것에서도, 평범한 삶에 대해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 드라마를 보시는 시청자도 느꼈으면 좋겠다.”
Q. 앞으로의 작품 계획은. 연기와 가수활동 병행은 어떻게 해 나갈 것인지.
▶서인국: “능력이 된다면 다 하고 싶다. 한 번에 다 할 수는 없으니까 마음에 드는 작품, 하고 싶은 작품 만나게 되면 죽을 때까지 해보고 싶은 생각이다. 죽을 때까지 일을 하겠다는 이야기죠. 일단 크리스마스에 공연이 있다. 저는 연말이나 기념일, 생일 같은 것을 크게 생각 안하고 잔잔하게 지나는 것을 좋아한다. 아마 친구들이랑 소주랑 삼겹살 구워먹으면 보낼 것 같다. 그걸 제일 좋아하니까.”
서인국
Q. 2024년 목표는?
▶서인국: “목표는 항상 넘친다. 1월 5일 <이재, 곧 죽습니다> 파트2가 나오면 세계인이 깜짝 놀랐으면 한다. 앨범도 나오는데 사랑해 주세요. 그리고 또 다른 작품으로 만날 것 같은데 그것도 사랑해 주세요. 내년에 하는 모든 일들이 사랑을 받았으면 합니다.”
'이재, 곧 죽습니다' 파트1은 지난 15일 공개됐으며, 파트2는 내년 1월 5일 공개된다.
[사진=티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