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연인'속 안은진은 위기에 처할수록 빛이 난다.
귀하게 자란 양가댁 애기씨. 병자호란 피난길 중 난생처음 아이를 받고 벗을 구하려 오랑캐를 주저 없이 죽인 주체적이고 강인한 여인. 가족과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고자 목숨처럼 연모하는 사내의 손을 스스로 놓아버릴 수밖에 없었던 여인. 모두 MBC 금토드라마 ‘연인’의 여자 주인공 유길채(안은진 분)의 이야기다.
유길채가 병자호란을 겪으며 주체적이고 강인한 여성으로 성장하는 것은 ‘연인’ 파트1의 중요한 스토리 중 하나였다. ‘연인’ 파트2에서도 유길채는 역시 위기에 무너지지 않고 주체적으로 맞섰다.
14일 방송된 ‘연인’ 12회에서 유길채는 졸지에 도망친 포로 신세가 되어 청나라 심양으로 끌려갔다. 유길채는 몸종 종종이(박정연 분)이 지친 것을 발견하고 자신의 노리개를 내놓았다. 노리개를 꺼낼 수 있도록 손을 풀어달라 요청했으나 거부당하자, 양반댁 마님임에도 “허면 직접 손을 넣어 꺼내가시오”라고 말했다. 그 수모를 견디고 얻어낸 수레 자리는 자신이 아닌, 몸종 종종이에게 양보했다. 피난 당시 종이지만 막 출산한 방두네(권소현 분)를 업고 산을 올랐을 때처럼.
종종이는 유길채에게 심양에 닿으면 이장현에게 도움을 청하자고 했다. 그러나 유길채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이장현이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잘 알기에, 자신도 그를 사랑하지만 가족을 지키기 위해 그의 곁을 차갑게 떠났기에, 이장현에게 너무도 고맙고 또 미안하기에 이 처참한 몰골로 그의 앞에 나타나, 그에게 큰 슬픔과 피해를 절대로 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대신 유길채는 끌려가는 틈을 타 스스로 손가락을 깨물어 낸 피로, 한양의 가족들에게 구해달라는 혈서를 남겼다. 심양에 닿은 후에도 유길채에게 끝 모를 위기가 닥쳤다. 온몸에 뜨거운 물이 부어질 뻔하기도, 손가락이 잘릴 뻔하기도 했다. 청나라 권력자의 잠자리 시중을 들어야 하는 상황에도 처했다. 이 위기를 넘기기 위해 유길채는 스스로 이마에 큰 상처를 냈다. 결국 유길채는 잠자리 시중은 피했지만, 조선인들이 짐승만도 못한 취급을 받는 포로시장에 끌려가 갇히고 말았다.
방송 말미 유길채는 포로시장에 소동이 일어난 틈을 타 도주했다. 종종이의 손을 꼭 잡은 채 죽을힘을 다해 달리고 또 달렸다. 뒤에서 포로사냥꾼 각화(이청아 분)의 날카로운 화살이 쏟아졌지만 유길채는 멈추지 않고 달렸다. 그러다 무언가를 직감한 그녀가 뒤돌아봤고, 그곳에는 이장현이 있었다. 두 사람이 재회할 수 있을 것인지, 시청자들의 심장을 멎게 할 만큼 강력한 엔딩이었다.
유길채는 위기에 처하면 빛나는 인물이다. 빠른 상황 판단력과 기지를 갖춘 것은 물론 생명력도,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려는 의지도 굳건하다. 그렇기에 쉽게 쓰러지지도, 무너지지도 않는다. 주체적이고 강인한, 전무후무한 사극 여자 주인공인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유길채의 진가가 빛날 수 있었던 것은 안은진의 열연 덕분이다. 파트2에 접어들고 파리하고 가냘픈 유길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 봐도, 안은진의 처절한 노력과 열정을 짐작할 수 있다.
MBC 금토드라마 ‘연인’은 매주 금, 토요일 밤 9시 50분 방송된다.
사진제공 = MBC 금토드라마 ‘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