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조선업이 기나긴 불황을 끝내고 수주량 1위의 자리를 탈환했다. 반가운 소식에 <추적 60분> 제작진은 조선소를 찾았다. 축제 분위기를 예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곳곳에서 한숨이 뒤섞여 나왔다. 일감은 많지만 일할 숙련공이 부족하다는 것. 2010년대 초, 20만 명이 넘던 조선소 종사자들은 지난해 기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9만 5천여 명으로 집계됐다. 그 많던 숙련공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그리고 왜 사라졌을까?
■ 조선업...외국인들로 빈자리 채워질까
오토바이 수십 대의 행렬이 도로를 가득 메운 채 이어졌다. 이들이 향하는 건 경상남도 거제시의 한 대형 조선소. 그곳에서 2년째 도장 작업을 하고 있는 청년공은 “숙련자들은 이제 50~60대가 됐다”면서 “초보자들은 많이 안 들어온다”고 말했다. 도장 작업은 선박의 부식을 막기 위해 중요한 작업 중 하나다. 제작진이 만난 한 도장 업체 대표는 선박의 수명이 달린 일인 만큼 숙련공들이 해야 한다면서 숙련공 소멸 위기를 우려했다. 예전엔 100명의 인원이 있었지만, 현재는 채용 등 인력 수급을 위해 노력해도 60명뿐이라는 것.
어느 때보다도 숙련공이 절실한 지금의 조선업 현장. 그 현장에는 숙련공 대신, 일손을 채우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있다. 전라남도 영암군에 위치한 한 조선소, 해당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 10명 중 6명이 외국인 노동자다.
■ 대한민국 현장엔 대한민국 숙련공이 없다
숙련공이 사라지는 현장은 조선소만이 아니다. 건설, 제조 등 대한민국 곳곳의 현장에서 숙련공이 사라지고 있다. 최근 건설 현장에는 한국어뿐만 아니라 외국어로 적힌 안전 수칙들이 필수다. 한글 아래 적힌 중국어와 베트남어. 31년 동안 건설 현장에서 철근 작업을 했다는 박철민 씨는 부실시공의 원인으로 “소통의 어려움”을 꼽았다. 건설 현장에서도 젊은 인력들이 부족해 대가 끊길 위기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도 아직까지 쇳소리가 나는 곳이 있다. 문래동. 서울의 마지막 뿌리산업 중심지로, 크고 작은 기업들이 시제품, 부품 등 제작을 위해 문래동을 찾는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사용하는 많은 물건은 숙련공들의 손끝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 세상에 나오게 됐다. 그렇다 보니 문래동에서 만난 숙련공들은 뿌리산업의 대가 끊기는 건 제조업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이라고 경고한다. “60살 저 양반이 막내”라며 웃는 최대기 씨의 입가엔 잔주름이 패고, 손끝엔 굳은살이 박여 있었다. 굳은살과 함께 45년 동안 쌓아 올린 건 최 씨의 숙련도. 최 씨의 굳은살을, 기술을 이어받을 사람이 없다.
<숙련공 소멸, 제조업이 무너진다> 편은 11월 10일 밤 10시 KBS1TV에서 방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