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된 김중현 감독의 독립영화 <이월>이 언론시사회를 갖고 일반 개봉을 준비 중이다.
영화 ‘이월’은 ‘88만원 청춘’보다 더 열악한 대한민국 청춘 민경(조민경)의 바닥모를 삶을 그린다. 아버지는 음주 교통사고를 내고 수감 중이지만 합의금을 낼 돈도 없다. 공무원을 준비 중이지만 형편은 노량진에서 도둑강의를 들어야할 정도. 아직 추운 2월, 민경은 친구 여진(김성령)의 시골집에 잠시 머문다. 여진은 여러 번 자살시도를 한 적이 있다. 시골생활도 잠시. 또 다시 찬바람 몰아치는 컨테이너 작은 방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에게 손을 내민 것은 애(박시완) 딸린 트럭기사 진규(이주원). 어정쩡한 동거관계가 얼마나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이월>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영화상영이 끝난 뒤 김중현 감독과 배우 조민경, 이주원, 김성령, 박시완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가 열렸다.
김중현 감독은 2012년 <가시>라는 독립영화를 내놓으면 주목받았다. 남자주인공(엄태구)이 결혼을 앞두고 당면하는 가시밭길을 담고 있다. 전재산을 갖고 사라진 엄마, 그리고 그 엄마가 빌려간 돈을 갚으라는 여자. 경제적 어려움과 빚 독촉은 결혼을 파탄나게 한다. 김감독은 <가시>에 이어 또 한 번 ‘집과 빚, 청춘과 고통’을 이야기한다.
김 감독은 “‘가시’를 끝내고 상업영화를 하다가 스톱하게 되었다. 다행히 주변 분들의 도움으로 이 영화를 완성하게 되었다.”며 “제가 겪었던 이야기와 극한에 몰린 사람들에 감정이 서로 맞닿은 데가 많아서 이 영화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연출계기를 밝혔다.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적 고통을 겪으면서, 끝없이 방황하는 민경을 연기한 조민경은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당황했었던 기억이 있다. 촬영을 하며 민경이 놓인 상황을 겪어나가며 인물을 만들어갔다.”고 캐릭터를 소개했다.
이어 “민경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촬영한 것은 아니다. 사람을 아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민경이 극중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다. 아마도 민경이 그런 행동을 보이는 것은 자신에게 그런 상처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기를 보호하려는 생각. 캐릭터적으로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 경험하기 힘든 인물을 연기할 수 있어 소중한 경험이었다.”
김중현 감독은 당초 주인공을 남성캐릭터를 염두에 두고 각본을 썼다고. ”시나리오 써내려가다 보니 감정 표현을 함에 여자캐릭터가 나을 듯싶었다. 그리고 겨울이란 계절이 고통을 감내해야하는 경우, 여자에게 더 어울릴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가시>에 이어 이번에는 집을 완전히 잃어버린 여인이 시련을 그리고 싶었다. ‘가시’를 결말짓는 느낌이 들도록. 그리고 겨울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이 많이 투영된 영화이다.“고 덧붙였다.
여러 번 자살을 시도했다는 또 다른 아픔을 가진 여진을 연기한 김성령은 촬영 때를 회상하며 “너무 추웠고, 힘들었다. 시골에서 찍을 때. 여진의 감정에 대한 생각도 많았고, 긴장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행복했던 기억보다는 힘들었던 기억뿐인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 장면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민경이가 스며들어간 컨테이너의 행방이다. “그 장면은 영화적 느낌이 들도록 찍고 싶었다. 사실, 이 영화가 내 마지막 영화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것 다 찍고 싶었다. 민경이에게 자신이 살던 곳을 한번 보여주고 싶었다.”
김 감독은 민경의 거주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었다고. “민경이가 점점 위로 올라가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점점 층수가 올라가는 이미지. 견고한 성장의 이미지가 아니라 상승의 위태로움을 보여주고 싶었다.” 김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 민경이가 겪어야할 고통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김중현 감독은 “불편한 감정이 있다. 낯선 사람을 대면하듯이 이 영화를 보셨으면 한다. 현실에서는 피하고 싶지만 영화에서는 대신 만나고, 지켜볼 수 있는. 그것이 영화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민경, 김성령, 이주원, 그리고 놀라운 연기를 보여준 아역배우 박시완이 열연을 펼친 독립영화 <이월>은 이달 30일 개봉한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