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친’(毒親·Toxic parents)은 일본에서 처음 나온 말이다. ‘아이’의 입장에서 ‘독이 되는 부모’를 말한다.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라면서 행해지는 부모의 억압적 ‘학대’를 생각해보라. 그렇게 아이의 버릇을 바로 잡고, 학원을 돌리고, 음식을 제어한다. 아이는 숨 쉴 공간도 없이 엄마가, 아빠가 설계한 훈육과정을 견뎌내야 한다. 내달 1일(수) 개봉하는 김수인 감독의 영화 <독친>은 바로 그런 엄마 밑에서 질식할 것 같은 삶을 사는 한 학생의 비극적 삶을 다룬다. ‘독한 엄마’는 장서희가, ‘불쌍한 딸’은 강안나가 연기한다. 강안나는 지난 주 개봉된 <용감한 시민>에서 학교 일진 가운데 한 명으로 얼굴을 비추기도 했다. 강안나를 만나 영화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신기하기도 하고 두근두근 떨리기도 한다. 관객 분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기대로 된다. 이렇게 갑자기 세상에 나온다니 신기하다.”
Q. 장서희 배우와 모녀연기를 펼쳤다. 소감은.
▶강안나: ”워낙 연배와 경력이 높으신 분이라 가까이 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현장에서 너무 잘 대해주셨다. 연기할 때 편하게 하라고 독려를 많이 해주셨다. 일본 나오야에서 열린 아이치여성국제영화제에 같이 갔었는데 그때 3박4일동안 많이 가까워진 것 같다.“ (나고야에서는 맛있는 것 많이 먹었는지) ”하하, 주먹밥같이 생긴 텐무스라고 맛있게 먹었다.“
Q.필모를 보니 넷플릭스 <종이의 집>에 나왔다. 무슨 역할이었는지.
▶강안나: ”학생 무리 중에 한 사람이다. 소속사 들어가기 전에 한 작품이다. 연기학원 추천으로 오디션 보았고, 8회 차 찍었다. 두세 달 정도 일산 킨텍스에서 촬영했는데 대중교통으로 왔다갔다하며 찍었다. 출연료가 꽤 되었던 것 같다.“
Q. <독친>이 첫 영화 작품인가.
▶강안나: ”곧 개봉하는 <용감한 시민>을 먼저 찍었다. <독친>보다 1주일 먼저 개봉한다. <용감한 시민>에서는 일진, 날라리 캐릭터 역할이다. <독친>의 모범학생과는 상반되는 역할이다. 둘 다 많이 봐 주시면 좋겠어요.“ (<용감한 시민>에서는 학생빌런 이준혁 뒤에 따라다니는 일진 중 한 명, 마지막에 폰카에 찍은 영상을 제공하는 ‘송은교’를 연기했다)
Q. <독친>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먼저 선을 보였다. 그때 관객 반응은 어땠는지.
▶강안나: ”나는 이 영화를 슬프다고는 생각해 본적이 없었는데 다들 슬퍼하고, 우시는 분들도 많았다. 내가 ‘유리’에 너무 감정이 이입해서 그런 모양이었다. 끔찍하다고 생각했는데 몇 번 보니까 그 감정을 알겠더라.“
Q. <독친>에 합류한 과정은.
▶강안나: ”오디션을 통해 출연하게 되었다. ‘유리’ 역할이 신인으로서 꼭 하고 싶었다. 오디션을 열심히 준비했다.“ (어떤 준비?) ”많이 준비해 갔다. 대본 뒤에 마인드맵을 하기 위해 빼곡하게 글을 써두었는데 감독님이 그걸 좋게 보신 모양이다. 태도가 마음에 드신 모양이다. ‘이렇게 열심히 안 해 오셔도 되는데’하셨다. 그날 감독님이 ‘이렇게 해봐라, 저렇게 해봐라’ 디렉팅을 많이 하셨는데 제가 잘 알아듣고 한 번에 변화를 시켜 연기를 잘해낸 것 같다.“
Q. 오디션에서 어떤 연기를 했는지 기억나는지.
▶강안나: ”긴 대사였다. 호수 가에서 횡설수설하며 욕도 하는 그 장면을 했었다. 오디션에서는 그 인물의 하이라이트를 연기하는 것 같았다. 감독님은 내가 어떻게 웃는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웃다가 정색하며 연기하는 것을 많이 보셨다. 감독님이 뭘 원하시는지 이야기를 나누며 나름 파악했다. 혼자 찍어보기도 하고 그랬다.“
Q. 강안나 배우는 아이돌 연습생 출신이다. 극중 예나(최소윤) 역할도 어울릴 것 같은데.
▶강안나: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예나 역할도 욕심난다. 그것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예나는 매력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근데 예나 언니가 연기하는 것 보고는 ‘딱 맞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잘하셨다. 그 신을 찍을 때는 못 봤는데 나중에 완성본 보니, 화내는 장면도 깜짝 놀랄 만큼 잘 했다. 실제는 순돌순돌한데 어떻게 찍었는지 궁금했다.“
Q. 자신이 출연한 장면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신은?
▶강안나: ”개인적으로는 담임 선생님이랑 이야기 하는 장면. 교무실에서 약봉투 가지고 이야기 나누는 장면인데 처음 봤을 때 그 장면이 마음에 들었다. 두 번 째 볼 때는 마지막 케이크 신이 마음에 든다.“
Q. 오뎅(어묵) 먹는 장면은 어땠나.
▶강안나: ”오뎅을 많이 먹었다. 제 입이 그렇게 작은 줄 몰랐다. 욕심으로는 입에 많이 욱여넣고 싶었는데 잘 안되더라. NG가 났다. 감독님은 좀 더 먹었으면 좋겠다고 하셨고.“
Q. 아이스크림 장면, 체육시간 끝나고 예나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강안나: ”그 장면에서 눈물 나왔다는 사람이 있더라.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 장면은 예나와의 첫 만남이고, 소중한 존재로서 접점이 되었던 신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Q. 영화에서는 정서적으로 충격을 주는 장면이 많다. 공감하는지.
▶강안나: ”저도 고등학교를 학구열이 높은 지역에 자랐다. 주위에서 재수, 삼수하는 친구도 많이 봤고. (영화 속의) 그런 집들을 사실 많이 봤다. 그런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장서희 엄마와의 신은 항상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그렇다. 항상 그랬다. 촬영장 들어가는 순간부터 엄청 우울해져 있으려고 했다. 사람들과 밝게 이야기 나누다가 ‘자, 촬영 들어갈게요’하면 바로 우울해지는 것은 나한테 맞는 방법이 아니었다. 그 상황에서의 유리의 감정으로 이어나가고 싶었다. 그래서 항상 지쳐있고, 힘들고 그랬던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 쉽게 빠져나왔는지?) ”그 신 찍는 날만 그렇게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예나와 좋은 신 찍을 때는 좋은 감정을 유지했다.“
Q. 실제 가족은? 엄마와 아빠와는 어떻게 지내는지.
▶강안나: ”엄마, 아빠, 언니가 있다. 엄청 친구 같은 가족이다. 농담도 엄청 많이 하고 재밌어요.“
Q. 연기자, 연예인의 꿈은 언제부터 가졌는지.
▶강안나: ”중학교 때부터 이쪽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고등학교 다닐 때 아이돌 연습생 잠깐하면서 본격적으로 생각한 것 같다. 연기를 하고 싶었다. 생각해보니 초등학생 시절부터 친구들과 스마트폰으로 공포영화 찍으며 논 것 같다. 점심시간이면 급식 빨리 먹고 아이들과 놀았다. 머리 찰랑거리는 귀신역할을 하며 재밌었던 기억이 있다.“
Q. 아이돌 연습생은 얼마나 했는지.
▶강안나: ”6개월 정도 했다. 솔직히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아이돌을 하기에는 나이가 많을 것 같았다. 17살에 시작하는 게. 난 스스로 노래는 잘한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내 노래를 보여줄 수 있는 뮤지컬이라든지 음악영화라든지 이런 것 같이 해보고 싶다.“
Q. 뮤지컬을 한다면 어떤 노래?
▶강안나: ”<시카고>의 ‘록시’(Roxie). 그거 좋아해서 학교 졸업하고 혼자 개사하고 그랬다. ‘록시’를 ‘안나’로 고쳐서 말이다. <위키드>의 글린더 역할, ‘파퓰러’(Popular)도 불러보고 싶다.“
*강안나의 인스타그램에는 직접 기타 치고 노래 부르는 동영상을 볼 수 있다*
Q. 학교 다닐 때 단편영화에 출연하지는 않았는지.
▶강안나: ”그럴 기회가 없었다. 코로나 시절 2년이어서 아예 없었다. 혼자 열심히 한 것 같다.“
Q. 유리 역할은 어떤 인물인지.
▶강안나: ”다른 사람이 봤을 때 항상 친절한 미소를 보인다. 우울해 보이면 안 되는, 좋은 가정에서 잘 자란 모범생 이미지가 있어야한다고 생각했다. 굳이 웃지 않아도 될 때에도 웃는 아이이다. 내면에는 여러 감정들이 있다. 상상할 수 없는 분노와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캐릭터이다. 그런 감정이 티내고 싶지 않지만 툭 튀어나오는 순간이 있다.“
Q. 감독님은 ‘유리’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가지라고 말했는지.
▶강안나: ”반복되는 말들이 많다. ‘사과해. 사과해’, ‘하지 마 하지 마’처럼. 저는 그것들을 다르게 대사를 치려고 노력했는데 감독님은 항상 똑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원래 배우들은 같은 대사가 있으면 조금씩 다른 것을 주려고 노력하는데 말이다. 그게 가장 기억에 남는 디렉팅이다. 그것이랑 웃는 것.“
Q. ‘독친’ 엄마를 연기한 장서희 배우는 한때 ‘복수의 화신’ 전문배우이기도 한데, 무섭다는 생각은 안 들었는지.
▶강안나: ”선배님 나온 작품을 보지는 못했는데 지금도 TV 커면 재방송하는 걸 볼 수 있다. 찾아보려고 했고, 그런 부분 알고는 있었다. 그래서 첫 만남이 무서웠고, 카리스마가 느껴지긴 했다. 실제 만나보면 정말 저보다 더 소녀 같다. 촬영하면서 잘 챙겨주셨다. 잘 했다고 토닥토닥해 주시면서. 그게 좋았다.“
Q. 그런데 딸이 알러지가 있다는 사실을 엄마가 모를 수가 있나?
▶강안나: ”있다고 생각한다. 엄마랑 그 정도 대화를 했을까? 워낙 질리게 하는 엄마니까 이야기를 안 하려고 했을 것 같다. 그리고 말해봤자 통하지도 않았을 것 같다.“
Q. 마지막에 ‘엄마의 엄마가 될 거야’라는 대사에서는 엄마에 대한 연민이 느껴지기도 한다. 연기하는 유리의 입장에서 엄마에 대한 감정은 어땠나.
▶강안나: ”저도 연민을 느끼면서 연기했다. 엄마를 진짜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피가 섞인 관계이니. 엄마는 유리를 사랑했었기에 그런 행동을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잘못된 사랑이지만. 그런 감정을 가졌고, 그런 대사를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Q. 부모님은 이 영화 보셨는지.
▶강안나: ”(부천)영화제때 봤다. ‘그냥, 잘 했다. 자랑스럽다. 내 딸“ 이 정도 말씀 해주셨다.” (’독친‘과 비교하자면?) “그런 생각은 안 해봤다.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도 안 주었고, 제가 하는 것은 항상 믿고 지지해 주셨다. 이런 상황의 친구들이 힘들었을 것 같다. ’독친‘가정에 계신 분들이 많은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Q. 영화를 찍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강안나: “호수가에서 마지막 장면 찍을 때 힘들었다. 시간적 여유 없었다. 거의 리허설을 한 것이 오케이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배우와 호흡을 좀 더 맞췄으면 좋았을 텐데. 그게 아쉽다.”
강안나 배우는 음료 브랜드 오란씨 CF모델로 연예계에 발을 내딛었다. 그래서인지 롤모델이 윤여정 배우란다. “윤여정 선배님이 오란씨 첫 번째 모델이셨다. 저도 이것으로 시작한만큼 선배님처럼 글로벌한 활동을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렇게 나아가고 싶습니다.”라고 야무진 포부를 밝혔다.
강안나가 출연하는 영화 <독친>(감독:김수인)은 11월 1일 개봉한다. 강안나와 함께 장서희, 최소윤, 윤준원, 오태경 등이 출연한다.
[사진=트리플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