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6일) 밤 10시 KBS 1TV [시사기획 창]에서는 '사채 탈출기' 편이 방송된다.
2023년, 돈 없는 서민들은 어디서 어떻게 돈을 구하고 있을까? 코로나 내내 빚으로 빚을 막으며 버텨오다가 결국 무너진 자영업자, 빚내서 집 샀다가 맞벌이가 외벌이 되고 아이까지 아프면서 삶의 끄트머리에 선 가장, 학자금 대출과 생활비까지 들어갈 돈은 많은데 부모는 쓰러지고 보이스피싱 사기까지 당한 청년.
2023년, 우리 사회 가장 밑바닥에서 몸부림치고 있는 서민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 이 프로그램은 삶의 끝자락에 선 서민들이 돈을 구하려다 무너지는 실상을 생생하게 담았다. 이와 함께, 이들의 삶에 적극적으로 기생하는 사채업자들의 얘기도 들었다. 사채 시장은 2023년, 한국 사회의 가장 서글프고 추악한 민낯을 드러내는 거울이다.
■ 숨통을 조여오는 불법 추심의 현장
'시시기획 창'은 연체한 불법 사채 피해자와 하루를 함께 한다. 협박은 기본, 욕설이 난무했다. 약속 시간까지 돈을 안 갚으면 죽이겠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채무자는 두 아이의 아빠였다. 아이들은 자주 아팠다. 집 담보대출부터, 아이 병원비, 생활비. 돈이 부족해 급한 맘에 한번 사채를 쓰니, 발을 뺄 수가 없었다. 빚을 돌려막다 보니, 빚을 진 업체가 수십 개로 늘어났다. 그러다 본인이 시달려온 사채 일당이 모두 한통속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경찰이 이들을 잡았기 때문이다. 사채업자 총책은 외제차를 몇 대씩 몰고, 최고급 아파트에 살며 호의호식하고 있었다. 총책 아래 고용된 사채업자들은 고용된 자로서 ‘충실하게’ 본인 업무를 수행했다. 채무자를 벼랑 끝으로 몰며 본인 배를 불렸다. 악은 판단력이 흐려진 서민들에 충실하게 기생했다.
■ “자식 건드리면 없던 돈도 나와요”
용기를 내어 카메라 앞에선 전직 사채업자는 솔직하게 실상을 말해줬다. 인간의 가장 약한 부분을 건드리면 돈이 나왔다. “짜면 돈 안 나오는 사람 없어요. 자식 건드리면 장사 없어요.” 누구보다 인간의 약점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그들이었다. 그는 말했다. 우리나라에 좋은 자식은 없어도 좋은 부모는 많다고. 사람들은 내 자식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돈을 구해왔다. 사채를 썼다는 것 자체를 부끄러워하기에 신고도 잘 하지 않았다. “걸려도 안 무서워요. 어지간하면 벌금으로 풀려나니까. 돈 많으니 좋은 변호사 쓰면 돼요. 그리고 나와서 또 하면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지난해 사채를 쓰고 있는 사람은 모두 76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사채 시장 규모는 10조 2천 억원. 이 규모는 해마다 늘고 있다. 왜 자꾸 서민들이 사채를 쓸까? 사채업자들은 왜 활개를 치는가? 불법 사채를 해도 잘 잡히지 않고, 제대로 벌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업법 위반으로 경찰에 잡힌 사람은 지난해 천여 명. 이 가운데 20명이 구속됐다. 불법 채권추심 위반으로 잡힌 사람은 580여 명이다. 이 가운데 딱 2명이 구속됐다. 사채는 돈이 된다.
우리나라 이자제한법에는 미등록 대부업자에게도 최고 이자율 20%를 보장해주게 되어있다. 사채업자는 불법을 저지르다 잡혀도 최고 이자율 20%를 보장받는다. 땅 짚고 헤엄친다. 돈이 있다면 안 할 이유가 없는 사업이다. 미등록 대부업자의 최고 이자율을 6%로 낮추자는 법안은 4년째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평범한 서민들이 삶의 굴레에 빠지고, 다시 몸부림치며 그 악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을 조명한다. 그 속에서 다시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해 본다.
[사진=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