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양을 유유히 헤엄치는 거대한 포유류 혹등고래. 갓 태어난 새끼 고래와 함께 푸른 바다에서 생의 기쁨을 만끽하는 이 위대한 피조물을 카메라에 담는 사람이 있다. <동물의 왕국>을 찍는 프로페셔널 다큐멘터리스트가 아니다. 연예인들이다. 금요일 밤 KBS 2TV에서 방송되고 있는 <은밀하고 위대한 동물의 사생활>이다.
이하늬, 성열(인피니트 이성열), 엘(인피니트 김명수), 그리고 박진주가 혹등고래의 모습을 담기 위해 바다로 나섰다. 이들은 태평양 중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의 타히티에서 혹등고래를 뒤쫓았다. 전체 4부작이다. 바다에서 하염없이 혹등고래를 기다리고, 수중카메라로 그들의 유영을 근접촬영하고, 물보라를 일으키는 꼬리의 환상적인 모습을 포착하며, 수중에서 울려 퍼지는 황홀한 고래의 소리를 담는데 집중한다. 그리고 마지막 회에서는 그들이 만든 다큐멘터리를 만나보게 된다. 이 프로그램의 연출을 맡은 이정욱 피디를 만나, 촬영 뒷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원래 4부작으로 준비했나?
"그렇다. 이하늬, 성열, 엘, 박진주가 한 팀이 되어 고래를 찍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마지막 4부에서는 그들이 완성시킨 짧은 다큐멘터리가 시청자를 찾아간다."
출연진 구성은 어떻게?
“출연하는 연예인들이 각기 콘텐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하늬는 원래 생태계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최우선적으로 섭외했다. 명수(엘)씨는 사진을 잘 찍는다. 성열 씨는 수중레저스포츠를 즐기고, 드론 장비에 익숙하다.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다. 엘이 찍은 사진은 방송에서 인서트 화면으로 많이 활용되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혹등고래 사진전을 가지고 싶다."
- 사전준비는 어떻게 했나.
"타히티에 가기 전에 함께 혹등고래에 대해 공부하고, 타히티에서 찍어야할 것들을 의논했다. 회의를 통해 혹등고래의 모성애에 집중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이를 위해 어떤 장면이 필요한가. 어미고래가 새끼를 케어하는 모습, 어미의 턱밑에서 쉬는 장면이 있다더라. 그런 장면을 꼭 찍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타히티 바다에서 펼치는 고래의 브리칭, 가슴지느러미치기, 꼬리치기 장면들이 추가되었다. 정하영 촬영감독을 포함하여 다섯 사람은 매일 저녁에 모여 낮에 찍은 것을 검토하고 다음날 더 찍어야할 것들을 의논했다.“
이들은 다큐에 꼭 담아야할 - 정확히는 담고 싶은- 체크리스트를 마련했다. 모성애를 확인하기 위해 ‘어미와 새끼가 함께 유영하는 장면’, ‘새끼를 업고 있는 장면’, ‘젖을 물리는 장면’, 인간과 혹등고래가 교감하는 장면‘ 등이다.
- 방송을 보니, 첫날 일본에서 기상관계로 하루 지연되었다. 차질은 없었나.
"원래 계획은 6박 8일 일정이었다. 첫날은 시차 적응도 할 겸, 현지 전문가와의 회의 등을 계획했는데 본의 아니게 나머지 5일을 촬영에 올인하게 되었다."
피디는 그 흔한 현지관광 모습을 찍을 여유도 없었다고. "원래, 그런 장면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드라이하게,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다큐같이 찍고 싶었다"며, “타히티는 물가가 비싸다. 휴양지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혹등고래가 유영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이곳을 택한 것이다. 어미 고래가 새끼를 낳고, 포육(哺育)하기 좋은 곳이다.”
이정욱 피디는 KBS 예능피디이다. '1박2일' 조연출을 거쳐 이번에 '동물의 사생활'로 피디로 정식 입봉을 했다. 야외 연출을 충분히 트레이닝한 셈. 앞으로 하고 싶은 프로그램은? "스토리텔링이 되는 것을 하고 싶다. 잘 짜여 있는 프로그램보다는 돌발변수가, 이벤트가 있는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 자연이 주는 임팩트 있는, 재미와 호기심 가득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우리 프로그램은 인간과 동물이 교감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하늬씨도 그런 이야기를 했는데 진정성 있게 접근하고 싶었다.” 이정욱 피디도 말티즈 두 마리를 키운다고 한다. (타히티에 촬영 간 동안은 밥은 누가 주냐고 묻자 "와이프가.."라고 답했다)
연예인들과 함께 배에 오른 정하영 감독은 KBS의 프로페셔널 촬영감독이다. "고생 많이 하셨다. 시청자들 보기엔 일반인인 셈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임팩트 있는 그림을 많이 잡아냈다.“ 정하영 피디는 출연료를 따로 받는지 물어봤다. "그런 것 없다. KBS직원으로서 출장비만 받았다."란다.
야생, 생태 다큐를 찍은 셈인데, 일정이 너무 짧은 것 아닌가.
"당연하다. 정통 다큐라면 어림도 없다. 현지 전문가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고래의 생태를 보여주는 5부짜리 다큐를 찍는데 3년이 소요된다고 하더라. 우린 그런 예산도, 여건도 안 되고, 출연진 스케줄도 맞춰갈 수 없다. 대신 확률이 가장 높은 시기와 장소를 선택해서 6일안에 담아내려고 했다. 사실 다 못 담아도 된다고, 마음 편하게 먹고 시작했다.“
첫 회를 보면 망망대해(타이티섬 앞바다)를 맴돌며 하염없이 고래를 기다린다. 요즘 예능 트랜드로 보면 지루한 것 아닌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다큐는 이벤트성이 강하다. 장르 자체가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집중하는, 기다리는 과정이 충분히 있어야 그 이벤트가 임팩트있게 전달될 수 있다. 어쩔 수 없는 기다림이다.“
촬영이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어미고래와 아기고래, 그리고 고래와 사람이 교감하듯 유영하는 장면을 담는 게 제일 힘들었다. 하늬씨가 사점을 넘었다고 표현한 그 장면을 찍기가 힘들었다.”
다행히 고래는 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고. 그런데. 수중촬영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기다림’ 끝에 이하늬와 어미고래와 아기고래가 교감을 나누는 듯한 멋진 장면을 ‘임팩트 있게’ 훌륭하게 화면에 담을 수 있었다.
혹등고래 다음엔 펭귄
<동물의 사생활>은 혹등고래의 모성애를 담은 4부작과 펭귄의 이야기를 담은 4부작이 방송된다. 그게 '시즌1'이라면 '시즌1'인 셈. ‘동물의 사생활’ 담당피디로서 후속 시즌에 대한 욕심이 왜 없겠는가.
"시즌을 하나만 하고 말기엔 아쉽다.“며 ”‘시즌2’도 만들고 싶다. 아이템은 많다. 흔하다고는 하지만 아프리카의 웅장한 장면을 포착할 수도 있잖은가. 출연자들이 현장에서 직접 느끼는 감정을 잡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동물의 이벤트를 담을 때 중요한 것은 시기와 장소가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시청률은 3%를 넘지 못했다. “같이 느껴 보는,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는 프로그램으로 기획한 것이다. 시청자에게 자리 잡기에는 시간이 걸린다. 몰입하여 보지 않으면 쉽지 않을 것이다. “
이정욱 피디는 혹등고래에 이어 펭귄의 생태를 보여줄 예정이다. 촬영도 끝났다고 한다.
“고래는 보기 힘들고, 추적하는 과정을 통해 동물의 모성애를 보여주는 드라마가 있는 다큐이다. 펭귄이야기는 자연에 적응하는 모습이 나올 것이다. 한 섬에서 집단 서식하는 펭귄들을 보여줄 것이다. 거센 바다에서 적응하는 모습에서 출연자들이 느끼는 감정이 시청자를 감동시킬 것이다.”라며 “남극 얼음에 사는 펭귄이 아니다. 땅에 사는 펭귄이다.”고 덧붙인다. ‘펭귄이야기’에서는 이미 알려진 대로 문근영과 함께 또 다른 연예인이 다큐 촬영에 도전한다.
이정욱 피디가 이하늬, 엘, 성열, 박진주와 함께 타히티 앞바다 혹등고래의 모성애를 포착하는 예능 다큐 <은밀하고 위대한 동물의 사생활> 4부작 중 마지막 편은 14일(금) 밤 10시 KBS 2TV에서 방송된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