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풀 작가의 웹툰 <무빙>이 디즈니플러스의 20부작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내일(20일) 최종회가 방송될 예정이다. 디즈니+ <무빙>은 영화감독 박인제 감독이 20부작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완성시켰다. 박인제 감독은 영화 <모비딕>(2011)에서는 ‘보안사 민간인 사찰’을 모티브로 한 신문기자의 정의탐구 프로젝트였고, <특별시민>(2017)은 ‘하우스 오브 카드’류의 정치드라마였다. 넷플릭스 <킹덤2>에 이어 디즈니플러스의 <무빙>을 연출한 박인제 감독에게 ‘인기웹툰의 OTT드라마’ 연출의 묘미에 대해 들어보았다.
Q. <무빙>은 공개되자마자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회가 거듭할수록 원작의 재미를 잘 살렸다는 평가이다. 감독은 이 작품을 어떻게 보았는지.
▶박인제 감독: “아직 작품이 완전히 끝나지 않아서. 아직 남았다. 끝까지 봐야죠.”
Q.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강풀 작가의 원작 웹툰은 알고 있었는지.
▶박인제 감독: “알고는 있었는데 보지는 않았었다. 제가 웹툰 세대가 아니라서. 만화책 세대이다.” (만화책 세대로서 어떤 작품을 좋아했는지) “난, 황재나 이재학, 이현세, 고행석. 이런 작가 세대이다. 만화가게(대본소) 가서 칠판에 적힌 작품 기다리던 세대이다. ‘사자는 아침을 기다리다’(이현세 작품) 같은 걸 기다려서 보던 세대이다. 무협지도.”
Q. 원작이 있는 작품을, 그것도 원작자가 직접 대본을 쓴 작품을 연출했다. 영화작업을 할 때와 달랐던 지점이 있는지.
▶박인제 감독: “영화 작업을 한 것이랑 정말 똑같았다. 오히려 그 사람들이 나와 작업한 게 어땠는지 궁금하다. 다른 사람이 쓴 극본으로도 작업했었다. 김은희 작가(킹덤)와 작업했었다. 나는 영화작업을 하는 크루, 스태프와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 같은 필드의 사람들과 작업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 지금까지 그런 작업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영화를 준비하다가 OTT를 연출했다) "그게, 요즘 많이 달라졌다. 영화 <부기나이츠> 보면 그런 말이 나온다. 비디오가 등장하면서 포르노 산업도 바뀐 것을 이야기하는데, 진정한 포르노는 죽었다고 그런다. 그렇게 바뀌는 것 같다. OTT도 그렇다. 조금 더 재밌는 것 같다. 감독들도 긴 호흡의 작품을 하려고 할 것이다. 물론 그런 작품에 들어간다는 게 어려운 일이다. 저는 운이 좋은 사람이다.”
Q. OTT를 경험해 봤으니 이걸 물어보고 싶다. 할리우드의 미드와 비교해서 가장 큰 차이점은 연출자/감독이 한 사람이다. 미드는 에피소드 별로 여러 명의 감독이 책임진다. 그런 방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예를 들어 ‘고교3인방’ 파트나 ‘성인 히어로’ 등 회차 별로 각기 다른 감독이 참여하는 것에 대해.
▶박인제 감독: “저도 시스템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하는 사람이다. 미국에는 ‘쇼러너’라는 개념이 있다. 크리에이터가 있고, 시나리오 작가가 있고, 연출자가 있다. 할리우드에는 유구한 역사동안 그런 시스템이 구축되어 온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제 시작이다. 지금은 OTT방식과 기존의 공중파TV방식의 차이가 주목될 것이다. 케이블도 마찬가지지만 전작제(사전제작) 방식이다. 우리는 다 만들어놓고 공개를 한다. 이제 시작인 셈이다. 그렇게 적용하는 게 여러 문제가 있다. (에피소드 별로 다른 감독이 연출을 맡는 것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시스템이 되어 있는 미국과 비교해서 말이다.”
Q. <무빙>에서는 어떤 이야기에 제일 많이 끌렸는지. 원작과 다르게 끌고 나가고 싶은 게 있었는지.
▶박인제 감독: “가족 이야기가 좋았다. 부모와 자식 간의 이야기가 좋았다. 저도 부모가 된지 얼마 안 되어 더 그런지 모르겠다. 대본을 읽으면서 감명 받은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일반적인 감상이다. 작품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보았을 때 마음을 끈 것은 여태 안 해본 것을 해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무빙>에는 여태 시도 안 해 본 것이 꽤 있다. 감독으로서는 그런 게 재밌었다.”
Q. 가장 감명 받은 장면을 고른다면.
▶박인제 감독: “7부에서 봉석(이정하)이 하늘을 나는 장면. 그동안 준비하던 제 영화가 엎어진 일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같이 일했던 스태프들도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해보고 싶은데 잘 안되고, 계속 엎어지는 것이다. 그러다가 성공해서 하늘을 나는 게 각자의 감정을 건드린 것 같다.”
Q. 극중 화려한 액션은 어떤 식으로 구현하였는지.
▶박인제 감독: “하하, 그건 업계 비밀이다. 사실 난 액션감독은 아니다. 정치이야기나 기자가 주인공인 영화를 만들었다. 결이 다른 영화를 만들었으니 부족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른 감독에 비해 접근방식도 다를 것이다. 액션은 이야기와 배우와의 감정에 더 집중한 것 같다.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지희(곽선영)를 지켜야겠다는 분노와 배신감에서 나오는 어떤 도피심리, 여러 감정에서 출발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무술감독, CG슈퍼바이저와 많은 회의를 했었다. 우리나라에선 안 해본 게 너무 많아서. 현장은 항상 퀴즈 같았다. 이걸 어떻게 풀어야할지. 할리우드에서 노하우를 알려주지 않으니 말이다.”
Q. 제일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나.
▶박인제 감독: “관객의 익숙함 아닐까. 영화의 역사에서 처음 뤼미에르가 ‘기차 들어오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보여주었을 때 관객들이 도망갈 정도로 놀랐잖은가. 처음 봤을 때의 놀라움일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관객들은 ‘마블’세대이고, 그런 것을 너무 많이 봤다. 전 <이.티> 세대이다. 그러니까 관객들의 그런 익숙함을 뛰어넘어야 작품에 집중시킬 수 있다. 처음 하는 게 많았고, 레퍼런스들이 쌓여야했다. 그걸 뛰어넘어야하는데 우리 제작비로는 택도 없다.”(제작비가 500억원이나 된다는데..) “그래도 택도 없다. 미국은 한 편에 천억이다. 그 비용에는 실패할 수 있는 비용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에겐 그런 게 없다. 그 안에서 최고의 것을 만들어내려는 노력을 했다.”
Q. 배우들이 날아다니는 장면에서 대해서. ‘안’ 멋있을 수도 있는 장면이다.
▶박인제 감독: “그게 바로 관객들의 익숙함이다.” (조인성이 날 때 너무 멋있었다) “그건 조인성이기 때문에 멋있는 것이다. 심형래가 날아다닌다고 생각하면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날아다니는 자세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그런 자세가 나올 수 있는 장비도 만들었다. 그리고 조인성 배우가 와이어를 잘 탄다. 태권도 유단자이고 운동신경이 실제로 있는 배우라서 잘했다. 뭘 해도 잘했다. 조인성은 잘 생겼고, 양동근은 힙합이라서 차이가 있을 것이다. 다르게 보이는 것은 그것조차도 배우들의 연기이다.”
Q. <무빙>은 여러 작품을 한꺼번에 보는 것처럼 액션도 있고, 옛날 스타일의 로맨스도 있다. 톤앤메너를 어떻게 가져갔는지.
▶박인제 감독: “장르 자체가 그랬다. 그래서 저는 그게 재밌었다. 긴 촬영기간에 이것저것 다 해볼 수 있었다. 후반작업 하는 동안 재밌었다. 음악도. 이런 게 저한테 잘 맞은 것 같다. 이것저것 해서 힘들다가 아니라, 이것저것 해볼 수 있어서 너무 재밌었다.”
Q. 조인성과 한효주의 로맨스는 모두가 설레는 장면이었다.
▶박인제 감독: “그건 제가 학생들 가르칠 때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잘 생기고, 예쁜 배우 나오면 아름답다는 것이다.” (하하하. 그럼, 감정에 대한 디렉팅은 안했단 말인가?) “제가 하는 일은 감정에 관한 상태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여러 가지 촬영장 분위기, 연기하기 전에 마음가짐이라든지. 배우들이 워낙 베테랑이니까 상황이 되면 자기들의 연기, 아름다운 연기가 나온다. 단순한 스킬이다. 배우들의 연기를 최대한 폭발시킬 수 있게 만들 뿐이다.”
Q. 강풀 작가는 이게 (영화/드라마로 만들어진 것 중) 최고 작품이라고 말했다.
▶박인제 감독: “이게요? 다른 게 있을 텐데. 아마, 지금 잘 되어 기분이 좋아서 그렇게 말한 것이다.” (원작웹툰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이 작품이 뛰어나다고 그런다. 감독님은 만족하는지?) “저는 아직. 작품이 아직 안 끝났으니 지금 말씀드리기엔 이른 것 같다. 아직 다섯 편이나 남아서...” (인터뷰는 16,17회가 방송되기 전에 이뤄졌다)
Q. 20부작 드라마로 만든다고 했을 때 부담이 되었을 것 같다.
▶박인제 감독: “어쩌겠는가. 계약을 했으니. 처음엔 16개(에피소드) 하려고 한 것 같다. 그런데 20개로 한 것은 이유가 있었겠죠.” (원작자 강풀 작가와의 작업은 순조로웠는지? 트러블 같은 것은 없었나?) “저도 (영화감독으로) 살아야하니까. 누구랑 싸우는 것은 중요한 게 아니다. 결과물이 중요하다. 오히려 작업하면서 아무 싸움이 없는 것은 문제가 있다. 모두가 ‘예스’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이상한 작품이라도 한 명의 팬이 있는 것이랑 똑같다.”
Q. 강풀 작가의 극본은 지문이 아주 꼼꼼하다고 했는데.
▶박인제 감독: “다른 작품도 똑같다. (감독으로서)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는 것이다. 제가 살아남아야하니까.”
Q. 촬영을 하면서 감독이나 배우의 노력이 투영된 부분이 있다면.
▶박인제 감독: “그런 부분이 많았다. 예를 들어 웹툰 작가가 말풍선 안의 대사를 구현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다. 사실 시나리오 작가에게도 대사 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저도 대사 쓰는 게 어려워서 녹음을 해본다든지, 재밌는 말투를 위해 노력을 많이 한다. <킹덤>은 사극이니까 대사로, 애드리브로 장난치는 것은 어렵다. KBS 사극을 보면 특유의 사극 말투가 있잖은가. 그게 바이블인 셈이다. 강풀 작가는 웹툰작가라서 대사를 써본 경험이 많이 없다. 대게 문어적이다. 그래서 그런 부분은 배우들이랑 이야기를 많이 해서 바꾸는 부분도 있다. 물론, 내용을 훼손하지 않는 부분에서 하는 것이다.”
Q. 정원고 학생을 연기한 배우들은 감독님이 자신들의 몰랐던 연기 영역을 끄집어내게 했다는데.
▶박인제 감독: “그래요? 사람은 스물 살 넘으면 안 변한다. 모르겠다. 난 모니터 앞에 앉아만 있었다. 기본적으로 배우들과 이야기를 많이 한다. 작품 이야기 말고.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때 나오는 향기에서 연기를 끌어낼 뿐이다. 제가 만드는 것은 없다. 배우들의 힘이다.”
Q. 앞으로 남은 이야기는 어떤 것인가.
▶박인제 감독: “이제 곧 공개될 테니.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고. 그런데 다 아는 이야기일 수 있다. 기성세대와 2세들이 합심해서 싸운다는 것. 북한의 초능력자들이 어떤 초능력을 발휘할지. 그런 이야기가 기대된다.”
Q. 극장용 영화를 만들다가 OTT를 작업했다. <무빙> 최종회는 극장에서 언론시사회를 가질 예정이다. 큰 스크린으로 본 소감은.
▶박인제 감독: “극장 상영을 위해 미리 보았다. 영화는 무조건 큰 화면에서 봐야한다. 영화 작업을 한 감독들 인터뷰 해보면 다들 그렇게 말할 것이다. 영화 체험을 포기할 수는 없다. 이 작품을 OTT 작은 화면에서만 본다는 것은 너무 아쉽다. 사운드 작업 등 여러 작업이 극장에서 관람하기에 손색없다. 변수들이 많다. 어느 집은 초대형 화면에, 좋은 음향시스템이 있을 것이고, 어느 집은 작은 TV로 봐야한다. 다양한 환경에 맞춘 실험을 한다. 다 만족시켜야한다. 극장에서 보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그런 이벤트하면 재밌을 것 같다. <무비> 20부작을 한 자리에서 보는 것 말이다.”
Q. OTT작업을 하면서 거부감은 없었나.
▶박인제 감독: “영화 <특별시민>을 할 때 김성훈 감독(터널/비공식작전)이 현장을 찾아왔었다. 넷플릭스 작품(킹덤)을 할지말지 이야기한 것 같다. 그때 무조건 하라고 그랬다. 사실 영화감독으로서 드라마 한다는 것은 간지가 안 나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하하. 그래도 저는 대학 다닐 때 방송국 동아리였다. 그 때 난 영화감독이 드라마 하는 것은 간지가 안 난다고 생각했었던 모양이다. 김성훈 감독에게는 꼭 해라고 그랬다. 그때 한참 넷플릭스가 확장하려고 할 때였다. 외화벌이 아니겠냐고. 지금은 저만 그런 건 아닐 것이다. 긴 호흡의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다. 소재 측면에서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본다. 영화가 시(詩)라면 드라마는 소설일 것이다. 영화는 압축적 장면을 보여주며 관객에게 상상하게 만든다. 지금은 그런 것이 의미가 있겠는가. 저는 운이 좋은 것이다.”
Q. 피날레가 다가온다. 보는 분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박인제 감독: “20부까지 봐주셨으면 좋겠다. 돈을 내고 보는 것이니 재미가 없으면 다른 걸 볼 것이다. 감독도 그렇고, 작가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우리 작품을 봐준다는 것은 너무 대단한 행위인 것 같다. 자신의 인생에서 20시간을 본다는 것 아닌가. 너무 고마운 이야기이죠.”
Q. 시즌2가 되었든, 후속 이야기가 만들어진다면?
▶박인제 감독: “작가라면 만들 것이다. 원작이 있으니.” (감독 제의가 들어오면?) “일단 대본을 봐아죠. 저도 먹고 살아야하니까.”
Q. 예산이 큰 영화이다. 처음 해보는 액션 신도 많고. 준비 작업은 어떤 식으로 했는지.
▶박인제 감독: “이런 작업을 하려면 프리비주얼이라는 단계가 필요하다. 중요한 액션이 어떤 식으로 나올지 미리 작업해 본다. 헐리우드 방식과 유사하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장면에 대해 미리 보는 것이다. VFX 작업은 할리우드 작업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Q. ‘한국형 히어로물’이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박인제 감독: “저는 그런 생각으로 <무빙>을 만들지 않았다. 그런 것은 다 개취(개인취향)이다. 감독은 자기가 본 영화, 겪은 문화적 경험들이 체화된 것이다. 과거부터 본 영화에서 받은 감정, 좋아하는 책, 미술 등이 체화되어 나온 것이다. ‘한국형 히어로’를 만들어야겠다는 포부는 있을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나온 것이다. 그런 말은 감독보다는 평론가들이 만들어 붙여야하는 것이다. 마블 작품에서도, 샘 레이미가 만들면 다른 스파이더맨이 나오고, 크리스토퍼 놀란과 팀 버튼의 배트맨이 다르듯이. 각자의 결이 묻어나는 것이다. <무빙>도 박인제가 만든 히어로의 결인 것이다.”
류승룡, 한효주, 조인성, 차태현, 김성균, 김희원, 문성근, 이정하, 고윤정, 김도훈, 양동근, 김신록, 박희순 등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디즈니플러스 <무빙>은 내일(20일) 18,19,20화 공개된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