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건재 감독의 5번째 장편영화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가 지난 25일 언론시사회를 갖고 개봉을 맞을 채비를 마쳤다.
영화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는 인생의 마지막 경로에서 비극도 희극도 아닌 삶의 이면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담은 시네에세이다. 웃음과 눈물, 애증으로 가득 찬 인생의 클라이맥스를 지나 삶의 반환점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한 중년 여성의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시네필이 열광하는 프랑스 누벨바그에 대한 재해석과 오마주가 전하는 정서적 감흥은 물론, 삶과 죽음을 통해 겪게 되는 다양한 깊이와 밀도의 감정들에 대한 보편적 공감과 위로를 함께 전한다.
장건재 감독은 2009년 <회오리 바람>으로 밴쿠버국제영화제 용호상을 수상하며 크게 주목받으며 데뷔한 이래, <잠 못 드는 밤><한여름의 판타지아><달이 지는 밤>까지 꾸준히 자신만의 시선과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 섬세한 연출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작가주의 감독으로 정평이 난 감독이다. 타이틀 롤을 맡은 김주령 배우와는 2013년 개봉<잠 못 드는 밤>과 OTT시리즈 [괴이]의 특별출연에 이어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가 3번째 만남이다.
장건재 감독은 “김주령 배우와 10년 전에 <잠 못 드는 밤>을 같이 만들었다. 그 뒤로 언제 한 편 더 같이 작업을 하자 이런 이야기를 종종 나눴다. 이것을 계기로 김주령 배우에 의한, 김주령 배우를 위한 김주령 배우의 영화를 한 편 만들어 보자는 게 영화의 시작이었다”라며 김주령 배우와의 인연을 밝혔다.
“공연계에도 코로나19 락다운 기간 동안 무대에 설 수 없었던 배우들이 있었다. 문호진 배우가 젊은 배우들과 단편 영화 제작 실습을 하나 하기로 했는데, 그 워크샵 강사 자리를 나에게 제안했다. 그래서 ‘호진’의 극단 이야기를 만들었다. 영화는 ‘호진’과 ‘주희’ 두 파트로 나누어져 있는데, 서로 각기 다르게 시작을 했다가 두 이야기를 하나로 합쳐보자는 생각이 들어 다른 공간에 있는 두 부부의 이야기로 완성한 영화다”라며 개별로 시작한 두 영화가 하나로 합쳐진 흥미로운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문호진 배우는 “원래 처음 받았던 시나리오는 <5시부터 7시까지의 호진>이라는 극장에서 연극을 만드는 내용이었다. 장건재 감독님과 만나 시작하게 된 계기 자체가 좀 일반적인 경우와는 다른 것 같다. 하지만 작업하는 동안 너무 행복했고, 앞으로 계속 작업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멋진 감독이다”라며 영화와 장건재 감독에 대한 애정을 밝혔다.
김주령 배우는 “시나리오 자체는 솔직히 조금 심심했다. 그래서 어떤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을까 의심했지만, <잠 못 드는 밤>을 같이 만들면서 느낀 점은 감독님은 근사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하게 되었고 ‘호진’의 이야기가 들어오면서 더 이야기가 풍성해졌다. 특히 영화에서 ‘호진’과 ‘주희’의 이야기가 서로 교차되고 미묘하게 경계를 넘나들면서 진행되는 이야기가 재미있다. 비록 한 번도 현장에서 만난 적은 없지만, 영화를 보면서 ‘호진’과 ‘주희’가 어떤 결혼 생활을 했겠다는 상상이 갔다. 그게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의 매력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라며 장건재 감독에 대한 믿음과 영화의 매력을 소개했다.
아녜스 바르다의 1962년 작품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를 재해석하고 오마주 하는 과정에 대한 질문에 장건재 감독은 “나는 (아녜스 바르다 감독의)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 와 <행복>을 가장 좋아한다. 언젠가 이 두 영화의 영향권 아래서 작업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다. 또 한편으로는 배우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클레오’라는 인물도 20대 가장 아름다운 시기의 배우 이야기고, 반면에 ‘주희’는 그 시기가 지나간 배우다. 가장 아름다웠던 시기를 지나 보낸 어떤 배우, 그리고 지금은 더 이상 배우를 하지 않고 있는 인물의 이야기를 한정된 시간 안에 다루면서 그 인물이 살아온 삶 전체를 그려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여러 경험을 한 인물을 배치해 보고 싶기도 했다” 며 20대 파리지엔느 ‘클레오’를 40대 연극과 교수 ‘주희’로 오마주 하게 된 과정에 대해 밝혔다.
김주령 배우는 “장건재 감독과 <잠 못 드는 밤>을 작업할 때는 극 중 30대였고, 주인공이 출산에 대해 고민하는 지점이 사실 실생활의 고민과 연결돼 있었다. 작업을 같이 하고 영화를 찍으면서 고민한 지점이 저의 실제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런 부분이 저도 좋았고 감독님도 좋으셨던 것 같다. 그래서 제안하셨던 게 이제 40대 ‘주희’를 해보자는 거였다.”
마지막으로 김주령 배우는 “제가 출연한 영화를 보고 이렇게 감동받은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어떻게 보셨는지 잘 모르지만, 보시는 분들마다 각자의 상황에 맞게 이 영화가 주는 위로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저희 영화를 보시고 각자 나름의 어떤 삶의 위로를 많이 받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라며 역시 영화가 가진 삶의 위로에 대한 메시지가 관객에게 닿을 수 있길 바란다는 소망을 밝혔다.
장건재 감독의 다정다감 시네에세이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는 오는 11월 8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사진=모쿠슈라/인디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