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6일)오후 7시 40분 KBS 1TV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거제도의 밥상을 찾아간다.
과거 거제도는 바다로 둘러싸여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기 힘든 오지였다. 김상율 씨는 학창 시절 돛단배를 타고 학교에 갔던 때를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1971년 거제시와 통영시를 연결하는 거제대교가 생기면서 이곳 광리마을 사람들의 삶도 바뀌게 되었다.
광리마을은 마을 사람들이 함께 배를 타고 낙지를 잡는 등 전통 어업이 주를 이루던 곳이었다. 기존의 전통 어업은 점차 사라지게 되고, 이제는 낚싯배를 타고 나가 생선을 잡고 있다는 상율 씨. 도다리, 보리멸 등 이 시기면 맛 좋은 생선들이 낚여 올라온다고.
거제대교를 넘어 거제도로 시집을 왔다는 광리마을 여인들. 이들은 매일 삼삼오오 모여 조개를 캐러 나간다. 긴 수관이 코끼리의 코를 닮았다는 코끼리조개부터 통통하게 살이 오른 왕우럭조개, 한가득 쌓인 개조개는 마을 사람들의 생계를 이어준 고마운 존재이다. 조개를 캐지 않는 날에는 밭에서 농사도 지으며 반농반어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여인들의 노고로 모인 통통한 키조개 관자에 돼지고기를 넉넉히 넣어 만드는 키조개두루치기부터 햇볕에 잘 말린 건능성어찜, 시원한 국물을 자랑하는 개조개맑은탕까지! 부지런히 변화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광리마을 사람들이 만들어 낸 풍성한 한 상을 만나본다.
거제도에는 200명이 넘는 식구들이 함께하는 집이 있다. 바로 애광원! 현재는 장애인복지시설로 운영되고 있지만, 그 시작은 참혹한 전쟁이 일어났던 70여 년 전으로 돌아간다. 1950년 흥남 부두에서 출발한 '메러디스 빅토리호'에는 1만 4천 명의 이북 피난민들에게 손을 내밀어 준 곳이 바로 거제도였다. 거제도민들은 피난민들에게 주먹밥을 만들어 나누어주며 도움의 손길을 아끼지 않았다는데.
6·25 전쟁 당시 부모를 잃은 아이들에게 어머니가 되어준 김임순 원장. 처음 애광원을 세우던 당시에는 흙벽으로 지은 움막에서 어린 아기 일곱 명을 돌보는 것이 시작이었다. 대학에서 만났던 지인의 부탁으로 시작하게 된 일은 어느새 71년의 세월을 지나 지금의 애광원에 이르렀다. 딸 송우정 씨도 김임순 원장과 함께 애광원을 꾸려나가고 있다.
없던 시절에도 손수 기른 채소들과 직접 담근 김치까지 재료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더 많은 이들의 배를 채우기 위해 조리법에도 고민이 필요했다는데. 많은 아이를 먹이기 위한 고등어감자조림부터 아이들의 건강과 입맛을 모두 챙긴 다시마홍합쌈밥, 아이들부터 우편 배달부까지 모두의 입맛을 사로잡았던 옥수수빵까지! 그 시절의 기억을 그대로 담은 밥상에 오랜만에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다. 김임순 원장을 어머니라고 부르는 이들은 애광원에서 자랐었던 아이들이다. 거제도 사람들이 가진 나눔의 정신을 이어가는 김임순 원장 모녀의 이야기를 들여다본다.
낯선 것을 받아들이는 용기는 새로운 기회의 시작이 되었다. 서툰 이들에게 시작의 발판을 마련해준 섬, 거제도. 희망의 섬으로 나아가는 거제도에서 인생의 2막을 열어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만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