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가 개막작 <프렌치 수프>를 필두로 전 세계 24개국 93편에 이르는 프로그램과 주요 상영작을 공개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10월 11일 개막을 앞둔 제9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가 올해 칸 감독상 수상작인 <프렌치 수프>를 개막작으로 발표한 데 이어, 칸, 선댄스, 산세바스티안, 핫독스,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등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은 신작을 포함해 전 세계 24개국 93편에 이르는 프로그램과 주요 상영작을 공개했다.
올해로 9회를 맞이하는 서울국제음식영화제는 세계 곳곳 각양각색의 음식과 그만큼이나 다양한 문화권의 삶을 담은 영화들을 소개하며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제9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에서는 요리사와 미식가인 두 인물의 관계와 미묘한 로맨스를 섬세하게 담아낸 개막작 <프렌치 수프>를 필두로, 독창적인 상상력과 다채로운 이미지의 세계를 펼쳐 보이는 음식 소재 애니메이션 특별전인 ‘특별전 2023: 이상하고 매혹적인 푸드 판타지아’, 회고전 성격의 ‘음식 키워드로 다시 보는 한국 영화사 - 1960년대: 모더니티, 막걸리와 위스키 사이’, 그리고 상설 섹션으로 화제의 신작을 모은 ‘새로운 맛의 발견’, 먹거리 관련 주요 이슈를 탐구하는 ‘함께 만드는 지속가능한 삶’, 세계 각국 맛있는 단편 영화들이 각축을 벌일 ‘오감만족 국제단편경선’과 ‘오감만족 한국단편경선’ 등을 통해 갈수록 다채로워지는 음식영화의 현재를 만날 수 있다.
먼저 올해 특별전으로 애니메이션 특유의 상상력 가득한 이미지와 스토리텔링, 재치와 풍자가 담긴 신작 및 거장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특별전 2023: 이상하고 매혹적인, 푸드 판타지아’를 주목할 만하다. 요시하라 마사유키 감독의 <코마다: 위스키 패밀리>는 가업인 위스키 증류소에서 생산이 중단된 대표 위스키를 재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담아낸 작품이며, 올해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상영된 화제의 신작으로 국내 첫 공개된다.
알랭 우게토 감독의 <개와 이탈리아인 출입금지>는 감독 할머니와의 대화 형식을 빌려 프랑스로 이주한 이탈리아계 이민자 가족의 역사와 삶을 재구성한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로, 진지한 시선과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높은 완성도가 두드러지며 지난해 안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바 있다.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애니메이터인 폴 드리센 감독의 <달걀 죽이기>(1977), 점토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대가인 닉 파크 감독의 초기작이자 이후 ‘월레스와 그로밋’ 시리즈로 이어져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는 <월레스와 그로밋의 화려한 외출>(1989), 미국 독립애니메이션의 대표적인 감독 빌 플림턴 감독 특유의 기묘한 상상력과 풍자가 돋보이는 <먹다>(2001)와 <햄버거가 되고 싶었던 소>(2010), 안시와 자그레브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칸 등 다수 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아만다 포비스와 웬디 틸비의 <아침이 밝아올 때>(2010) 등 애니메이션 역사에서 회자되는 거장들의 단편 모음도 꼭 챙겨볼 만하다.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았거나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다양한 국적의 신작 음식 영화를 소개하는 ‘새로운 맛의 발견’ 섹션에서는 나카에 유지 감독의 <열두 달, 흙을 먹다>와 알프레드 올리베리 감독의 <비르힐리오, 고도의 미식>이 국내 첫 공개된다. <열두 달, 흙을 먹다>는 산속에서 홀로 직접 채소를 기르고 요리해 먹으며 자연의 흐름 속에 자신의 삶을 써 내려가는 작가의 삶을 시적으로 담아낸 일본 극영화이며, <비르힐리오, 고도의 미식>은 페루 고도 지역을 기반으로 한 독창적인 요리로 라틴 아메리카 최고의 셰프로 손꼽히는 비르힐리오 마르티네즈에 대한 다큐멘터리로 두 작품 모두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를 통해 공개된 바 있다.
<람빅: 시간과 열정의 맥주>는 수백 년 전부터 벨기에에서만 생산되는 전통 맥주 람빅의 역사와 생산자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로, 다니엘 루이즈 감독이 내한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화학 첨가물 없이 지속가능한 농업 방식으로 생산되는 내추럴 와인을 다룬 <내추럴 와인 이야기>, 한국 작품으로 섭식장애로 고통받는 딸과 딸의 곁을 지켜 온 엄마의 관계 및 삶을 조명한 김보람 감독의 <두 사람을 위한 식탁>도 ‘새로운 맛의 발견’에서 만나볼 수 있다.
먹거리 위기, 공장식 축산, 산업형 농업 등 먹거리를 둘러싼 사회적, 구조적 문제와 지속가능한 대안을 탐구하는 ‘함께 만드는 지속가능한 삶’ 섹션에서는 로라 개버트 감독의 <먹거리와 국가>, 제니퍼 베이치월 감독의 <잡초 속으로: 드웨인 "리" 존슨 vs 몬산토>를 주목할 만하다. <먹거리와 국가>는 선댄스영화제와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은 신작으로, <뉴욕타임스> 소속 저명한 음식평론가 루스 라이클의 시선을 통해 팬데믹에 따른 구조적인 어려움 속에서 혁신적인 시도로 상황을 헤쳐 나가는 소규모 농가, 목장주, 어부, 요리사 등의 삶을 들려 준다.
<잡초 속으로: 드웨인 "리" 존슨 vs 몬산토>는 다국적 거대기업 몬산토와 법정 싸움을 벌이는 인물을 통해 몬산토의 제초제가 건강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힘 있는 다큐멘터리이다. 그 외에도 열대의 나무 그늘 아래서 자연 친화적으로 커피를 재배하는 농부, 로스터, 바리스타 등 지속가능한 커피 생산과 소비에 대한 모색을 담은 알렉산데르 키누넨 감독의 <커피 전성시대>, 수십 년간 자신의 씨앗을 받고 심어 온 농부들의 노동과 시간, 자연의 흐름을 따라가며 토종씨앗에 대한 관심 또한 환기하는 설수안 감독의 <씨앗의 시간>을 통해 현대 사회의 주요 먹거리 현안과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가을에 떠나는 오감만족 영화 여행 제9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는 오는 10월 11일(목)부터 19일(수)까지 총 9일간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와 KT&G 상상마당 홍대 시네마, 홍대 레드로드 야외상영관에서 개최된다.
[사진=서울국제음식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