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신관 아트홀에서는 어제 공식 취임한 KBS 박민 신임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대국민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재홍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박민 사장을 비롯해 이춘호 전략기획실장, 김동윤 편성본부장, 장한식 보도본부장, 임세형 제작1본부장, 조봉호 경영본부장이 참석했다.
박민 사장은 “KBS는 올해로 공영방송 반세기를 맞는다. KBS가 신뢰의 위기를 맞은 것은 공영방송의 핵심가치인 공정성을 훼손하였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정중히 사과드린다.”며, ‘검언유착 관련 보도, 고(故 )장자연씨와 관련한 윤지오 출연문제, 2021년 보궐선거 당시의 ‘생태탕’ 보도, ‘김만배 녹취록’ 보도 등 몇 가지 사례를 거론하며 KBS가 공정성 논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 거듭 사과하고, 주요 불공정사례를 조사하여 관련백서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박민 사장은 “불공정 편파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일부 진행자가 일방적으로 한쪽 진영의 편을 들거나 패널 선정이 편향된 일이 적지 않았다. 앞으로 공정성과 신뢰도 확보를 경영 최우선 가치로 삼을 것이다. 무분별한 속보 경쟁을 하지 않고, 팩트 체크를 활성화해 오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며, 정정보도는 원칙적으로 뉴스 첫머리에 보도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사장은 ‘수신료 분리징수’ 문제와 관련하여 “지난 해 7천억 원의 수신료가 걷혔다. KBS의 비효율적인 방만 경영은 작년 100억 원 적자에 이어 올해 800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국민의 신뢰상실로 수신료 분리징수 상황에 이르렀다. IMF보다 더한 비상경영 상황이다.”며 “특단의 경영혁신에 나서겠다. 저 자신과 임원들이 경영정상화 될 때까지 임금을 30% 삭감할 것이다. 나머지 간부들과 직원들도 동참할 방법을 강구하겠다. 명예퇴직을 확대 실시하여 역삼각형 인력구조를 개선할 것이다. 그럼에도 인력운용의 효율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구조조정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프로그램 제작과 관련해서는 “예산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제작과 관련해서는 제작비 낭비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것이다. 순번식 제작관행을 없애고, 능력 있고 검증된 제작진을 지원하여 효율성을 극대화할 것이다.”며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파괴적인 혁신을 통해 스마트하면서도 효율적인 공영방송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 공영방송의 주인인 국민의 회초리를 맞을 각오가 되어 있다. 진정한 공영방송 KBS로 거듭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이어 KBS출입기자와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Q. KBS 보도 프로그램의 공정성과 관련하여 KBS의 공정성의 기준은 무엇인지.
▶박민 사장: “신문시장과 공영방송 시장은 기본적으로 다르다. 각 신문사가 갖고 있는 다양한 논조를 바탕으로 다양한 국민여론을 충실히 반영하였다. 지상파 공영방송의 핵심가치는 공정성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국민의 뜻을 공정하게 반영해야한다. KBS의 가장 큰 가치는 공정이고, 그 공정의 핵심은 정확성, 균형성, 객관성이라고 본다. 이걸 지킬 의지가 없었다면 KBS사장 공모에 응모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Q. 인력구조와 관련 뼈를 깎는 쇄신을 언급했다. 방송경험이 전무한데 인력문제는 어떻게 접근하였나.
▶박민 사장: “임원간부진부터 교체했다. KBS는 직원이 4100명이고 국장급이 46명, 부장은 138명이다. 이 많은 인원을 적재적소에 인사를 내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원칙은 있다. 지난 10월 25일 사장에 공모하고, 청문회 준비를 하며 안팎의 의견을 들었다. 그동안 KBS 경영에서 가장 큰 문제는 공조직이 의사결정에서 제 역할을 못했다는 것이다. CEO가 중심이 되어 각 분야 책임자가 있고, 절차를 거쳐 의사결정이 이뤄져야한다. 둘째는 능력에 따라 성과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본부장이 권한을 갖고 그들 중심으로 인사가 이뤄져야한다. 그래야 책임과 지휘와 권한을 가지게 된다. 지금 본부장들이 잘 할 것으로 믿는다.”
“방송경영과 관련하여서는 청문회에서 말했듯이 KBS의 문제는 방송전문성의 문제가 아니란 것이다. KBS출신이 KBS사장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고 좋은 전통이겠지만 지난 10여 년 동안 수익은 1조 5천억 원 박스권에 머문다. 그리고 어떠한 성장도 없이, 파괴적 방송미래 환경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고 본다. 비(非)KBS사장이 왔다는 것이 이례적인 상황이었으면 한다. KBS 사장의 역할은 외풍을 막고, 장애를 제거하고, 튼튼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 뒤에 KBS출신의 전문가가 미래의 방송 상황을 만들 것이다.”
Q. 공영방송으로 속보경쟁을 지양하고, 팩트 체크를 보강한다고 했다. 구체적인 복안은? 인력감축안은 민감한 사항인데.
▶박민 사장: “KBS사장은 공정방송의 철학과 정체성을 가지고 그 역할을 충실해야 한다. 그동안 신뢰를 상실한 것은 공정성 때문이다. 정확한 보도, 특정 입장에 기울지 않은 객관성이 필요하다. 수신료를 재원에 의존하는 것은 일반 민간방송보다는 상업적 경쟁에서 자유롭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편하게 살라는 것이 아니다. 사실관계가 정확해야하고, 배경을 충분히 확인해야한다. 내가 신문사 편집국장으로 있을 때 항상 그 경계선에서 고민했다. 원칙을 세우려 한다. 제작의 자율성과 게이트키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그렇게 해서 경험과 열정, 소신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Q. 인사가 만사이다. 취임을 앞두고 KBS 뉴스 진행자와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가 전격 교체되었다.
▶박민 사장: “사장으로서 특정 프로그램의 개폐나 방향을 직접적으로 언급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일부 프로그램이 공정성 부분과 관련해 많은 지적을 받았고 그 결과 위기를 맞게 됐다. 본부장 인사를 한 후에 보도·제작·편성본부에 방송 중인 프로그램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해서 정체성을 상실했거나 문제가 되는 프로그램을 점검해서 대책을 협의해 추진하라고 지시한 바가 있다. 그 이후에 어떻게 진행됐는지 구체적인 과정은 정확히 모른다”
(장한식 보도본부장: “뉴스 진행자 교체는 사장 취임에 맞춰 국민에게 달라진 모습, 완전하게 공정한 뉴스를 보여드리겠다는 차원에서 기존 진행자들을 교체한 것이다. 기존 진행자에게 정중하게 통보했다.”)
Q. 무엇보다도 콘텐츠 경쟁력이 중요해 보인다. 어떤 복안이 있는가.
▶박민 사장: “취임하기 전에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tvN의 경우 사랑받는 히트 프로그램이 많은데 모기업이 어려워진 것은 플랫폼과 유통, 제작을 오너가 다 가지려고 한 것이 어려워진 이유라고 하더라. KBS는 강력한 플랫폼이었다. OTT와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그 메리트가 없어지고 있다. 플랫폼에서 제작을 하면서 유통까지 하고 있다. KBS미디어와 KBS N에서 하고 있다. 이런 방식은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프로덕션이나 회사에서도 절대 성공할 수 없는 구조이다. 단기적으로는 제작부분에서는 자체 경쟁력을 끌어올려야한다. 그동안 제작방식의 문제도 있었고, 성과에 대한 보상도 못 받았다. 실패를 해도 제재를 받지 않았다. 그러니 좋은 인력이 빠져나간다. 무책임한 제작도 사실 있었다. 제작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려고 한다. 장기적으로는 결국 지금 몬스터유니온과 KBSN 같이 유통과 제작과 플랫폼을 통합하는 제작 유통 방식을 강구해야한다. 지금 다른 방송사에서 하는 스튜디오 시스템을 넘어서는 류의 통합적인 제작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 나아가서 제작과 유통의 경계를 완전히 벗어던져야한다. 적어도 공영방송에서 일정 정도 상업성을 추진해야한다. 제작 영역에서 미디어 환경변화에 적응해야한다. 아웃소싱 포함하는 통합진행이 되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 역량도 있어야한다. 단기적으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여기 임기가 길지도 않으니. 제가 있는 동안 제작 효율 극대화에 최선을 다하겠다.“
Q.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관련 권익위 조사는?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인용과 관련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과징금 문제는 재심을 청구할 것인가? 수신료분리징수와 관련하여 KBS가 제기한 헌법소원을 낸 것은 어떻게 되나.
▶박민 사장: “국회 인사청문회 앞두고 권익위에서 현장조사 나왔었다. 조사에 성실히 응했고 그 결과에 따라 책임을 지겠다. 과징금 문제에 대해서는 그 경위를 다시 살펴보았다. 보도에 명백한 문제가 있었다고 보고 겸허하게 수용하려고 한다. ‘수신료분리징수’에 대한 헌법소원은 전임 집행부가 제기한 것이다. 현재 한전과 협의가 진행 중인 관계로 여기서 언급하기가 부적절해 보인다. 조금만 더 지켜봐 주시기 바란다.
박 사장은 마지막에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임원들의 임금을 30%삭감하고 나머지 간부들도 동참하는 방안을 꾀하겠다. 또 명예퇴직을 통해 역삼각형 구조의 조직을 개편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한편 이날 박민 KBS 신임사장의 대국민 기자회견이 벌어지는 KBS아트홀 앞에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조합원들의 피켓 시위가 진행되었다. 조합원들은 입장하는 박민 사장을 향해 '대국민 사과 말고 사퇴를 선언하라', '진행자 교체, 프로그램 폐지, 방송독립 파괴 규탄한다' 등 피켓을 들고 항의했다.
[사진=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