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일) KBS 1TV '다큐 인사이트'에서는 지난 10월 14일, 향년 92세로 세상을 떠난 ‘한국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 화백의 삶을 조명한다.
박서보 화백은 올해 2월 폐암 3기 판정을 받았지만, 캔버스에 “한 줄이라도 더 긋고 싶다”며 항암치료를 포기했다. 파킨슨병으로 인해 거동이 불편해지고, 손은 떨렸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손에서 붓을 놓지 않았다.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부터 박서보 화백이 별세하기 직전까지 그의 삶을 기록해왔던 제작진은 이번 다큐멘터리를 통해 ‘예술가 박서보’뿐 아니라 ‘인간 박서보’를 소개하고자 한다. 누구보다 치열한 삶을 살았던 박서보 화백이 우리에게 남긴 유산, 그리고 이 시대에 던지고 싶었던 화두, 노화백의 마지막 이야기가 시작된다.
1961년 청년 박서보는 유네스코 국제 조형 미술연맹에서 주최하는 세계 청년 화가 파리 대회에 한국 대표로 초청을 받았다. 월세방을 빼서 마련한 돈 40달러를 쥐고 파리로 건너간 그는 온갖 폐품을 주워 만든 작품으로 1등과 3등을 차지한다. ‘언젠가 전쟁으로 가난과 결핍을 경험한 대한민국의 작가들이 세계 미술계를 휩쓸 것’. 그리고 40년 후, 박서보의 생각은 현실이 되었다.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서 대한민국의 단색화전이 전세계를 매료시킨 것이다.
박서보 화백은 1971년 한국미술협회의 부이사장직을 맡으면서 현대미술 운동을 시작한다. 현대미술 붐을 일으키기 위해 연례 전시회를 만들고, 신진 화가들을 발탁해 해외에 진출시키기도 했다. 그의 불도저같은 추진력은 한국 현대미술의 밑거름이 되었지만, 동시에 독선적인 리더라는 비판도 잇따랐다. 결국 동료들로부터 외면당했고 1979년 미술협회를 떠나게 된다.
박서보 화백의 예술세계를 완성했다고 평가받는 묘법. 물감을 칠하고, 그 위에 선을 긋는 작업을 수천 번 반복하는 동안 마음속에 욕망과 번뇌를 씻어낸다.
비움을 통해 자신을 치유했다는 박서보 화백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 세상 사람들도 치유를 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리고 세상을 떠나기 5개월 전 시작한 새 작품, 그가 마지막 작품을 통해 세상에 남기고 싶은 말은 무엇이었을까?
▶ 거장 박서보와 배우 이병헌의 인연
이번 다큐멘터리는 배우 이병헌이 내레이션을 맡았다. 평소 ‘구십이 넘은 나이에도 예술에 열정을 불태우는 박서보 화백’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있었다는 배우 이병헌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 2’를 촬영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틈을 내 내레이션에 참여했다.
이병헌 씨는, 지난해 6월 박서보 화백과 만남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약속 전날 박서보 화백의 부상 때문에 만남이 무산됐었다며, 다큐멘터리 영상을 통해서라도 박서보 화백을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에 흔쾌히 내레이션 제의를 수락했다고 전했다.
‘이병헌’의 명품 목소리를 통해 되살아난 ‘박서보의 삶과 예술의 인생’ 이야기는 2023년 11월 2일 목요일 밤 10시 KBS ITV 다큐 인사이트를 통해 방송된다.
[사진=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