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제강점기 시절, 운동선수는 또 하나의 독립투사였다. 일본선수를 상대로 통쾌한 승리를 거두면 ‘식민지 조선’의 백성들은 열광하였고, 그렇게나마 나라 잃은 울분을 터뜨릴 수 있었다. 저 멀리 베를린에서 마라톤으로 건각을 빛낸 손기정의 경우처럼 말이다. 여기 새롭게 발굴(?)한 조선의 운동선수가 있다. ‘사이클리스트’ 엄복동이다. 엄복동은 일제강점기 시절, 쟁쟁한 일본선수들을 제치고 조선인 최초로 전(全)조선자전차대회 1위를 차지한 스포츠영웅이다. 그를 소재로 한 영화가 곧 개봉된다. <자전차왕 엄복동>이다.
19일 오후,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자전차왕 엄복동>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평택의 가난한 집안의 자식으로 태어난 엄복동은 경성의 한 자전거포에서 일하게 된다. 뛰어난 운동실력과 꺾이지 않는 민족의식을 가진 그는 곧 조선최고의 자전차왕이 된다. 무패행진을 이어가며 ‘민족영웅’이 되자 일제는 엄복동의 우승을 막고, 조선인의 사기를 꺾기 위해 음모를 꾸민다. 그리고, 일제에 항거하는 ‘애국단’의 활약‘은 날로 뜨거워진다.
영화는 실존인물 ‘엄복동’을 스크린에 불러낸다. 정지훈은 평택의 물장수에서 자전차 영웅으로 조선의 희망이 된 엄복동을 연기한다. 강소라는 애국단 행동대원 김형신을, 이범수는 엄복동을 일깨우는 자전차상회 사장이자 스승인 황재호를, 이시언은 엄복동의 절친 이홍대 역으로 감초역할을 한다. 영화 상영이 끝난 뒤 김유성 감독과 정지훈, 강소라, 이범수, 이시언 배우가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가 이어졌다.
오래 전부터 시나리오를 다듬기 시작했다는 김유성 감독은 “엄복동에 대한 이야기는 돌아가신 할머니에게 이야기를 듣고 시작을 하게 됐다”며, “민족 자긍심을 키워준 엄복동의 이야기는 사실이고, 그 외에 영화적 장치는 만들어서 허구로 창작된 이야기다"고 밝혔다.
엄복동을 연기한 정지훈은 “이범수 선배님이 좋은 시나리오가 있다고 해서 읽어봤고, 사실 허구의 인물인 줄 알았는데 실존 인물이더라.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해서 굉장히 흥미로웠다. 이런 분이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자신의 역할을 소개했다.
강소라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김형신은 허구의 인물이라서 롤모델을 삼은 인물은 없다. 하지만 서대문형무소에 갔을 때 '내가 만약 저 시대에 살았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갖고 연기에 임했다.”
연기와 함께 이번 영화 제작자로 나선 이범수는 “배우 때와는 달리 제작이라는 타이틀을 맡아서 작품에 임하다보니까 전체적인 것들을 봐야하더라. 배우고 느낀 게 많다. 배우로 임할 때보다 더더욱 성장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애국주의 마케팅’, 이른바 ‘국뽕’논란에 대해 김유성 감독은 “이 영화는 일제에 저항하는 내용을 담았다. 신채호 선생님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내일은 없다고 말하셨다. 엄복동은 과거의 인물이지만 과거에 머물러있지 않고 현재와도 호응한다고 생각한다.”며 “단순히 소비되지 않고, 많은 사람들과 얘기할 수 있는 얘깃거리가 되면 좋겠다”고 의견을 밝혔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는 ‘엄복동’에 대한 인물평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젊은 시절 자전차왕으로 민족영웅이었지만 이후 ‘자전거절도’ 등으로 체포된 사실이 당시 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 이범수는 “최선을 다해 검증에 노력을 기울였다. 자전거로 민중에게 희망을 주었다는 사실을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었다.”며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너그러이 양해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고, 김유성 감독은 “프리 프로덕션 과정에서 알게 되었다. 부분으로 전체를 평가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자전차왕 엄복동’은 27일 개봉될 예정이다. (KBS미디어 박재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