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쓰다듬어 길들이듯, 신뢰를 쌓아 성폭력을 저지르는 ‘그루밍 성범죄’.
범행 대상은 주로 10대 아동 청소년들이다. 한 성폭력상담소가 지난 3년 동안의 상담사례를 분석한 결과, 아동청소년 성폭력 사건의 10건 중 4건을 차지할 정도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최근 한 교회에서 발생한 성폭력 의혹을 비롯해 사회 곳곳에서 아동청소년을 위협하는 ‘그루밍 성범죄’의 추악한 이면을 <추적60분>이 취재했다.
지난 달 6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네 명의 여자들. 모두 같은 교회를 다니던 여성 신도들이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그루밍 성범죄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네 명의 여성들이 가해자로 지목한 사람은 단 한사람, 교회 담임목사의 아들인 한 젊은 목사였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젊은 목사의 성폭력 의혹, 그 전말을 추적했다.
또 다른 사건도 있다. 당시 15세의 한 여중생이 성폭행을 당해 임신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가 피해 여중생보다 무려 27살이나 많은 한 연예기획사 대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은 ‘무죄’. 두 사람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등이 근거가 됐다. ‘사랑하는 사이였다’ 주장하는 남성 측에 손을 들어준 것이었다. 그 후 해당 남성은 피해 여중생을 무고로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추적60분’은 당시 사건을 수사, 담당했던 검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재판부가 이러한 ‘그루밍 성범죄’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죄 판결을 내려진 것이라고 말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그루밍 아동청소년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의 ‘동의’ 여부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피해자가 ‘동의’하기까지 가해자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파악해 수사, 재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여중생이 임신해도, ‘사랑했다’고 하면 ‘무죄가’가 되는 기가 막힌 현실을 <추적60분>이 되짚어봤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은 재판부에서 ‘그루밍 성범죄’를 ‘성매매’로 보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것. 아이들이 성인 가해자에 의해 길들여지는 그루밍 과정 중 받은 선물과 용돈을 성매매 대가로 보기 때문이다. 성매매로 기소되면 가해자 처벌은 가능하다. 하지만, 피해 청소년 역시 범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보호처분을 받게 되거나 피해자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2차 피해를 입게 된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그루밍 피해 아동 청소년들. 이들을 지키기 위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이번 주 <추적60분>에서는 신뢰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일생 동안 피해자가 더 큰 트라우마를 겪게 되는 ‘그루밍 아동청소년 성범죄’의 위험성을 심층 취재, 피해 아동청소년을 보호할 방안은 없는지, 모색해본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