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드라마국의 자긍심이 빛나는 단막극의 향연, <드라마스페셜 시즌2018>에서는 모두 10편의 신선한 작품이 시청자를 찾았다. 16일(금) 그 열 번째 작품 ‘닿을 듯 말 듯’을 마지막으로 내년을 기약하게 되었다. 이번 시즌에서도 패기 넘치는 신인연출자들의 입봉작이 시청자의 호평을 받았다. ‘잊혀진 계절’(9월 21일 방송)과 ‘너와 나의 유효기간’(11월 9일 방송)을 연출한 김민태 피디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김민태 피디를 만나 드라마 연출 데뷔 소감을 들어보았다.
고시원에 갇힌 청춘, ‘잊혀진 계절’
“‘잊혀진 계절’은 고립된 사람의 심리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고립되어 예민해진 사람, 점점 더 심해지는 단계를 그리고 싶었다. 그런 인물을 표현하기에는 고시원이 적합한 것 같았다. 가까운 사람들을 통해 고시원을 관찰했고,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노량진과 신림동 일대를 취재하며 나름 사정을 많이 안다고 생각했다.”고 고시원을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작품은 고시원의 공시생(공무원시험준비생) 이야기뿐만 아니라, 편의점의 청춘, 나아가 미디어와 정치인 이야기까지 다룬다. “입사하기 전부터 공을 들인 시놉시스이다. 내가 써놓은 시놉을 바탕으로 작가와 스토리를 발전시켰다. 그렇게까지 많이 가지를 뻗칠 생각을 없었는데 개연성을 이어가다보니 그렇게 됐다. 동생(엘리트 기자)이 형(공시생)을 종용하고 부추기는 데 꼭 필요했다고 봤다. 그리고 수사하는 모습도 보여줘야 했고. 어쨌든 인간심리, 청춘의 고뇌를 담으려 노력했다.”라고 첫 작품에 쏟아 부은 열정을 이야기한다.
김무열이 트렁크를 끌고 가서 갈대숲에 버린다. “대부도에서 찍었고, 나오는 장면은 화성에서 찍은 것이다. 실제 일몰 시간에 맞춰 찍었다.”
김무열을 캐스팅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아뇨. 극적으로 캐스팅할 수 있었다.”라며 “김무열은 단막극에선 보기 어려운 배우에 속한다. 드라마, 영화, 뮤지컬을 다 하는 배우라 스케줄 맞추기가 어렵다. 대본도 많이 고르시는 편이라고 한다. 후회를 남기지 않을 생각으로 대본을 보냈다. 배우 본인이 그 대본을 좋게 보셨고, 기꺼이 하고 싶다고 하셨다.”
단막극에서의 배우들 개런티는 어떻게 되나? “정도는 다르지만 보통 기존보다 다운한다. 단막극의 어려운 상황을 아시니...”
“김무열은 예전부터 좋아했던 배우이다. 평범함 속에서 선함과 악함을 다 표현하는 매력을 갖고 있다. 드라마를 많이 안 하셔서 이번 작품에 꼭 하면 좋을 것 같았다.”
그러면서 조금 오래된 영화를 이야기했다. “요즘 핫한 배우 진선규도 나왔던 영화 ‘개들의 전쟁’, 그리고 ‘은교’ 등에서부터 김무열 배우를 좋아했다. 이준기 나온 드라마 ‘일지매’에도 나왔잖은가. 그때부터 눈여겨 본 셈이다. 연기가 갈수록 깊어진다. 리얼 톤의 연기를 하신다.”
“정준원은 첫 번째 캐스팅이었다. ‘더 테이블’과 ‘리틀 포레스트’에 나오는 걸 보고 확신이 들었다.”며, “그런 연기가 좋았다. 뻔한 연기일 수도 있는데 음흉한 표정과 말투가 연기에서 나와서 좋았다.”
고보결은? “드라마에서 감정을 이어가는 주인공이라 공을 만이 들였다. 캐스팅에 어려움을 겪었다. 작품에서 얼굴과 목소리가 중요했다. 어느 순간 딱 떠올랐다. 섬광처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배우들 이야기를 계속했다. “고민시는 ‘라이브’에서 배종옥의 딸로 나오는데 정제되지 않은 느낌이 좋았다. 그 배역은 30명 넘게 오디션을 봤다.” 편의점 알바생 재호 이야기를 넘어갔다. “사극 ‘대군-사랑을 그리다’에서 윤시윤 옆에서 수행하던 역할을 한 배우이다. 이번 역할에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대군’은 ‘조선총잡이’를 연출한 김정민 감독이 연출했다. 김민태 피디는 이 작품의 조연출을 했었다고)
특이한 것은 ‘잊혀진 계절’은 올해 방송된 10편의 ‘드라마스페셜’ 작품 중 유일하게 ‘19금’을 받았다. KBS드라마는 방송 전에 KBS심의실의 자체심의를 받는다. 케이블이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잔인한 장면이 없었는데 그런 등급을 받은 것은 조금 의외였다. 김 피디 “나름 비유적으로 표현했는데. 아마, 범인이 잡히지 않아서일까. 그런데, 아마도 뒷이야기를 하자면 범인은 당연히 잡힐 것이다.”란다. “이 작품은 인간심리에 대한 작품이다. 타인에 대한 무관심과 방관이 초래하는 비극적 상황을 이야기했다.”고 마무리했다.
청춘은 아름답다 ‘너와 나의 유효기간’
자신의 두 번째 작품 ‘너와 나의 유효기간’의 방송을 앞두고 가진 간담회에서 김민태 피디는 “개인적으로는 밝은 작품이 더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직접적인 경험까지는 아니지만 대학생활하면서 많이 볼 수 있는 그런 이야기이다. 대학생활에 추억도 많고. 방송되고 나서 대학 친구들로부터 피드백 많이 받았다.”란다.
우선 궁금한 것부터 물어봤다. 왜 지하철역 이름을 다 가렸는지. “아, 2호선과 4호선에서 끊어서 찍었다. 2호선 신답역에는 승강장 안에 공원이 있어 독특하다. 운행 중인 장면은 창동 기지에서 밖에 래핑하고 촬영한 것이다.”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럼 학교는? “은하대학교라고 나온다. 덕성여대와 춘천에 있는 KT&G상상마당 춘천아트센터 노천극장을 이어서 한 곳인 것처럼 나온다.”
벚꽃이 휘날리는 장면이 아름답다. “청춘영화에 많이 나온다. ‘허니와 클로버’에서처럼.” 김민태 감독은 충남 논산 출신이란다. 이곳에 벚꽃거리가 펼쳐져 있는데 학창시절 자전거 타고 등교하던 좋은 추억이 있단다. 벚꽃이 내리던 기억.
배우이야기 “신현수는 너무 좋았다. 캐릭터 이름을 ‘현수’로 할 정도로 대본 작업할 때부터 염두에 두었다. 그리고 ‘잊혀진 계절’에 정준원이 있었다면, ‘너와 나의 유효기간’에는 민진웅이 있다고 할 정도로 그 역할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대본을 보고 너무 좋아해 주셨다.”
“그러고 보니 두 작품 다 여자주인공 캐스팅이 어려웠다. 그 배역에 중요한 게 무엇일까 고민했다. 남자의 시선으로 볼 때 기억하는 것이 무엇일까. 웃는 얼굴, 목소리가 떠올랐다. 이다인씨에 대해 주변에서 칭찬도 많이 들었다.”
KBS드라마에서 괜찮은 작품 두 편을 내놓은 김민태 피디는 혹시 피디를 꿈꾸는 청춘에게 무슨 조언을 해 줄 수 있을까. “외람되게 말하자면, 뭐든지 많이 읽고, 많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어떤 종류의 이야기든.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니.” 다시 강조했다. “많이 보고, 많이 읽고. 그리고 많이 생각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대답한다.
혹시 아쉬웠던 것이 있다면? “두 번째 작품의 촬영기간이 너무 짧았다. 제작비도 적었고. 제반 상황이 어려웠다. 아마 더 여유 있게 찍었다면 완성도가 더 좋았을 것 같다. 그런 리소스 안에서 찍었는데 좋은 결과물이 나왔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스태프들과 배우들의 공이다.”
아, 김 피디는 아쉬운 점을 하나 더 이야기했다. “‘유효기간’ 기자간담회 때, 밤새도록 편집작업 하느라 부스스한 모습이 엉망인 상태였다. 그래서 그날 찍힌 얼굴 사진이 좀 그렇더다.”란다. ^^
다시 한 번 물어봤다. ‘잊혀진 계절’과 ‘너와 나의 유효기간’ 중 어느 게 마음에 남는지“ ”둘 다 하고 싶었던 작품이라 다 애정이 간다. 굳이 고르자면 밝은 것을 선호한다. 밝은 드라마를 할 때는 감정이 이입되어 심정적으로 더 좋은 것 같다.“고.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특정 장르 같은 것은 없다. 어떤 작품이든 진심을 보여주는 작품을 하고 싶다.”
김민태 피디는 내년 봄에 방송될 ‘국민여러분’의 공동연출로 미니시리즈를 연출할 예정이다. 메인연출자는 ‘저글러스’를 연출한 김정현 피디이다. “휴먼드라마이고, 내용은 사기꾼이 국회의원이 되는 이야기”란다. 재미있을 것 같다.
참, 올해 <드라마스페셜>에서 김민태 피디와 함께 입봉한 피디는 송민엽(참치와 돌고래/이토록 오랜 이별)과 유영은(너무 한낮의 연애/ 도피자들)은 동기란다. “같이 입사하고, 같이 고생했으니 당연히 친할 수밖에요.”란다. 이들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KBS드라마국의 근간이 될 터이니 말이다. (KBS미디어 박재환)
[사진=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