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일) 오후 7시 40분 KBS 1TV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미식의 도시, 빛고을 광주(光州)를 찾는다.
대한민국 김치에 국가대표가 있다면 전라도 김치가 아닐까? 싱싱한 젓갈에서 오는 깊은 감칠맛, 다양한 김칫소가 익어가며 퍼지는 풍미, 온갖 재료를 하나로 묶어주는 찹쌀풀까지. 이른바 남도 김치에는 한 번 맛보면 헤어날 수 없는 강렬한 맛의 경험이 응축되어 있다. 이런 남도 김치가 전국으로 퍼지기까지 교두보 역할을 한 지역이 있으니, 바로 광주(光州)다. 남도의 음식문화가 응집되어 꽃 피운 광주에서 남도 김치의 화려함을 맛보기 위해 떠난다.
빌딩 숲과 공단을 지나 광주광역시의 끝자락에 가면 여전히 너른 들판이 남아있다. 광산구의 본량동이다. 이맘때 본량동에서 볼 수 있는 또 다른 추억의 장면은 바로 김장. 본량동 아낙들이 김장 재료를 들고 속속들이 모이는 곳은 다름아닌 폐교다.
이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가장 중요한 재료는 젓갈! 전라도 김치에 없어서는 안 될 멸치젓과 새우젓은 물론 조기젓, 밴댕이젓 고루고루 들어가야 깊은 맛이 우러난단다. 각종 재료 넣은 육수에 젓국을 끓여낸 후에 고춧가루와 찹쌀풀까지 들어가야만 제대로 된 김치 양념이 완성된다. 배춧잎마다 양념 한 움큼에 농담 한마디씩이니 중노동에도 힘든 줄도 모르는 건 당연지사. 김장 날에 빠질 수 없는 수육도 마을에서 키운 울금으로 잡내를 잡았다. 광주의 향토음식인 들깨오리탕까지 끓여내면 하루의 고생도 밥상 앞에 사르르 녹는다는데. 함께 사는 맛이 진하게 배어든 본량동의 김장 풍경을 엿본다.
광주 양동시장은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간직한 광주의 대표 시장. 유서 깊은 양동시장을 오랫동안 지켜온 상인들마저 긴장시키는 손님이 찾아왔다. 바로 2018년 대한민국 식품명인 76호로 지정된 오숙자 명인. 그가 깐깐하게 따져가며 재료들을 장만하는 이유는 집안의 내림 음식 ‘반지 김치’를 만들기 위해서다. 동치미와 김치를 반씩 닮아 이름 붙은 ‘반지’는 들어가는 재료만 수십 가지! 만드는 과정 역시 까다로워, 할 줄 아는 사람이 얼마 없다는데. 오숙자 명인의 막내딸 다슬 씨가 그 명맥을 이어 나가겠다고 손을 들었다.
● 광주 미식의 진수를 맛보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지정하는 ‘백년가게’란 30년 이상 고유의 사업을 운영한 업소 가운데, 100년 이상 이어갈 가능성을 인정받아 공식 인증받은 점포이다. 1958년 광주 금남로에 문을 연 김인자 씨네 식당 역시 65년의 구력을 자랑하며 광주의 맛을 대표하기에 모자람이 없어 ‘백년가게’로 인증받았는데. 긴 세월, 시부모님의 뒤를 이어 식당을 운영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는 김인자 씨. 여러 재료를 조합해서 김치 개발에 힘 써온 김인자 씨가 가장 자신있게 내놓는 것은 게살 김치! 게살이 듬뿍 들어간 김치 양념은 어느 재료에 버무리든지 혀에 착 감기는 감칠맛을 자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