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공개된 뒤 ‘학부모 사이’에 화제가 된 영화 [독친]이 내일(11월 1일) 개봉한다. 대치동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특이한 경력을 가진 김수인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엄마’ 장서희는 ‘딸’ 유리를 좋은 대학 보내기 위해 한 마디로 말해 ‘잡는다’. 착한 딸 유리는 어떻게 될까. ‘독친’(毒親)은 일본에서 처음 사용된 말로, 아이에게 독이 되는 부모를 일컫는다고. 김수인 감독을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Q. 기자시사회 때 대치동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는데.
▶김수인 감독: “국어과목을 가르쳤다. 문예창작과 나왔고, 대학원(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에서 영화연출을 배웠다. 글 쓰는 것에는 자신이 있었고, 좋은 기회로 학원강사를 몇 년 하였다. 대치동 학원에서도 가르쳤고. 이후 영화사 기획팀에 있으면서 작가로 영화대본 디벨로프 작업을 했었다.”
Q. 혹시 그런 작업을 하면서 영화감독이 되려고 한 것인가.
▶김수인 감독: “물론 아니다. 아주 오래된 명작들, 거장들 작품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문창과를 선택한 것도 원래는 소설가가 되고 싶었는데 막상 들어가서 이런 저런 글쓰기 공부를 하다 보니, 소설가나 카피라이터, 방송작가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기반으로 글 쓰는 것을 배워두면 여러 분야에서 활용할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은?)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을 가장 좋아한다. 아이러니를 잘 살린 스릴러이다. 그런 블랙코미디를 하고 싶었다.”
Q. 이게 첫 감독 작품인가.
▶김수인 감독: “첫 장편연출작은 <대치동 스캔들>이라는 작품이다. 작년 상반기에 영진위 제작지원 받아 연출을 맡았다. 어쩌다보니, 그 작품 들어가기 전에, 예전에 써놓은 초고를 가지고 <독친>을 연출하게 된 것이다. <대치동 스캔들>은 여름에 촬영 끝났고, 후반작업 중이다.”
Q. <독친>은 언제 시나리오를 쓴 것인가. 시나리오는 어떤 식으로 써내려가는 편인가. 일필휘지? 아니면 장고하는 스타일?
▶김수인 감독: “<독친>은 2021년 초에 해가 바뀌자마자 썼던 것이다. 나는 항상 머릿속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얼개를 잡아놓은 뒤 컴퓨터 앞에 앉는 타입이다. 그렇게 준비를 다 해놓고 한글 워드를 켜고 앉으면 쉽게 쓰는 편이다.”
Q. 캐스팅 구상은 언제? 쓰면서 염두에 두고 쓰는가?
▶김수인 감독: “시나리오 쓸 때는 배우를 구체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냥 어느 연령대, 분위기를 생각하고 쓴다. 구체적으로 떠올리고 썼다가 그렇게 캐스팅이 안 되면 너무 변화가 생기니까. 캐스팅이 확실하다면 쓸 수 있을 것이다.”
Q. 부천국제판스틱영화제에서 처음 선보였다. 그때 관객 반응은 어땠는지.
▶김수인 감독: “세 차례 상영했었고, 두 번의 GV가 있었다. 물론 반응은 좋았다. 영화제라는 것이 영화 매체에 호감을 가진 분들이 굳이 찾아오셔서 보는 것이고, 저의 지인과 배우들의 팬들이 많이 와 주시니 일단 호의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반응이 전체의 반응은 아니라고, 일희일비 하지 말자고, 겸허하게 기다린다.”
Q. 하하. 일본에서도 영화제를 통해 소개되었다. 일본 관객 반응은 어땠는지.
▶김수인 감독: “일본에서의 반응도 좋았다. 아이치여성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 참, 며칠 전에 주일한국문화원에서 상영되었다. 온라인과 함께 오프라인으로 한차례. 반응 찾아보니 감명 깊게 봤다는 글이 많았다.”
Q. 기자시사회 이후 기자평은 찾아보았는지.
▶김수인 감독: “개봉을 앞두고 한 첫 시사회라서 찾아보았다. 나쁜 평이 있다고 해도 보신 분의 감상이니 존중한다. 좋은 평을 주셨다면 감사한 일이라 생각한다.”
Q. 손익분기점에 대한 부담감 같은 게 있는지.
▶김수인 감독: “워낙 초초저예산의 영화이고, 대표님께서 첫 작품을 첫 작품답게 공개할 수 있게 응원해주시는 편이다. 흥행에 대한 부담감은 느끼지 않는다.”
Q. 오디션 과정은 어땠는지.
▶김수인 감독: “혜영 역을 먼저 찾았다. 캐스팅 되는 중견배우에 맞춰서 밸런스를 맞추는 다른 배우를 캐스팅할 계획이었다. 장서희 선배로부터 수락을 받고, 유리, 예나, 기범 역할을 찾았다. 오디션을 많이 봤는데 그 조합을 본 것 같다. 유리는 혜영의 딸로 보여야하니. 너무 얼굴이 다르면 ‘저런 딸이?’할 테니. 그림체가 맞는 배우를 찾았다. 그리고 그런 유리에 맞는 친구가 될 만한 예나를 찾았고, 그들의 선생님으로 적합한 담임 기범을 선택한 것이다.” (다들 신인인데..) “연기력은 신인이든 경력배우든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장에서의 대처능력을 잘 할 것 같았다. 영화를 찍으면서 점점 믿음이 커졌다. 좋은 모습 보여주더라.”
Q. 이전에 영화현장 경험이 있는가.
▶김수인 감독: “장편 조감독을 했었다. 이번 부천영화제에서 오태경 배우가 출연한 작품이 세 작품이다.(독친/좋.댓.구/2035) 그중 <2035>라는 페이크 다큐가 있다. 재미난 작품이다. 내가 각색하고 조감독으로 참여했다. 장편 현장에도 있어봤고, 대학원시절 단편도 찍었었다.” (본인이 연출한 작품은?) “<체크메이트>를 연출했었다. 난 영화제 출품 학생은 아니었다. 영화를 만드는 목적이 영화제가 아니었으니까. 친구들 작품에 참여하기는 했다.”
Q. 윤준원 배우가 연기한 담임선생님 기범에 대해 설명하자면. 열정에 불타는 선생님 같기도 하고, 찌질이 같기도 하다.
▶김수인 감독: “기범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교사의 모습이라든지 교직원의 풍토를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기범도 ‘독친’의 피해자이며, 미성숙한 인간이다. 또 다른 독친의 피해자로 선택한 것은 교사였다. 이 역할을 준비하면서 윤 배우와 이야기 나눈 게 기범은 좋은 교사가 되고 싶었고, 본인 일을 열심히 하지만 그 기저에는 자기만족의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받지 못한 사랑을 베풀면서 살겠다는 욕망이 있었지만 그게 너무 앞서서 중요한 걸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미성숙한 인간이기에 허점을 보인다. 기범은 유아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 앞에서는 어른인척 하지만 말이다.”
Q. 최소윤이 연기하는 예나는 아이돌 연습생이다. 학교에 이런 존재가 있다는 것은 이야기를 훨씬 풍성하게 만들 수 있을 것도 같다.
▶김수인 감독: “제가 워낙 케이팝의 오랜 팬이다. 고인물이다. 예전부터 아이돌 문화를 좋아해서 그런 좋아하는 마음을 작품에 녹여내고 싶었다. 젊은 사람한테는 그 또한 훌륭한 K컬쳐인데, 혜영(장서희) 같은 사람에게는 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고리타분한 어른의 입장에서는 성적과 대학만이 중요하기에 그런 것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다. 예쁘게 보이는 것과 고리타분함을 극대화 시킬 수 있을 것이다.”
Q. ‘꽁치 알레르기’에 대해서. 그런 설정을 넣은 이유가 있는지.
▶김수인 감독: “한국에서는 알레르기가 중요한 질병이 아니라 유난 뜨는 증세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조금 가려운 것 정도로 말이다. 인터넷을 보면 한국 사람에게 알레르기가 별로 없는 이유는 어릴 때 음식투정을 부리면 엄마가 등짝을 때리기에 참고 먹어서 그렇다는 우스개도 있다. 혜영은 고리타분하고 본인 아집을 드러내는 설정으로 음식 알레르기를 넣었다. 혜영에게는 가여움이 중요한 게 아니라 ‘등 푸른 생선’을 먹고 머리가 좋아지는 것이다.”
Q. 유리의 엄마, 아빠는 왜 이혼했을까. 아버지는 유리가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다 알고 있을 텐데 말이다.
▶김수인 감독: “아빠는 방관자이다. 왜 이혼했을까. 제가 생각한 것은 기본적으로 혜영은 들들 볶는 사람이다. 본인 통제에 따라야한다. 가까운 가족일수록 정도가 더 심했을 것이다. 아들, 딸에게 했듯이 남편에게도 그랬을 것이다. 그러니 부부관계가 소원해진 것이 아닐까. 그 과장에서 유리가 고통 받는 것을 알지만 도망친 것이다. 좋은 부모는 아니었다.”
Q. 영화에서는 ‘자살모임’이 등장한다. 요즘 사회문제가 되는 현상 중 하나이다.
▶김수인 감독: “그 설정은 초고에는 없었다. 처음에는 유리가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자살하는 것이었다. 그 마지막 모습을 목격하는 게 엄마였다. 그런 설정으로 이야기를 풀기가 어려웠다. 좀 더 이야기를 풍성하게 할 만한 설정이 무엇이 있을까. 물가가 떠올랐고, 둥그러니 놓인 차가 생각났다. 그곳에 있는 정체불명의 조합의 사람들. 유리의 죽음을 객관적으로 목격한 사람이 있어야했다.”
Q. 감독님이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가장 좋았던 장면은.
▶김수인 감독: “혜영과 준태가 유치장에서 마주보고 하는 대화 장면을 애정한다.”
**마지막 장면을 목격한 사람이, 혜영에게 유리의 마지막 모습을 알려주며, 진실에 한 걸음 다가가게 되는 장면이다.**
Q. 유리와 예나가 운동장 스탠드에서 아이스크림 먹는 장면이 괜찮았다.
▶김수인 감독: “그 장면은 시나리오 초반에는 없었다. 캐스팅 과정에서 넣은 신이다. 강안나 배우가 너무 잘 살려주었다. 풋풋하게 잘 찍었다. 영화 전체에서 둘이 사이좋게 보이는 장면은 딱 두 장면이다. 배우들이 질문을 많이 했던 신이기도 하다.”
Q. 관객에게 가장 큰 울림을 준 것은 마지막에 나오는 대사 ‘엄마의 엄마...’ 대사 부분일 것 같다.
▶김수인 감독: “그것도 처음에는 없던 대사이다. 이 영화가 일방적인 증오나, 단순한 미움, 혜영을 마녀로 보이게 하는 것을 피하고 싶었다. 혜영과 유리의 관계를 좀 더 집요하게 파헤쳐보고 싶었다. 과연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렇게 도출해낸 대사였다.”
Q.개봉을 앞둔 지금 심정은 어떤지.
▶김수인 감독: “개봉한다니 두근거린다. 솔직히 아무 생각이 없다. 사실, 관객이 얼마나 드는 것은 제 영역이 아니다. 영화를 잘 완성시키는 것이 제 몫이다. 이후는 홍보와 배급의 영역인 것 같다. 관객이 많이 드는 것은 하늘의 뜻이고,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홍보과정이 꽤 많더라. ”
Q. 향후 계획은?
▶김수인 감독: “후반작업 끝내야하고, 다른 것 써야할 게 많다. 하루하루 해야 할 일을 도장 깨듯 살고 있다. 일단 금요일에는 GV가 예정되어 있다. 이후에는 쓰고 싶은 것 쓰고, 하고 싶은 것 하지 않을까. 장편을 두 편 찍었기에 보시는 분들이 제게 기대하는 게 생겼을 것 같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그런 마음입니다.”
** <독친> 스페셜GV는 27일(금) 저녁 CGV에서 열린다. 무브먼트 진명현 대표의 진행으로 김수인 감독과 함께 강안나, 최소윤, 윤준원, 오태경, 조형균 배우가 참석할 예정이다.“
영화 <독친>은 내일(11월 1일) 개봉한다. 104분, 15세이상관람가
[사진=트리플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