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범국민 추모제가 열렸다.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머리가 끼어 사망한 故 김용균(24) 씨의 죽음 이후,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앞 다투어 거리로 나온 것이다. 그들은 김용균 씨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과 함께, 하청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24살 김용균 씨는 왜 위험을 떠맡았나
태안 화력발전소에 입사한지 3개월 만인 지난 12월 11일, 김용균 씨는 야간에 설비 점검을 하다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분진이 날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어두운 작업장에서 빠른 속도로 돌아가는 컨베이어벨트를 점검해야했던 김 씨. 현장에는 늘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하지만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김 씨는 3개월 간 받아야할 안전교육을 단 3일만 받은 채 실무에 투입됐다. 동료들은 김 씨의 죽음이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얻기 위해, 하청 업체에 위험을 떠맡기는 원청-하청구조가 만든 예견된 죽음이라고 말한다. 김 씨 외에도 지난 5년 간 한국서부발전에서 재해를 입은 하청 노동자의 수는 무려 45명에 이른다.
3년 전, 구의역에서 19살의 하청 노동자가 사고로 사망한 직후, 국회에는 하청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골자로 한 27건에 달하는 관련 법안들이 앞 다퉈 발의됐다. 하지만 정재계의 이권다툼과 경제 논리에 밀려,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묻혀졌다.
노동의 현장에서 죽음으로 하청 노동자들. 과연, 위험의 외주화를 막을 대책은 없는 것인지, <추적 60분>에서 취재했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