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올해는 고려가 건국된 지 1100년이 되는 해이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배기동)은 뜻깊은 2018년을 맞아 이달 초부터 ‘대고려, 그 찬란한 도전 918~2018’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태조 왕건이 세운 고려(912~1392)는 통일신라와 발해의 문화를 이어 과거의 전통을 융합했고, 주변국과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개방적이고 국제적인 문화를 이루었다. ‘코리아’라는 이름도 고려에서 유래되었다. 한반도에 고려가 있었던 시기, 동북아시아는 송, 요, 금이 교체되는 격동기를 맞이하였고, 역사상 유례없는 몽골 제국이 등장하였다. 고려청자가 당시의 신기술에 대한 고려인의 도전을 보여준다면, 정교하고 섬세한 고려불화의 아름다움과 나전칠기의 멋은 도전의 결과로 이룬 예술성의 정점이다. 고려 건국 1100주년을 기념하여 마련된 이번 특별전은 고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전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서는 미국, 영국, 이탈리아, 일본 등을 포함하여 46개 기관에 보관되어 있는 진귀한 고려유물 450여 점이 한 자리에 전시된다. 국내에서는 해인사, 삼성미술관 리움, 호림박물관, 간송미술문화재단 등 34개 기관이, 해외에서는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보스턴박물관, 영국의 영국박물관,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 피츠윌리엄박물관, 이탈리아의 문화박물관(동양예술박물관‘주세페투치’), 일본의 도쿄국립박물관, 나라국립박물관, 사가현립박물관,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후묘사 등 4개국 11개 기관이 소장품을 출품했다.
전시회는 ‘고려수도 개경’, ‘1100년의 지혜’, ‘다점(茶店), 차가 있는 공간’, ‘고려의 찬란한 기술과 디자인’ 등 네 가지 테마로 꾸며졌다. 전시회를 통해 19건의 국보와 33건의 보물 등 모두 450여 점의 고려 유물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회 초입부에는 기이한 전시품을 만나게 된다. 태조 왕건의 스승인 희랑대사의 조각상(해인사 소장)이다. 당초 박물관 측은 목조희랑대사 좌상과 함께 북한의 국보급 유물 왕건상의 전시를 추진했지만 불발에 거쳤다. 박물관 측은 결국 희랑대사 옆자리를 비워 두었다. 개막식 행사에서 국립박물관 배기동 관장은 "이렇게 비워놓고 전시를 하는 자체가 왕건상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앞으로 남북 교류가 많아지고 민족의 문화 동질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의미로 비워둔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시회에 맞춰, 지난 15일에는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한국미술사학회와 국립중앙박물관이 공동주최한 연계 학술대회 ‘대고려: 그 찬란한 미술’이 열렸다.
‘1부 교류로 본 고려미술의 국제성’ 시간에는 이강한 한국학중앙연구원이 <고려의 대외교류 제도와 문물교환, 그리고 교역>을, 이종민 교수(충북대)가 <송원과 고려간 도자무역의 양상>을, 박정민 교수(명지대)가 <고려청자 연구에 있어서 ‘선화봉사고려도경’의 가치>를 발표했고 이영미(한국외대), 장남원(이화여대) 교수의 토론이 있었다.
‘2부, 불교미술로 본 신앙과 의례’에서는 정명희(국립중앙박물관)의 ‘고려시대 신앙의례와 불교회화 시론: 특별전 출품작을 중심으로’, 정은우 교수(동아대)의 ‘고려시대 금동불감의 제작과 봉안’, 양희정(국립중앙박물관)의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중대형 건칠보상 좌상 비교연구’의 발표에 이어 최엽(동국대), 임남수(영남대) 교수의 토론이 이어졌다.
3부 ‘공예로 본 귀족의 미감’ 시간에는 최응천 교수(동국대)의 ‘고려시대 금속제 거울걸이의 양상과 특징’, 박영만(국립중앙박물관)의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고려나전향상의 제작기법과 향후 연구과제’, 신숙(한국전통문화대학교)의 ‘고려시대 찬란한 금속공예: 은제도금 주자 및 승반’ 발표에 이어 이용진(국립공주박물관), 송지애(국립문화제연구소), 이승혜(삼성미술관리움)의 토론이 이어졌다.
지난 4일 개막식을 가진 ‘대고려 그 찬란한 도전 918~2018’ 전시회는 내년 3월 3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다.
일부 전시품 중 ‘아미타팔대보살도’(고후쿠고코쿠젠사)는 이달 30일까지, ‘석가삼존십육나한도’와 ‘’지장보살도‘는 내년 1월 3일까지, ’직지심체요절 목판본‘은 2월 22일까지 전시되는 등 소장처의 요청에 따라 전시기간이 제한된 것도 있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