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빈 감독의 조폭느와르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2) 포스터를 보면 하정우 왼쪽에 최민식이, 오른쪽에 김성균이 있다. ‘오리지널 건달’ 포스를 풍기는 김성균의 영화데뷔작이다. 그리고 이어 tvN <응답하라1984>에서는 그 유명한 ‘삼천포’로 등장하여 시청자를 놀라게 만들었다. 이후 김성균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한다. 그중에는 <디피>의 박범구 중사도 있다. 그가 또 한 번 변신했다. 이번엔 초능력자이다.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디즈니플러스의 <무빙>에서 괴력의 ‘싸나이’ 이재만을 연기한다. 지난 주 공개된 14회(‘바보’)에서 류승룡과 한 번 세게 맞부딪친 김성균을 만나 <무빙>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오랜만에 대면인터뷰를 하는 것 같다. 언제가 마지막이었던가.
▶김성균: “한동안 인터뷰도 못했다. 코로나 때문에 오랜만에 삼청동 나온 것 같다. 정말 오랜만이라 가물가물하다.”
Q. <무빙>의 인기가 가파르게 치솟을 때 이재만이 본격적으로 초능력을 보여준다.
▶김성균: “정말 <무빙>의 반응이 무서울 정도이다. 작품이 공개되면 검색하며 반응을 살펴보는데 이렇게 많이 언급될 줄 몰랐다. 정말 뜨겁더라. 이재만 캐릭터가 오픈되기 전에 너무 사랑을 받고 있다. 엄청 긴장된다. 마치 어릴 때 주사 맞을 때 순서기다리는 것처럼. 감독님께 전화해서 ‘왜 이렇게 피크 올라갈 때 내 이야기가 나오느냐, 큰일 났다’고 그랬다. 상승곡선, 상한가 치는데 내 이야기가 나온다고 엄살을 많이 떨었다.”
Q.14화에서 장주원(류승룡)과 대결을 펼쳤다. 본인 등장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김성균: “난 그 회차를 감성적으로 봤다. 액션을 보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와 관련하여 부모들이 관통하는 정서에 집중하였다. 그런 점에서 재밌었다. 드라마를 빌드업하는 역할로 재밌게 봤다.”
Q. 청계천 하수구 액션은 어떻게 촬영했는지.
▶김성균: “준비를 많이 했다. 류승룡 선배는 액션의 베테랑이다. 이미 몇 개월을 구르다가 저를 만나는 것이었다. 현장에서 리드를 많이 했다. 촬영 앞두고 ‘이제 좀 젖자!’고 문자를 보내주셨다. 물에 흠뻑 젖을 준비를 했다. 생각보다 제작진이 지하수도 구현을 잘 했더라. 그리고 놀랍게도 그 많은 물을 따뜻하게 데워놓았다. 정말 온수풀이었다. 그런 배려들에 감동을 많이 받았다. 내가 이렇게 큰 작품에, 큰 세상에 들어왔다는 것이 말이다. 그 장면은 4일 걸려 찍은 것 같다. 한 컷 한 컷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이 구현되어야 했다.”
Q. 재만의 캐릭터 특성상 대사가 많지 않다. 캐릭터 연기의 포인트를 어디에 두었는지?
▶김성균: “재만은 세상 사람들이 봤을 때 어딘가 어리숙하고 모자란 듯 보인다. 하지만 순수하고 착한 인물이다. 가족에게 해가 있을 때는 괴력을 발휘한다. 보편적으로 부성애의 지점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진심으로 가족을, 아들을 대한다. 그런 아들이 위험에 놓였을 때 그야말로 눈이 뒤집어져서 악인으로 보일 지도 모른다. 그런 폭력성이 나의 사악함으로 인한 것이 아니란 것을, 다르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그게 포인트였다.”
Q. 아들 강훈을 대하는 아버지의 사랑이 절절하다. 아들을 연기한 김도훈과의 연기호흡은?
▶김성균: “그 친구가, 김도훈이라는 배우가 노력도 많이 하고, 내게 다가와 해 준 게 많다. 안부문자도 많이 보내주었고 말이다. ‘아버지, 오늘 무슨 장면 찍었어요.’라고. 그러면 아내를 연기한 (박)보경씨가 ‘여보, 우리 아들이랑 있어요.’라고 그런 문자 많이 보내주었다. 촬영하는 동안 텀이 길었다. 한 씬 찍고, 몇 개월 있다 다시 만나고 그랬다. 그 사이 사이 연락 주고받고 그랬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원작(웹툰)에서 많은 이야기를 부여하지 않은 게 너무 좋았다. 너무 많이 보여주면 허점들이 드러나기 마련이니 더 잘된 것 같다.”
Q. <무빙>은 강풀의 유명 원작이다. 출연 제의가 들어오기 전에 읽어봤는지. 이재만 캐릭터에 대해 어떻게 접근했는지.
▶김성균: “강풀 형이 전화를 주셨다. 난 못 봤다고 그랬더니, ‘한번 읽어볼래. 이재만이라는 캐릭터가 있는데 아들바보이고, 너도 아들 키우고 있으니 네가 하면 좋을 것 같다’고 하더라. 아, 강풀 작가는 <이웃사람> 할 때 알던 작가이다. 그래서 읽어보게 되었고, 나 이런 장르 좋아한다. 외계인 나오고, 이런 것 너무 좋아한다. 이재만은 자식을 위한 마음, 가족을 위한 마음, 어느 지점에서 괴물이 되느냐가 포인트인 것 같다. 악한 자라서 그러는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Q. 자신이 출연한 장면 중에 울컥해진 장면이 있는지.
▶김성균: “제가 나오는 장면이 많지가 않아서. 그런데 14화에서 어린 강훈이가 집에 혼자 덩그러니 있을 때 부모된 마음에서 안쓰럽더라. 애 혼자 집에 있게 하는 것이 큰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아역(4살강훈,김시우)이 연기를 참 잘 했다. 류승룡 선배랑 다들, ‘여기서 (아이) 강훈이가 제일 (연기) 잘 한다’ 그랬다. 그리고 방송된 장면 중에 살짝 지나가는 장면 중에 강훈이가 ‘아빠 죄송해요’라고 말하는 신이 있는데 그때 울컥했던 것 같다.”
Q. 다른 배우들 연기는 어땠나.
▶김성균: “너무 놀랐다. 공개된 것을 보고 ‘아니 저렇게 했다고?’ ‘저렇게 찍었다고?’ 내가 같은 작품을 하고 있었나 생각이 들 정도로 깜짝깜짝 놀랐다. 내 출연 장면이 다가올수록 가슴이 더 조여오더라. (한)효주는 엄마 정서를 어떻게 저렇게 잘 표현하는지, 류승룡은 신들린 듯하고, 조인성은 너무 멋있었다. 계속 그런 생각으로 봤다. 내가 이 작품에 출연한다는 사실도 잊고, 관객의 마음으로 빠져들었다.”
Q. 이재만의 초능력 액션 연기는 크로마키(블루스크린)에 CG로 만들어졌을 것인데, 실사연기를 하는 배우입장에서 소감은 어땠는지. 마블 히어로 느낌이 들었는지.
▶김성균: “크로마 촬영은 매우 쑥스러워요. CG 처리되어 잘 만들어 주겠지만. 발판 위에 올라가서는 마치 하늘 위에서 슈웅~하고 멋있게 착지하는 것처럼 연기하는데, 감독님이 ‘컷’하고 나면, 굉장히 외롭고, 현타 몰려온다. 헐리우드 배우들이 히어로물 연기하고 인터뷰한 것을 봤는데 그들도 그랬다더라. 철모 쓰고, 손바닥을 이렇게저렇게 휘저으면 염력을 펼치는 연기를 하면 부끄럽다고. 나도 그런 경험을 해봤다는 것이 자랑스럽기도 하다. 아무나 느낄 수 없는 연기이니. 저 외국에서, 할리우드 배우나 하듯 시스템이었는데 말이다.”(다른 히어로 가능한가?) “물론,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다른 히어로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Q. 그럼, <무빙> 속 다른 초능력에 대한 생각은?
▶김성균: “김두식(조인성)처럼 하늘을 나는 것은 내가 고소공포증이 있어 별로다. 수직낙하할 때는 롤러코스터처럼 무섭다. 나는 것은 별로인 것 같다. 재생능력은 좋은데, 이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고통을 다 느끼면서 재생하는 것이다. 저는 고통을 안 느끼면서 재생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편안하게 말이다.”
Q. 강풀 작가의 글의 힘은 어디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나.
▶김성균: “정서인 것 같다. 사람들이 가려워하는 부분을 잘 긁어주는 것처럼. 그게 뭔지 모르겠지만 그런 부분을 건드려주는 것 같다. <이웃사람>(2012) 영화하기 전에, 예전에 대학로에서 연극할 때 강풀 작가의 <순정만화>(2006)를 한 적이 있다. 그 작품도 일상의 드라마이다. 학생들과 어른들이 나오는, 일상에서 나오는 우리들의 캐릭터를 잘 긁어준다 아기자기한 면도 있고, 또 과감한 면도 있다. 그게 대비되며 보는 재미를 주는 것 같다. 웹툰작가라기보다는 이야기꾼 같다.”
Q. 강풀 작가가 타고난 이야기꾼이라고 해도, 처음으로 20부작 드라마를 썼다.
▶김성균: “강풀 형의 마음은 모르겠지만, 저는 사실 우려했다. 일개 배우지만 요즘 트렌드가 있잖은가. 10분짜리 동영상도 5분으로 댕겨 보고, 클립 넘겨보는 세상에서 이 <무빙> 20부작을 정성 들여 봐줄까. 웬걸, 내가 요즘 현대인에 대해 크게 잘못 생각하는 것이 있었던 모양이다. 우리 애들만 해도 그렇다. TV채널 리모콘으로 정규 채널 안 본다. TV로 유튜브 켜서는 숏츠를 무한반복 본다. 젤리 먹는 것도, 축구도. 아니 축구영상을 10초씩 끊어놓은 영상을 보더라. 근데, 이 <무빙>은 너무 좋아하더라 다음 회 기다리며. 진득이 앉아 보는 능력이 없어지지 않은 것 같다. 결국 문제는 재밌는 콘텐츠인 것 같다.”
Q. 아이들은 아빠의 연기를 어떻게 보는지.
▶김성균: “우리 애들은 오빠, 누나 나오는 학교 장면을 열광하며 본다. 뒤에 액션신도 재밌게 보는 것 같다. 학교 이야기를 좋아한다. (고)윤정 누나 때문이겠지. 아버지 연기에 대해서는 별말 없다. 찐가족이 되어간다. 하하”
Q. 그럼, 뒷이야기는 어떻게 펼쳐지나. 이재만의 활약상은 기대해도 좋은지.
▶김성균: “뒷이야기는 원작과 같이 한 공간으로 모여서 펼쳐진다.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 부모들이. 다 때려 부숩니다!”
Q.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어른 세대’는 강풀 작가가 하고자하는 이야기이다.
▶김성균: “그렇다. 부모 세대는 자식들을 위해서는 괴물이 될 수 잇다는 큰 이야기인 것 같다. 연결 지어서, 이런 작품을 만들어낸 것이 히어로물이긴 하지만 결국 부모세대와 자식세대를 잇는 정서를 이야기하는 것 같다. 그게 한국형 히어로물로 그려진 것이다.”
Q. 넷플릭스 <디피>에 이어 디즈니플러스 <무빙>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OTT에 출연한 소감은.
▶김성균: “OTT에는 좋은 장점이 모여 있는 것 같다. 많이는 안 해 봤지만 TV드라마와 비교하면 그런 느낌이 든다. 시간에 쫓겨, 방송날짜에 쫓겨 촬영하고 작업하는데서 생기는 문제가 있다. 그런데서 자유로워진 것 같다. 그리고 드라마와 영화 스태프들이 많이 교류하고, 섞이면서 서로의 장단점이 뭉쳐진 것 같다. 무엇보다 OTT를 통해 다양한 작품이 많아지면서 배우나 스태프에게 기회가 많이 주어졌다는 것이 좋은 점이다. 저도 다양한 작품이 제작되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제가 잘 했다기보다는 하다보니까 그렇게 된 것 같다. 마냥 감사하다.”
Q. 김성균 배우는 다양한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낸다. 코믹에서 카리스마까지. 새로운 변신에 대한 갈등이 있는지.
▶김성균: “저의 연기에 대해 캐릭터 변신이니, 변화라고 하시는데, 저는 그런 것에 신경을 안 쓴다. 그게 저한테나, 보는 분들에게 좋을 것이다. 저는 매 컷 뜯어보면 연기를 못한다. 이전 작품은 생각 안하고, 주어진 새 작품에 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Q. 그럼 이번 작품에서 캐릭터는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김성균: “그건 연출자, 감독님과의 합의가 맞아야하는 것 같다. 그 역할 안에서, 저에게 주어진 시간이 있으니.” (감독님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어디까지 바보로 가야하는지 정도. 너무 가버리면 안 될 것이다. 다 때려 부셔야하니. 자식도 지켜야하고, 유치원도 보내야하니까. 너무 그렇게 가면 안 된다. 어느 순간에 확 치고 나갈 것인가, 그런 점에 대해 이야기를 하죠.”
Q. <무빙>의 시즌제에 대한 생각은.
▶김성균: “<무빙>은 강풀 작가가 쓴 <브릿지>도 있으니. 세계관이 무궁무진 확장될 게 있다. 그러니 만드시는 분들의 의지에 달려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 체력단련하고 있겠다. 만약 만들기만 한다면, 불러주시기만 한다면 말이다.”
Q. 최근 차승원 배우와 tvN 예능 <형따라 마야로: 아홉 개의 열쇠>에 출연했다.
▶김성균: “예능도 기회가 되면 또 나가고 싶다. 하나의 스토리로 펼쳐지는 것이 재밌다. 현장은 진정성은 똑 같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Q. 앞으로 남은 <무빙>의 기대 포인트를 이야기한다면.
▶김성균: “너무 기대를 갖고 계신데, 더 이상 기대를 보탤 게 있을까. 어쨌든 잘 쌓아온 것 같다. 지금까지 재밌게 보신 것 같고, 그대로 봐 주시면 좋겠다. 뒤에 감동이 있어요!”
“이번 작품은 동경하던 장르, 꼭 해보고 싶었던 장르였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가의 시청자를 만나게 될 수 있어서 특별한 기분이 든다. (글로벌OTT로) 수혜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배우로서 너무 감사하다. 일거리가 많아진 것이 다양한 멀티버스 다중세계에 있는 것 같다. 어디든 갈 수 있다. 찾아만 주신다면 어디든 갈 것이다. 매주 수요일이 되면 오후 4시가 기다려진다. 뭔가 어릴 때 엄마에게 용돈 받는 날이 돌아오는 것 같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