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와 힘겨운 ‘구독자 전쟁’을 펼치고 있는 국산OTT 중 하나인 티빙에는 ‘파라마운트+’라는 일종의 ‘채널 속 채널’이 있다. [탑건], [미션임파서블], [트랜스포머]. [대부] 같은 파라마운트 영화사 작품과 함께 ‘라이어니스-특수작전팀’, ‘헤일로’, ‘더 그레이트’, ‘NCIS’ 같은 미니시리즈가 가득 하다. 미드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옐로우 재킷’이나 ‘프롬’ ,‘래빗홀’, ‘와이 우먼 킬’을 찾아봤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웹(앱) 목록을 뒤지다 보니 이런 게 있었다. ‘파라마운트+ 오리지널&독점’에 올라온 ‘국가의 탄생: 메리 개프니의 저항’이란 작품이다. 사실 데이비드 그리피스 감독의 ‘국가의 탄생’(The Birth of a Nation,1915)은 미국 영화사에서 기념비적인 무성영화이다. 물론 이 작품은 아니었다. ‘MTV 다큐멘터리 필름’ 로고가 제일 먼저 뜬다. 궁금해서 봤다.
‘국가의 탄생: 메리 개프니의 저항’(원제:Birthing a Nation: The Resistance of Mary Gaffney)는 ‘Nazenet Habtezghi’ (정확히 어떻게 읽어야할지 몰라서) 감독의 19분짜리 단편 다큐멘터리이다. 영화 시작하면 짧은 자막이 나온다. 1930년대 미국 정부가 WPA(Works Progress Administration,공공사업진흥국)에서 구제사업을 펼쳤는데 그중 하나가 ‘노예 인터뷰 프로그램’이 있었단다. 1930년대라면 루즈벨트 대통령 시절, 대공황 시기였다. 대규모 공공건설과 다양한 고용정책이 시행되었는데 그중에는 문화예술 영역에서도 ‘일거리창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던 모양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제는 자유인이 된 노예들의 구술(口述)프로젝트가 진행된 모양이다. 모두 2300명에 이르는 ‘옛 노예’들의 기억으로 구성된 '노예체험기'가 미국 국회도서관에 남아있단다. ‘Nazenet Habtezghi’ 감독은 이중 ‘메리 개프니’의 이야기를 19분짜리 단편 다큐로 만든 것이다. 그것이 미국에선 프라임TV와 파라마운트+에서 공개되었고, 우리나라는 티빙 속 ‘파라마운트+’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국가의 탄생: 메리 개프니의 저항’은 아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나 <뿌리>, <만딩고>, <노예12년>, 최근의 <안테벨룸> 같은 작품을 찾아보는 사람이라면 흥미로운 다큐일 것이다.
메리 개프니는 자신과 결혼한 남자(같은 흑인)가 싫었다고 말한다. ‘그 검둥이’가 주인에게 일렀고, 주인은 자신을 매질 했다고 기억한다. 그러면서 메리 개프니는 오래 된 자신의 ‘노예의 삶’을 들려준다. 메리는 1846년 미시시피주에서 태어났고, 1860년 텍사스로 옮겨왔단다. 당연히 백인 주인을 따라서 말이다. 19세기 미국은 목화 산업이 발달했었고, 여자노예는 쓰임새가 많았단다. 땅을 갈고, 목화를 수확하고, 울타리를 만들고, 마님의 요리를 도왔단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여자노예’는 출산능력이 중요했단다. 백인 농장주에게는 노예 한 명당 32만 제곱 킬로의 땅이 주어졌단다. 그리고, 아프리카로부터의 노예무역이 금지되면서, 미국 노예제도는 오직 ‘노예가 낳은 노예’로 유지되었다. 건강한 가임기 여성노예는 500에서 1000달러에 매매되었다. ‘백인’주인은 여자노예를 결혼시키기도 하고, 강제로 임신을 시키기도 했단다. 강간이든 자연출산이든 아이 낳을 것을 ‘장려’했단다. 놀랍게도 그런 노예에게는 생명보험도 있었단다. 미국 남부 경제성장의 필수 품목이 되어 버린 것이란다.
메리 개프니는 흑인 노예여성들은 아이를 낳아도 언제 아이를 빼앗길지 모르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메리는 수를 써서 아이를 낳지 않았단다. 어떻게? 목화뿌리를 몰래 씹어 먹었단다. 서아프리카 출신 노예들 사이에는 비법으로 전해진 피임법이란다. 그런 식으로 노예제도를 자기 세대에서 끝내려는 컨센서스가 있었단다. 노예제도를 영속시키려는 백인의 욕망에 대항하는 150년 전 미국 흑인노예 여성의 눈물겨운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기막힌 사연을 티빙 ‘파라마운트+’에서 만나볼 수 있다니. 뜻밖의 ‘브라우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