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출신 장률 감독의 열한 번째 작품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가 이달 초 열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소개된 뒤 지난 26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기자시사회를 갖고 일반 관객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는 관객을 ‘군산’으로 이끈다. 박해일과 문소리는 ‘갑자기’ 군산 여행을 떠난다. 일제 강점기 일본식 건물의 민박집에 머물면서 주인 정진영, 그리고 그의 딸과 함께 낯선 이야기를 펼친다. 그리고 그들이 왜 군산으로 내려가게 되었는지를 서울 연희동과 북촌 언저리를 헤매며 남과 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영화상영이 끝난 뒤 장률 감독과 문소리, 박해일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가 이어졌다.
박해일은 “내가 맡은 ‘윤영’은 한때 시를 써보려고 했던 사람이다. 시인의 시각으로 모든 것을 보려는 사람이다”고 말했고, 문소리는 “‘송현’은 자신의 상처를 정리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여자.“라고 캐릭터를 소개했다.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는 장률 감독이 한국에서 찍은 6번째 장편영화이다. 장 감독은 처음엔 ‘군산’이 아니라 ‘목포’에서 영화를 찍으려고 했단다. “원래 시작은 목포였다. 몇 년 전 목포 대학에 특강을 갔는데 그 공간이 인상에 남았다. 목포에는 일제강점기 때 건물들이 많이 남아있다. 그런데 극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민박집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군산으로 옮겨 영화를 촬영하게 됐다”면서 ”군산이란 장소가 질감이 좀 더 부드러워 보였다. 남녀가 같이 가서 연애하고 싶은 곳으로 어울릴 듯했다. 그리고 문소리 배우가 갖고 있는 부드러움과 아름다움과도 어울렸다“고 말했다.
문소리는 ‘목포’에서 ‘군산’으로 촬영장소가 바뀌면서 달라진 것에 대해 “극중 노래방 장면에서 ‘님 떠난 군산항’을 부른다. 처음엔 ‘목포의 눈물’을 준비했었다. 한영애 버전, 이미자 버전을 들으면서 연습하고 있었는데 감독님이 ‘목포 아이다. 군산 가자’ 하시더라. 그래서 다시 군산노래를 연습했다.”고 밝혔다.
데뷔작 <당시>에서부터, <경주>, 그리고 <춘몽>에 이르기까지 작품에서 시(詩)를 읊조리는 장률 감독은 자신의 영화가 가지는 문학적 의미에 대해 “영화와 문학은 관계가 있다. 둘 다 사람의 감정을 담고 있지만 그 리듬은 다른 것 같다.”며 “지금도 문학책을 좋아하고, 소설을 읽고 있다. 문학의 꿈을 영화에서 이룬다는 생각은 못 해봤다. 지금은 영화를 성실하게, 잘 찍는 것이 유일한 꿈 아니겠는가.”고 대답했다. (장률 감독은 중국의 대학에서 중문학을 강의했고, 소설도 썼었다.)
문소리는 "장률 감독님은 정말 특별한 눈을 가지셨다. 우리한테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 것도 감독님의 시각으로 찍으면 정말 그 공간이 달라진다. 특별한 비주얼리스트이다.“고 감탄했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중국집에서 술을 마시다 박해일이 중국 시(‘영아’)를 읊고 춤을 추는 장면이다. 장 감독은 “박해일의 팔다리가 길지 않나. 술에 취해 시를 읊으면서 춤을 추면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았다. 내가 보기엔 박해일은 어떤 리듬감을 갖고 있다. 마음 속으로 춤을 추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장면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에는 박해일, 문소리 외에도 정진영, 박소담, 문숙, 이미숙, 정은채, 윤제문 등이 출연한다. 정진영은 군산 민박집 주인을, 박소담은 그의 자폐증 딸을, 이미숙은 문소리의 선배이자 치과의사를, 윤제문은 문소리의 전 남편, 정은채는 윤제문의 새 여자를 각각 연기한다.
문숙은 군산의 식당 주인으로 잠깐 등장한다. 극중 이름은 백화이다. 이에 대해 장 감독은 “‘삼포 가는 길’ 영화를 너무 좋아한다. ‘삼포 가는 길’에서의 그 여인은 지금 뭐하고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문숙 선배에게 ‘백화’를 부탁했고 승낙을 받은 것이다.”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문소리는 자신의 영화 데뷔작 ‘박하사탕’을 찍었을 때를 회상했다. “‘박하사탕’에서 설경구에게 카메라를 돌려주는 그 식당 장면은 군산에서 찍었었다. 처음 영화를 하는 것이라 너무 떨렸던 기억이 난다. 숙박하던 여관에선 녹물이 나왔던 기억이 난다.”면서 "이번에 다시 가본 군산은 굉장히 아기자기하고 소박하지만 재미난 곳이었다.”고 회상했다.
박해일은 “살면서 누구나 나름의 상처가 있을 것이고, 자신도 모르게 타인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는 것 같다. 그게 오래 되면 습관이 되는 것 같다. 이 영화가 그런 것들을 보듬어줄 것 같다.”고 영화를 총평했다.
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는 11월 8일 개봉한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