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금) 밤 10시에 방송되는 KBS 2TV ‘드라마스페셜2018’ 여덟 번째 이야기는 김영진 피디의 <엄마의 세 번째 결혼>이다. 김영진 피디는 올 연말 KBS를 정년퇴임하는 드라마국의 고참 피디이다.
<엄마의 세 번째 결혼>은 고등학생 때 덜렁 딸, 은수(이열음)를 엄마 은영(이일화)의 이야기이다. 그런 엄마가 또 다시 결혼을 하겠다고 데려온 남자는 ‘엄마의 엄마’(김영옥)의 짝으로나 어울릴 사람 같다. 은수도 환장하겠고, 할머니는 미칠 노릇이다. 하지만 엄마의 의지는 확고하다. 돈 많은 이 남자와 결혼해야 할 사정이 있다는 것이다.
‘엄마의 세 번 째 결혼’은 여성 3대가 어울러 살아가는 모계가정을 통해 애증의 드라마를 보여준다. 방송에 앞서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별관에서는 김영진 PD와 이일화, 이열음 배우가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가 열렸다.
애증의 모녀를 연기한 이열음은 자신의 역할을 소개하면서 ‘어머니’이야기를 꺼냈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연기를 하셨다. 그때는 할머니 집에 잠깐 맡겨져다. 어느 날 그런 일로 많이 울었던 기억이 있다. 엄마는 그 날 이후로 연기를 그만두셨다"며, "그래서 이번 역할에 더 몰입하게 되더라. 나의 버킷리스트에는 엄마와 함께 연기를 하는 것이 있다.”고 밝혔다.
철없는 엄마 같은 은영을 연기한 이일화는 ‘이열음의 엄마’와의 인연을 소개했다. 이열음의 어머니는 영화배우 출신의 윤영주. 1985년 KBS 11기 공채탤런트로 이일화와도 친분이 있다. 이일화는 “열음이가 친한 언니의 딸이라서 더 내 딸 같이 생각되고, 공감가는 연기를 할 수 있었다.”
무모(?)한 결혼을 하려는 엄마, 그런 엄마의 결혼을 한사코 말리려는 딸. 이일화는 “세상 엄마의 마음은 다 똑같은 것 같다. 열음이가 아들이었다면 공감을 못했을 부분도 있었는데 딸로 만나 공감이 많이 됐다.”
‘엄마의 세 번째 결혼’의 연출을 맡은 김영진 PD는 ‘야망의 전설’ 같은 초특급 인기를 누린 드라마를 찍었지만 지난 2000년 큰 사고를 당한다. 각고의 재활치료를 거친 뒤 KBS에 복귀할 수 있었다. 가끔 단막극은 연출했지만 장편을 찍지는 못했다. "눈물이 난다. 마지막 작품을 하게 되어 고맙다. 사고를 당한 뒤 병원에서 장애인들이랑 같이 있을 때는 내가 장애인이 되었다는 걸 못 느꼈었다. 그런데 회사에 돌아오니 장애인이라고 생각이 들더라. 그 한이 10년은 가더라. 죽다가 살아났으니 나에게 사명이 많을 줄 알았었다. 영화와 뮤지컬을 찍을 기회가 주어졌다가도 엎어졌다. 그래서 이번 기회가 더 소중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KBS에서 드라마틱한 인생을 보낸 김 피디에게 최고의 작품은 무엇일까. “그런 질문을 받으면 항상 ‘차기작’이라고 말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가장 최근작인 '엄마의 세 번째 결혼'을 나의 대표작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며, "이 드라마를 찍으면서도 정말 괴로웠다. 연출을 못하는 것 같아서 힘들었다. 카메라 감독에게 엉뚱한 요구를 해도, 이상하게 찍은 것도 편집자가 잘 완성시켜주었다. 이번 드라마 완성은 내 공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진 피디는 마지막 작품으로 왜 가족드라마를 택했을까. "그것은 우리나라가 유교문화권이기 때문이다. 가족 이야기의 중요성이 크다. 좋은 드라마 속에는 다 가족이 살아 있더라. 제일 접근하기 좋은 게 가족이야기이다. 물론 잘못 다루면 신파가 될 위험성이 있다.“
김 피디는 은퇴 뒤의 라이프를 준비 중이다. "방송통신대학을 다니고 있다. 정선에서 청소년 문화를 가르치는 게 꿈이다. 라스베이거스 같은 오락의 도시에서 아이들의 꿈이 얼마나 쳐져있을까 안타깝다."고 답했다.
김영진 피디는 후배 피디에 대한 조언도 남겼다. "남들을 시선을 먹고 사는 직업이라 교만에 빠지기 쉽다. 교만하지 말고, 자신이 제일 잘한다는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드라마 상황이 어렵다고 말하지만 시청률이 1%라면 50만 명이 보는 셈이다. 내 이야기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을 하면서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늘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좋은 드라마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이것이 KBS의 차별점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열음, 이일화, 김영옥, 연준석 등이 출연하는, 김영진 피디의 KBS은퇴작 ‘엄마의 세 번째 결혼’은 2일(금) 밤 10시 방송된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