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故 서이초 선생님이 떠난 지 49일 – 고인의 부모님이 처음으로 방송에서 입을 열었다
지난 4일, 숨진 서이초 교사의 49재. 그동안 언론에 모습을 비치지 않던 고인의 부모님이 어렵게 《추적60분》의 인터뷰에 응했다. 부모님은 비통한 심정을 억누르며 조심스레 입을 뗐다. 이제 겨우 24살, 2년 차 교사였던 딸은 교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선생님의 죽음 이후 교사들은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매주 거리로 나왔다.
유족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숨진 서이초 교사는 생전 학생 지도와 학부모 민원 처리로 힘들어한 것으로 보인다. 일기에는 아이들을 잘 지도하고자, 학부모의 민원에 현명히 응대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그렇게 노력하던 선생님은 결국, 교실 옆 창고를 직접 개조해 만든 ‘마음 해결소’에서 생을 마감했다.
서이초등학교부터 국회의사당까지, 5만 명의 사람이 함께했다. 딸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49재 추모식에 참석하는 부모님의 발걸음은 어땠을까. 《추적60분》이 최초로 동행했다.
■ 학부모의 민원이 교사를 죽음으로 몰았나?
2021년, 의정부 호원초등학교에서 5학년 담임 교사 두명이 6개월 간격으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업무 처리와 학부모의 민원으로 힘들어했다는 정황이 있었지만, 선생님들의 죽음은 ‘단순 추락사’로 보고되었다. 두 선생님의 죽음은 2년이 지난 최근에야 세상에 알려졌다. 진상규명을 위해 취재에 응한 유족을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故 김은지 선생님의 유족이 고민 끝에 인터뷰에 응했다. 방에는 스물 다섯에 세상을 떠난 막내딸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선생님을 꿈꿨던 故 김은지 씨는 우수한 성적으로 바라던 교사가 되었다. 하지만 발령 한 달 만에 학교폭력 사건을 처리하며 우울증을 진단받았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선생님은 결국 2021년 6월,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리고 6개월 뒤, 바로 옆 반 담임을 맡았던 故 이영승 선생님도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故 이영승 선생님은 학부모의 민원으로 수년 째 고통받고 있었다. 미술수업을 하던 중 한 학생이 손을 다쳤고, 학부모의 민원이 이어졌다. 휴직하고 입대한 뒤에도 해당 민원은 선생님을 여전히 괴롭혔다. 군대까지 걸려온 민원 전화는 그렇게 4년간 이어졌다.
제대 후 다시 교단에 섰지만, 또다른 학부모의 민원이 쏟아졌다. 이 학부모와 나눈 문자만 10개월 간 400통이 넘는다. 해당 학부모는 선생님이 사망한 이후에도 민원 문자를 보냈고, 답이 없자 장례식장에 찾아오기까지 했다. 또다른 학부모는 선생님의 교육 방식을 문제삼으며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했다. 선생님은 사망 이틀 전, 40여분 간 전화로 해당 학부모의 민원을 응대했다. 사망 전날에는 예고 없이 학교로 찾아오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추락사로 보고된 두 젊은 교사의 죽음. 이 죽음이 과연 개인적인 죽음일까. 사회적인 죽음은 아닐까.
■ 학부모의 폭행, 관리자의 사과 종용…초임교사의 편은 아무도 없다
10년차 교사 최수정(가명) 씨의 시간은 아직도 초임교사였던 2014년에 멈춰있다. 친구를 폭행한 학생을 훈육했는데, 그 과정에서 수정 씨가 아이를 때렸다고 오해한 학부모가 학교로 찾아왔다. 학부모는 수정 씨에게 폭언을 쏟아냈다. 급기야 ‘너도 맞아봐’라며 수정 씨를 폭행하기 시작했다.
수정 씨를 더 힘들게 했던 건 관리자들의 태도였다. 당시 관리자였던 교감 선생님은 수정 씨에게 학부모에 사과하라며 다그쳤다고 한다. 명백한 교권침해였지만, 수정 씨를 도와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수정 씨의 사과로 마무리되는 듯 했으나, 학부모가 수정 씨를 상해로 고소했다. 폭행 피해를 입은 수정 씨도 학부모를 고소했고, 재판 결과 학부모는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수정 씨는 혐의없음 판정을 받았다.
혐의가 없다고 밝혀졌지만 수정 씨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타지역으로 파견을 마치고 돌아온 학교에는 당시 교감이 재직하고 있었다. 학교를 옮겨달라고 요청했지만, 교육청은 수정 씨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정 씨는 어려움 속에 1년간 근무했고, 현재 심각한 우울증으로 공무상 재해를 인정받아 휴직 중이다.
교원지위법에 따르면, 교육청은 형사처벌규정에 해당하는 교육활동 침해행위가 일어날 경우 이 사안을 수사기관에 고발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2019년부터 2021년까지 교육활동 침해 고발 건수는 14건. 같은 기간 교육활동 침해 건수인 6,128건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 “얘들아 복도에서 뛰면 안 돼”가 아동학대?
아동학대 처벌법은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현장 교사들은 이 정서적 학대의 기준이 모호해,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한다.
교사들은 아동학대 처벌법 개정을 외치며 매주 거리로 나서고 있다. 5천 명으로 시작해 30만 명까지, 참여 인원은 7주만에 60배 이상 증가했다. 교육부는 교사들의 외침에 ‘민원대응팀 신설’, ‘민원예약 시스템’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현장 교사들은 실효성이 없는 대책이라고 비판한다. 교사들의 바람은 단 하나, 교권과 학생 인권이 함께 존중받는 교실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지난 일주일, 교사 3명이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연달아 들려왔다. 교사의 죽음이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할까. 그리고 서이초 선생님이 우리에게 남기고 간 과제는 무엇일까.
《추적60분》 1336회 ‘교사의 죽음, 저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습니다’ 편은 9월 8일 밤 10시, KBS1TV에서 방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