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에서 강동원이 등장하는 순간 객석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온다. <늑대의 유혹>에서도 <군도:민란의 시대>에서도. 2023년 추석에 개봉하는 <천박사 최마연구소: 설경의 비밀>에서도 그러하다. 이번 영화에서 강동원은 무당집 장손인 천박사를 연기한다. ‘퇴마’가 주업이지만, 귀신을 믿지 않는다. 그가 이동휘와 함께 판타스틱한 퇴마의식을 치른다. <전우치>와 <검은 사제들>의 필에, <검사외전>의 말빨을 더했다. 강동원을 만나 ‘천박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Q. 내유외강 작품이다. 어떻게 출연하게 되었는지.
▶강동원: “임필성 감독이 자리를 마련해 주어 류승완 감독님을 만나게 되었다. 제 또래이기도 하고 서로 편하다. 시나리오를 재밌게 봤다. 신선했고, 액션도 많았다. 신인 감독이지만 조감독을 오래 하셨고, 연출부 일할 때 평판도 좋으셔서 이 작품을 하기로 했다.”
Q. ‘검은사제들’에 이어 또다시 퇴마에 나선다.
▶강동원: “퇴마를 특별히 좋아한다는 것은 아니다. 판타지 장르를 좋아한다. 어릴 때 만화방에서 살았었다. <아일랜드>, <열혈강호> 좋아했었고. 무협만화는 많이 보지는 않았다.”
Q. 이전에 맡은 역할과 비교하자면.
▶강동원: “<천박사>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전체적으로 신선하고 재밌었다. <천박사>는 자칫하면 <전우치>와 <검사외적>의 사기꾼의 중간 지점에 있는 것 같았다. 겹치는 지점을 최대한 피하려고 노력했다. 천박사는 내면의 아픔이 있는 캐릭터이기에 그런 레이어를 쌓으려고 신경을 썼다. 극 전체를 이끌고 가는 캐릭터로 중간중간 유머를 넣으려고 했다.”
Q. 여전히 40대 얼굴 같지 않은 수려한 얼굴이 화면을 장식했다.
▶강동원: “하하하. 이제 내 나이 또래로 보이는 것 같다. 연예계 쪽에 있는 분들이 어려 보이는 것 같다. 이제는 아저씨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연륜이 묻어나는 것 같다.”
Q. 천박사 캐릭터를 연기하며 아이디어를 낸 부분이 있다면.
▶강동원: “헤어스타일은 제가 아이디어를 냈다. 더 재밌을 것 같아서. 그리고 무당 굿하는 것 찾아보고, 점 보는 것도 찾아봤다. 인상적으로 본 것은 무당들이 고객에게 화를 내는 것이었다. 그런 지점이 재밌었다.”
Q. <기생충> 지하실 부부로 나온 이정은 배우와 박명훈 감독이 영화 첫 장면을 장식한다.
▶강동원: “이정은 선배는 예전에 같이 작업했었는데 어떤 작품인지 기억이 안 나더라. <검사외전>에서 포항시장에서 만나자마자 더티 댄싱을 췄었다.” (선거운동에 뛰어들어 S대생으로 사칭하고, 선거운동원과 함께 유쾌발랄한 춤을 춘다)
Q. 이동휘 배우와는 어땠나.
▶강동원: “<브로커>하며 잠깐 대화를 나눴었다. 이번에 작품 같이 하면서 재밌게 찍었다. 이동휘 배우는 준비를 많이 해오는 사람이다. 둘이서 끝없이 수다를 떨었다.” (코미디 연기는 어떤가?) “동휘의 코미디는 넘어서기 힘들다. 말빨로는 이기기 어렵다. 하지만 몸 쓰는 것은, 슬랩스틱은 내가 더 잘 하지 않을까? 동휘씨와 너무 즐겁게 찍었다. 후반작업 재밌게 했다.”
Q. 액션 연기 준비는 어떻게 했는지.
▶강동원: “특별히 많이 준비하지는 않았다. 처음에 호흡 맞추느라 무술감독님 앞에서 액션을 펼쳤다. 십몇 년 만에 앞으로 구르기, 뒤로 구르기, 낙법을 보여줬다. 하면서 ‘여기서 내가 이걸 왜 보여주지?’ 생각이 들더라. 예전에 다 졸업한 것인데 말이다. 그런데 (이런 과정은) 안 다치려면 중요하다. 긴 액션 신의 경우에는 합을 맞춰볼 필요가 있는데 이번 작품은 다 끊어서 찍는 것이라서 특별히 합을 맞출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
Q. 액션을 좋아하는 편인지.
▶강동원: “좋아한다. 몸 쓰는 것 자체를 좋아한다. 운동 좋아한다. 액션 찍으면 몸이 힘들어진다. 그래서 코미디 좋아한다. 운동은 요즘 골프 많이 친다. 주짓수도 한다. 일 때문에 시작한 것이다. 재밌어서 1년 넘게 했다.” (강동원은 인터뷰 내내 자기 몸을 쓰다듬거나 팔을 만진다. 가만히 있는 것을 정말 싫어하는 모양이었다)
Q. 영화가 액션, 판타지가 강하다.
▶강동원: “중간중간에 개그가 있었다. 편집 때 많이 뺐다고 한다. 긴장감이 없어진다고. 이번 작품에서 특별히 위험한 장면은 없었다. 다친 곳도 없고. 원래 영화 촬영장은 위험하다. 세트장이 공사현장과 비슷하다. 예전에 기와장이 떨어져서 다치는 경우도 있었다. 나의 경우는 슬라이딩 하면서 총 쏘는 장면 찍다가 어깨가 빠지기도 했었다. 화약 터져서 다치는 경우도 있다. 화약이 제일 위험하다. 예상이 잘 안 된다. 파편도 어디로 날아올지 모른다. 안전장치는 항상 하지만 그게 확실하지 않다. 그런 것 찍을 때는 VFX팀에게 거듭 물어본다. ‘전에도 확실하다고 했었잖아’하면서.”
Q. TV예능프로 <유퀴즈온더블럭>에 나왔다. 19년 만의 TV예능 출연이라는데.
▶강동원: “당연히 이 영화가 잘 되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나간 것은 맞다. 이제 한 번쯤은 그런 예능도 나갈 때가 된 것 같아서 출연을 결정했다. 이전에 JTBC ‘뉴스룸’에도 나갔었다. 내가 출연한 작품을 알리려고. 오랜만의 예능 출연이었지만 특별히 긴장되지는 않았다.”
Q. 본인 성격은?
▶강동원: “이번 천박사처럼 능청스러울 때도 있고 장난을 많이 친다. 개구진 편이다. 제 안에 있는 것을 많이 끄집어낸다. 물론 실존인물이라면 그렇게 하지 않는다.”
Q. 넷플릭스 오리지널 <전,란>에서 박정민의 몸종 역을 맡았다는데?
▶강동원: “이번 작품에서는 박정민 배우가 펼치는 원맨쇼를 지켜보는 입장이었다. 호흡을 많이 못 맞춘 게 아쉬웠는데, 지금은 원 없이 맞춰보고 있다. 멋지게 나오고 있고, 잘 모시고 있다. 요즘 도련님을 못 뵌 지 거의 두 달이 넘어서 빨리 보고 싶다.”
(넷플릭스 <전,란>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과 그의 몸종이 선조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강동원은 노비신분의 ‘천영’을, 박정민은 선조임금의 호위를 맡은 조선최고 무신집안의 아들 ‘종려’라는 인물을 연기한다)
Q. 좌우명이 있다면?
▶강동원: “‘지지자불여호지자, 호지자불여락지자’ 공자님 말씀이다. 어떤 걸 아는 사람은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는 말이다. 이 일을 할 때는 그런 게 중요한 것 같다.” (논어(論語)에 나오는 말로 원문은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이다)
Q. 일중독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번아웃이 될 정도로 일하는 것 아닌가.
▶강동원: “예전엔 그런 표현 썼었다. 하는 일이 재밌다. 하고 싶은 일도 많고. 좋은 작품 들어오면 굳이 쉴 이유가 없다. 번아웃까지는 안 되니까 굳이 쉴 필요가 없다. 촬영 끝나면 잠깐 쉬고, 다음 작품 준비하고. 개봉 앞두고 홍보하는 이런 사이클이 딱 좋은 것 같다. 2년에 3편 정도? 1년에 한 편 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 그 정도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Q. 최근 일인기획사를 출범시켰다.
▶강동원: “1인기획사는 아니다. 마음에 맞는 분들이 있으면 함께 할 것이다. 지금 연차에 어디 갈 데가 없기도 하고.(하하) 이젠 그럴 때가 된 것 같다. 내가 원하는 스타일로 일을 하고 싶다.”
“일하는 방식은 30대와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 기조가 계속 이어진다. 제작도 준비 중이다. 내가 출연하는 것도 있고, 안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계속 시나리오 보고 있다. 40대 때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이제 작가분과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조는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열심히 하자’ 나이를 조금이라도 먹기 전에 더 열심히 하자. 그렇다.”
Q. 드라마 복귀도 기다려진다. <북극성>에 출연하는 것인가. 미디어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OTT에 대해서는?
▶강동원: “<북극성>은 아직 모르겠다. OTT는 제가 OTT가 막 생겼을 때 시리즈물 같이 만들자고 했던 사람이다. 예전부터 소설원작으로 시리즈 만들자고 했다. 시장을 선점하고 우리 시장을 지키자고 그랬었다. 그 당시 마음이 맞았다면 그런 걸 찍었을 텐데.”
Q. 추석을 앞두고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1947보스턴>, <거미집> 등 기대작이 같이 개봉된다.
▶강동원: “이런 경우는 드문 것 같다. 다 친분이 있는 사람들 작품이다. 다들 잘 되었으면 좋겠다. 극장으로 관객들을 많이 불러들였으면 좋겠다. 우리 <천박사>는 화려한 액션을 선보인다. 코미디도 있고. 액션은 우리 것이 제일 높은 것 같다. 가장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 같다. 가족들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이다.”
강동원 배우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 어떤 캐릭터든 소화할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강동원과 함께 허준호, 이솜, 이동휘, 김종수, 박소이 등이 출연하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내일(27일) 개봉한다. 감독은 '기생충' '헤어질 결심'의 조감독 출신인 김성식 감독이다. 감독 데뷔작이다.
[사진= AA그룹/CJ E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