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한국영상자료원(원장 주진숙, 이하 ‘자료원’)은 21일부터 2019년 3월 23일까지 필름 영사기와 영사기사를 주제로 한 전시 ‘필름영사: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올해 자료원이 수집한 소형 영사기를 전시하고, 누구보다도 필름의 물성을 가까이에서 체득했을 영사기사들의 이야기를 함께 소개함으로써 디지털 파일 및 영사기에 자리를 내주고 있는 ‘필름 영사’의 일면을 조망하는 자리이다.
오랜 시간, 영화는 필름의 형태로 영사기에 걸려 상영되었다. 1895년 12월 28일 뤼미에르 형제가 파리의 한 카페에서 촬영과 영사가 가능한 기기 ‘시네마토그래프’를 선보인 이래, 영사기는 가정과 산업에서 활용될 수 있는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었다. 1920년 초반 프랑스 파테(Pathe)사에서 10~20미터 길이의 필름을 스크린에 비쳐 볼 수 있도록 9.5mm 영사기를 소개했고, 1920년대에 미국 코닥(Kodak)사에서 8mm, 16mm 필름과 영사기를 선보였다. 휴대전화가 없었던 시대, 부유한 사람들은 자신의 여행기, 가족사를 이 작은 필름에 담아 영사기로 돌려 보며 본인들이 한순간 소유했던 시공간을 자랑했다. 영화 필름은 기술 발전에 힘입어 소리와 총천연색, 더욱 큰 화면을 얻어 갔고, 이에 걸맞은 영사기와 극장이 구비되어 보다 완벽한 대중 매체로 변모해 갔다. 그러나 이제 필름으로 영화를 만들고 이를 영사기로 돌려 보던 시대는 점차 먼 시간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이번 전시는 “반은 기억이고 반은 망각 속에 사라진 시간의 잔재를” 흔들리는 필름 영상 속에서 되찾고자 기획되었다. 전시를 통해 소개되는 가정용 소형 영사기는 총 11종으로, 1920년대부터 독일, 일본, 프랑스, 영국 등에서 제조된 기기들이다. 손으로 직접 소형 영사기를 돌려 상영하는 방식, 용이한 이동을 위해 세부 부품을 단일 케이스 내에 보관할 수 있도록 구성된 모델 등 다양한 구조의 영사기 실물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모바일, PC 등을 통한 영화 감상이 일반적인 현재로서는 다소 생소한 홈 엔터테인먼트 기기들로, 이번 전시를 통해 필름을 중심으로 한 과거의 영상 문화를 가늠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KBS미디어 박재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