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의 또 다른 이름인 ‘삼각산 남쪽 양지바른 동네’ 삼양동은 북한산 최고봉인 인수봉이 가깝게 올려다 보이는 오래된 산동네다.
우이동에서 신설동까지 13개 역을 운행하는 2량짜리 꼬마 도시철도 ‘우이신설 경전철’을 타고 삼양사거리에서 내린 배우 김영철은, 낮은 담장 너머로 힘차게 짖으며 맞아주는 동네 개들의 환영인사 속에 <동네 한 바퀴> 다섯 번째 여정을 시작했다.
강북구와 성북구의 경계인 솔샘 터널 위로 숨찬 발걸음을 옮기면, 이런 산 위에 사람이 살았나 싶은 산동네 미향마을의 자취가 사진으로 남아있다. 2008년 철거될 때까지 약 60가구가 50여 년간 모여 살았던 미향마을은 이제 도시형 자연공원으로 재생되어 삼양동의 역사를 조용히 기억하고 있다.
아파트와 오래된 주택가가 공존하는 삼양동 길을 걷던 김영철은 추운 겨울에도 천막으로 바람을 막고 윷놀이하는 어르신들을 만난다. 멈춘 시계, 제대로 가는 시계, 한 박자 느리게 가는 시계 등 열 개도 넘는 시계가 벽 한쪽을 가득 메우고 있는 특이한 윷놀이 쉼터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지금 당신은 어떤 속도로 삶을 걸어가고 있는가’ 라고.
어느 가게든 30-40년 넘지 않은 집이 없는 삼양동. 그 중엔 1973년 이후 45년 넘도록 삼양동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온 오래된 사진관도 있다. 아직도 백일 사진에 사장님표 붓글씨를 새겨넣어주는 옛날 스타일을 고수하는데. 이 집에서 사진을 찍으면 믿거나 말거나 모두 잘 풀린다는 좋은 징크스 때문에 삼양동을 떠나도 중요한 사진은 이 집에 와서 찍는 오랜 단골이 많다. 손님도 대를 이어 찾아오는 것처럼 주인도 아버지에서 아들로 2대째 대를 잇고 있다. 배우 김영철도 삼양동을 찾아온 기념으로 증명사진 한 장을 찍어본다.
연말을 앞두고 이웃을 위해 준비한 작은 선물이 쌓여있는 삼양주민연대 다락방에 올라갔다가 배우 김영철이 뜨거운 눈물을 참지 못한 사연, 그리고 오래된 동네 삼양동이 저무는 2018년 시청자들에게 전하는 ‘메리 크리스마스’의 송년 인사가 22일(토) 저녁 7시 10분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에서 공개된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