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녀를 소재로 제주어(語) 드라마를 12월 선보인다.
KBS는 12월 1일(토) 제주 해녀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지 2주년을 맞아 KBS 제주방송총국에서 제작한 제주어 드라마 '어멍의 바당' (연출:오수안,양천호, 극본:김선희) 4부작을 3주에 걸쳐 KBS 1TV로 방송한다.
제주어 드라마 '어멍의 바당'은 해녀 3대의 이야기로, 한림읍 앞에 그림처럼 들어 앉아 있는 비양도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주인공 강단은 방송기자다. 섬에서 태어나 해녀의 딸로 성장했다. 하지만 자신과 같은 해녀의 삶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던 어머니의 권유 아닌 권유로 뭍으로 나와 공부하고 방송기자가 됐다. 기자가 된 이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1주년 특집으로 해녀의 삶을 취재하게 되면서 자신이 살던 섬으로 들어와 해녀들을 취재하기 시작한다. 그러는 사이 자신 역시 해녀의 딸이지만 그동안 미처 깨닫지 못했던 해녀들의 삶을 자세하게 들여다보게 되고, 이 과정에서 해녀의 일원으로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다.
‘어멍의 바다’에 출연하는 사람들의 대사 중 대부분(95%)이 제주어이다.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제주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였다. 전 대사를 그 지역의 언어로 장편 드라마를 제작한 경우는 제주가 처음이다.
유네스코는 제주어를 소멸 위기 언어 4단계로 지정했다. 사라져 가는 제주어를 보전하고 그 가치를 알리기 위하여 그동안 KBS제주방송총국에서는 설 특집 2부작 제주어 드라마 ‘멩질먹게 혼(아래아)저오라'와 제주 역사 문화를 다룬 '이야기 제주사' 등 제주 배우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제주어를 활용한 프로그램을 제작해 왔다. 제주어 드라마 '어멍의 바당'은 그 노력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지역의 주제를 가지고 지역방송국이 제작하고 지역 작가가 대본을 썼으며 지역 배우들이 출연하고 있다. 출연 배우는 10여명 남짓, 모두가 제주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연극인들이다. 이들 중에는 실제 해녀의 딸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어멍의 바당' 촬영을 위해 물질을 처음 배우기도 했다. 소품과 의상, 분장팀이 따로 없었기 때문에 전부 스스로 해결해야만 했다.
연출을 맡은 양천호 PD는 "일본이나 유럽 등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각 지역방송에서 자체적으로 시대극까지 만들고 있다. 우리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내년 쯤에는 제주어를 바탕으로 한 장편드라마나 시트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시도를 계속하고 싶다. 지역의 시청자들이 더욱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많이 제작하는 것이 KBS의 미래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고 제작 소감을 밝혔다.
한편, '어멍의 바당'은 '해녀의 가치를 되새기는 데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받아 지난 28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9월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 최우수상 수상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12월 1일(토) 1부 방송을 시작으로 12월 2일(일) 2부, 12월 8일(토) 3부, 12월 15일(토) 4부를 오후 3시부터 4시까지 방송된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