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자료원이 디지털 복원한 임권택 감독의 1980년도 작품 <짝코>가 내달 7일 개막하는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의 클래식 부문(Berlinale Classics)에 공식 초청되었다.
<짝코>가 초청된 클래식 부문은 최근 디지털 복원된 세계 유수의 고전영화를 상영하는 섹션이다. 올해는 덴마크 최고의 영화감독이라 평가받는 칼 테오도르 드레이어 감독의 <오데트 The Word>(1955)와 헝가리 영화계의 거장이자 여성영화의 대모인 마르타 메자로스 감독의 <양자 Adoption>(1975) 등 총 6편이 디지털 복원판으로 상영되며, <짝코> 역시 지난 해 자료원이 2K 화질로 디지털 복원한 버전이 상영될 예정이다.
<만다라>로 1982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진출한 것을 시작으로 2002년 <취화선>을 통해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 영화계 속 한국 영화의 위상을 높인 임권택 감독은 50여 년에 걸쳐 102편의 장편 극영화를 연출했다. 그 중 <짝코>는 임 감독의 필모그래피 중 시대감각과 비판정신이 가장 치열했던 시절을 대표하는 분단영화이자 리얼리즘 영화로 평가 받는다. 이 작품은 한국전쟁에서 빨치산과 토벌대장으로 만난 백공산(김희라)과 경찰 송기열(최윤석), 두 인물의 30년에 걸친 악연을 추적함으로써 한국의 어두운 근현대사를 냉철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포착한 영화다.
이번에 상영되는 <짝코> 디지털 복원본은 자료원이 1990년에 수집한 35mm 오리지널 네거티브 필름을 복원한 상영본이다. 원본 필름의 경우 화면 전체를 관통하는 굵은 스크래치 및 곰팡이 얼룩 등으로 인해 이미지 영역이 상당 부분 훼손되어 있었고, 사운드에도 노이즈가 포함되어 있어 온전한 감상이 어려웠다. 지난 해 자료원이 실시한 복원 작업은 이와 같은 이미지, 사운드 영역의 감상 방해 요소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완성본은 지난 7월 자료원이 블루레이로 출시하기도 했다. 베를린국제영화제 상영본은 블루레이 버전 영상에 추가 색보정 및 영문 자막 삽입을 실시한 것으로, 이번 영화제를 통해 세계 최초로 공개될 예정이다.
영상문화의 보존과 전승, 대국민 문화향유권 확대를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자료원은 지난 2017년에도 <오발탄>(유현목, 1961), <최후의 증인>(이두용, 1980)을 디지털 복원하여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인 바 있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