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월화드라마 ‘최고의 이혼’은 10월 8일 방송을 시작한 뒤 지난 (11월) 27일 최종회 시청률 4.5%를 기록하며 종영했다. ‘최고의 이혼’에서 까다롭고 예민한 남자 조석무 역을 맡아 열연한 차태현을 만나 드라마 뒷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차태현은 드라마뿐만 아니라, ‘1박 2일’과 ‘라디오스타’ 등 예능프로그램에서도 반짝이는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인터뷰는 지난 30일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예닐곱 연예매체 기자들과 함께 라운드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차태현이 소속된 블러썸엔터테인먼트에는 송중기, 박보검이라는 핫한 한류스타가 있다. 후배 연기자를 이끌어가는 선배연기자로서 어려움을 묻자 반사적으로 “전혀 없다. 회사는 (박)보검이가 이끈다”고 말해 웃음보가 터졌다. 차태현은 유쾌하게 블러썸 이야기를 이어간다. “나는 누군가의 멘토가 되어본 적도 없고,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도 아니다. 같이 일하고 있다는 게 좋다. 처음 시작할 땐 좁은 공간에 책상 두어 개로 시작했었다. (송)중기, (박)보검이가 같이 잘 됐다. 누가 봐도 그 친구들이 해놓은 게 많다”고 말했다.
● 까칠한 조석무, 밝은 이미지의 차태현
드라마에서는 ‘까칠한’ 성격의 조석무였지만, 실제 차태현은 첫사랑과 오랜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한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이다. 방송을 통해 가정적인 남편, 좋은 아버지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 이미지가 너무 불편하다. 그런 이미지는 (최)수종이 형님이나 (유)재석이 형이 있잖은가. 나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인데, 그런 이미지가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좋은 아빠’ 이미지에 대해서도 “특별한 게 없다”면서 “TV에 좋은 모습만 편집돼서 나오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저도 집에서는 애들에게 혼도 많이 내고 소리도 지른다.”고 대답한다. 솔직하다!
- 조석무 역할은 평소의 배우 차태현의 이미지와는 많이 다르다
“연기를 하면서 맡은 역할이 공감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고 배우가 바꿔달라고 할 순 없잖은가. 이 드라마에서도 석무 캐릭터가 공감 가는 캐릭터가 아니었다. 들어갈 때부터 왜 저런 말을 하고, 저렇게 행동하나 생각했었다.”
“이번 역할은 그 전에 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미지 변신을 할 생각도 안했다. 까다로운 인물을 연기한다고해서 이미지 변신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장르의 연기를 하거나, 악역을 한다거나 해야 큰 변신일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 다른 게 있었다면 결혼 후 첫 기혼자 캐릭터이다. 그런데 작품에서는 시작부터 이혼이라는 설정이 있었다. 안에 들어가 보면 결국은 비슷한 사람 사는 이야기였다.”
차태현은 20년 이상 연기를 하다 보니 원작이 있는 작품, 리메이크 작품에도 많이 출연했었다. “‘바보’, ‘신과 함께’, ‘파랑주의보’, ‘복면달호’, ‘이끼’ 등이 다 원작이 있었다.
- 일본 원작드라마는 보았는지
“만화를 제외하고 작품을 할 때 원작을 미리 보며 연구하고 그런 적은 없었다. 이번 드라마도 원작을 보지 않았다. 짤 영상만 여러 개 본 것 같다. 감독님도, 작가님도 원작을 볼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하더라. 아마 연기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일본드라마와 우린) 정서가 약간 다르긴 하다.”
- 어떻게 다른 것 같나.
“일본 영화나 드라마는 장면전환이 빠르고 스피디하잖은가. 원작은 대사가 10분 이상 길게 이어지는 장면이 많은 모양이더라. 조석무 캐릭터를 연기해 보니 대사의 양이 많다는 생각은 들더라. 말을 하면서도 무슨 이야기인지 모를 때도 있었다. 두서없이 말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흐름이 이어지지 않고, 유독 외워지지 않았던 그런 게 있었다.”
드라마를 총평하자면.
“이 드라마는 가족을 다룬다. 이혼을 이야기한다. 흔히 생각은 하지만 디테일하게 보여주지 않는 모습들, 그런 대사가 많다. 가족이라면 잘 배려해야할 것 같은데 이 드라마에선 가족이 제일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공감이 가든 안 가든 그런 정서가 지배적이다.”
차태현과 배두나, 그리고 KBS
차태현은 이번 드라마에서 배두나와 부부로 첫 연기호흡을 맞췄다.
“비슷한 시기에 일을 했는데, 같이 일을 한 적은 없었다. 두나와 연기를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배두나가 나랑 연기해준 느낌이다. 배두나가 연기를 너무너무 잘 했다. 사람이 잘 나가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할리우드 스타가 괜히 할리우드스타가 아니다“
차태현은 시청률이 낮게 나와 아쉽다고 말한다. 드라마 시작할 때 마치 배두나-차태현이 (시청률경쟁에서 고전을 하던) KBS를 살리네 하는 기사가 나왔었다. 차태현은 이에 대해 “처음부터 정서가 달랐다고 생각한다. 배우나 차태현의 문제가 아니라 드라마 설정이 그런 것을 아니까. 과연 시청자들이 그렇게 느낄까. 그런 생각을 했었다.”
“KBS에 미안한 마음은 있다. 예능프로그램 ‘거기가 어딘데’할 때 월드컵 때문인가 방송이 제대로 안 나갔고, 작년에 ‘용띠클럽’ 다 만들어놓고, 파업 때문에 방송 안 되고. 어쨌든 잘 안되었으니 참여한 배우로 미안하다.”
차태현 배우는 여느 연기자보다 더 흥행과 시청률에 신경을 쓰는 편이란다. “나는 상업배우이다. 상업영화를 찍고, 상업드라마에 나온다. 작품성이 좋다는 말은 위안은 될 수 있겠지만, 그게 많은 사람들이 보지 않으면 실패한 셈이 되잖은가. 재미있으면 많이 보시겠지만.”
그러면서 시청률에 대해서도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시청률에 일희일비한다. 배우들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작품을 할 때 본전이 목표다.” 차태현은 그게 오래 전 <엽기적인 그녀>의 대성공 이후, 한동안 부진했던 흥행결과에 대한 인식 때문일 것이라고 말한다. "조연배우 때부터 기본적으로 관객이 들지 않는 이상 망하는 건 한순간임을 깨달았다. 같이 일한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봐왔기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드라마는 그걸 알 수가 없더라. 영화는 수치로 정확하게 나온다. 이번 드라마를 하며 시청률 때문에 조금 괴로웠다. 다행스러운 것은 끝나기 2주 전에 광고가 많이 붙었단다.” "영화든 드라마든 망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본전은 뽑는 게 첫 번째 목표다. 배우들은 몰라도 제작사는 망하지 않나". (차태현의 형은 영화제작사 대표이다. 최근 이성민 주연의 영화 ‘목격자’를 만들었었다)
연기대상, 연예대상
연말이면 연기대상과 연예대상 시상식이 열린다. 차태현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연기상은 연기를 잘해서 받는 거니까 배우로서 받을 수 있다면 너무 좋다. 못 받으면 '아, 내가 너무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들긴 할 것이다.“고 역시 솔직하게 말한다.
이어 "연예대상은 사실 관심이 없다기보다는 자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1박 2일' 촬영을 가면 몸이 쉽게 망가진다. 바로 드라마 촬영장에 가서 연기를 하려면 지장을 주더라. 그래서인지 '1박 2일' 촬영 때 100% 제 기량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더라.”
예능프로그램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예능프로그램에 고정 멤버가 될 때는 섭외를 받고 들어간다. 하지만 나올 때는 내 맘대로 못 나온다. 대단한 결단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프로그램이 망하지 않고선 못 나간다. 그래서인지 예능은 끝이 안 좋을 수밖에 없는 게 안타깝다. 진짜 고생을 많이 한다. '1박 2일'을 오래 하고 있으니 드라마 한다고 나갈 명분도 없다. 이번에 예능 2개, 드라마 하나를 하니 이건 아닌 것 같더라.“며 ”제 본업은 당연히 연기다. 드라마와 영화 쪽을 더 많이 생각할 수밖에 없다.“
영화와 드라마, 예능에서 빛을 발하는 24년차 연기자 차태현은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을까. “굳이 악역은 아니지만 장르를 바꿔보고 싶은 생각은 있다. 공포는 별로지만 스릴러는 해보고 싶다. 그런데 뭐가 들어와야지...”라며 웃는다. 그러면서 “최민식, 송강호, 황정민 선배처럼, 나도 그 나이에 어울리는 연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배우로서의 목표일 수도 있다. 그 나이 대에 맞는 캐릭터를 소화하는 배우 말이다. 죽을 때까지 연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