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개봉한 영화 김태훈 감독의 작은 영화 '빅슬립'이 겨울 극장가에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빅슬립'은 우연한 마주친 '어른' 기영과 '어린' 길호가 서로를 구원하고 치유하는 힐링 무비이다. 영화 '빅슬립'에서 배우 김영성은 집 나온 청소년 기영을 지켜보고, 거두어주고, 다독여주는 어른 기영을 연기한다. 김영성은 영화 '범죄도시2', 넷플릭스 '킹덤', 디즈니+ '카지노'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 브라운관과 스크린, 무대와 OTT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인상 깊은 열연을 펼쳐왔다. 첫 주연을 맡은 김영성이 소속사를 통해 영화 [빅슬립]에 소감을 전했다.
Q. '빅슬립' 영화의 매력에 대해 설명해 달라.
▶김영성: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빅슬립'은 연출을 맡으신 김태훈 감독님의 삶을 대하는 태도와 그간의 경험, 개인의 집념 등이 고스란히 녹아든 작품이라 생각한다. 감독님의 생각이 한 편의 영화로 완성돼 관객분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점, 그것이 저희 작품만의 매력인 것 같다. 많은 분들의 정성과 진심이 담겨있기에 저에게도, 보시는 분들에게도 선물 같은 영화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Q. '빅슬립'에서 기영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기영은 어떤 인물인가.
▶김영성: "기영은 공장에서 일하는 30대 후반의 남자이다. 무뚝뚝하고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따뜻한 사랑이 가득한 어머니 밑에서 자라온 인물로 그려진다. 기영은 자신의 아버지처럼 살지 않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만, 결국 아버지와 닮은 채로 살아가는 인물로 이해하면서 연기했다. 제가 생각하는 기영 역시 자신의 아이들에게 사랑을 베푸는 게 서툴고 어색한 것 같았다. 누군가의 아빠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의 기영은 매 순간 꿋꿋하게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자신이 맡은 일을 열심히 하려는 인물로도 접근했다."
Q. 기영은 츤츤한 매력이 돋보이는 캐릭터인데 실제 김영성 배우의 성격과 차이가 있나?
▶김영성: "저는 기영이보단 마음이 조금 더 여린 것 같다. 닮은 점은 자라온 배경이 비슷하다. 저도 굉장히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사랑으로 돌봐주신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지금은 아버지를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어렸을 땐 아버지가 굉장히 무서웠고 '왜 나랑 안 놀아주시지?'라는 서운함이 있었다. 저도 아빠가 되어보니 아버지께선 정신없이 가장의 삶을 살아내느라 그러셨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래서 기영이라는 인물을 연기할 때 실제 제 모습이 많이 투영된 것 같다. 나의 아버지보단 조금 더 다정하고 좋은 사람으로, 더 센스 있고 쿨한 아빠가 되길 바라는 그런 마음들을 더 담았지 않았나 싶다."
Q. 기영과 아버지의 관계는 사실 보편적인 대한민국 부자의 어색하고 불편한 사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실제 아버지와의 관계, 그리고 자녀들과의 관계는 어떤가. 영화를 보고 난 후 아버님의 반응도 궁금하다.
▶김영성: "요새 아버지를 생각하면 눈물이 많이 난다.예전에는 아버지가 굉장히 듬직하고 호랑이처럼 무섭다고만 느껴졌는데, 연세가 드시고 나니 어느 순간 조금은 작아지신 것 같은 느낌이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온 가족이 '빅슬립'을 관람했었다. 영화가 끝나고 아버지께서 "담배 좀 그만 펴"라고 하시면서 영화보다는 건강을 챙기라고 말씀하셨다. 얼마 전에는 아버지와 함께 여행을 갔었다. 펜션 앞 들판에 핀 들꽃 몇 송이를 주시면서 "수고했다 영성아. 자라"라고 무심하게 한 마디 건네주시더라. 저를 응원하고 계시다는 걸 몸소 느끼게 해주셨다. 이게 '빅슬립'이 준 선물이 아닐까요."
Q. 연출을 맡은 김태훈 감독과 길호를 연기한 최준우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김영성: "오디션 당일 만나 뵌 감독님의 태도 때문에 '빅슬립'에 대한 마음이 뜨거워졌던 것 같다. 프리덕션 과정에서 연습을 많이 했기 때문에, 바쁘게 진행되는 현장에서도 그저 감독님의 눈을 보며 고민하신 흔적을 따라가다 보니 호흡이 굉장히 좋았다고 생각한다. 감독님께서 꾸준히 응원해 주셔서 더욱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었다. 길호 역을 연기한 준우 씨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현장에서는 말을 최대한 줄이고 연기에 집중했었다. '빅슬립'은 배우들 간의 호흡이 너무나 좋았던 작품이다."
Q. '빅슬립'으로 부국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했다. 당시의 소감이 어땠나.
▶김영성: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할 만큼 놀랐다. 장편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것도, 부산국제영화제에 방문한 것도 처음이라 마냥 들뜨고 설렜다. 감독님의 집념에 대해 감탄했었다. 2년이라는 긴 시간을 걸쳐 완성하신 작품을 보고 '이걸 어떻게 끝까지 해내셨지?'라는 생각을 했다. 가족들도 너무나 즐거워해서 '상이라는 게 좋은 거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상을 떠나 '나도 괜찮은 배우구나'라는 점이 증명되는 느낌이라 배우로서 더욱 힘을 내서 나아갈 수 있게 되는 동력도 얻었다. 다시 한번 감독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Q. '범죄도시2', '카지노'의 흥행과 '빅슬립' 개봉까지 좋은 일이 이어지고 있는데, 앞으로 배우로서의 욕심이나 포부 같은 것이 있다면?
▶김영성: "'범죄도시2', '카지노' 모두 코로나 19로 인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때 촬영한 작품이다. 촬영 종료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나 개봉·공개된 것이다. 최근에는 육아에 집중하며 지냈던 것 같다. 김태훈 감독님을 만나면서 배우로서의 태도를 배우게 됐다. 앞으로 저는 어떤 작업을 하던 굉장히 치열하게, 무언가를 뜨겁게 갈구하는 배우가 되길 꿈꾼다. 뜨거운 책임감을 갖고 연기에 임해 작품에 도움이 되는, 이런 것들을 모아 대중분들에게 선물을 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길 바라며, 노력하고 있다."
Q. '빅슬립'을 꼭 보여주고 싶은 지인이 있나? 혹은 영화의 메시지처럼 단잠을 선물하고 싶은 그런 지인이 있나?
▶김영성: "사람들은 각자 처한 상황 속에서 괴로움도, 슬픔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빅슬립'을 보신 후, 하루를 꿋꿋하게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드셨음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 고된 하루를 보냈던 직장인 분들이 보심 정말 좋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모든 아버지들에게 선물 같은 영화라 아버지들이 꼭 보셨음 좋겠다. 말로는 표현을 못했을 뿐, 언제나 가족에 대한 사랑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계셨을 우리네 아버지의 모습을 영화에 잘 담았다고 생각한다. '빅슬립'을 관람하신 후 아버지들께선 따뜻한 단잠을 주무셨음 좋겠고, 모든 관객분들이 보신 후 아버지께 안부 연락을 드릴 수 있는 그런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 예비 관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 혹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말해달라.
▶김영성: "저는 극장이 주는 힘을 믿는데, 어떤 영화든 극장에서 보면 메시지가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고 생각한다. '빅슬림'이 주는 작고 큰 울림이 있기에 모든 분들에게 추천해드리고 싶다. 김태훈 감독님의 집요한 태도와 해석, 끝까지 해내려고 하는 집념들이 이 영화를 완성했다고 생각한다. 감독님께서 만드신 세상이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분들에게 널리 알려지길 조심스레 소망해 봅니다. '빅슬립' 많은 관람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사진=찬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