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18일 공개된 넷플릭스 7부작 오리지널 드라마 <마스크걸>은 매미-희세의 웹툰을 극화한 것이다. ‘세 개의 이름, 세 번의 인생, 세 번의 살인’이라는 태그라인을 갖고 있을 만큼 파란만장한 한 여인, 혹은 두 여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모미는 어릴 때부터 주체할 수 없는 끼를 가졌지만 자라면서 점차 ‘평범한 외모’로 ‘평범한 삶’을 강요받게 된다. 그런 모미는 밤이면 마스크를 쓰고 또 다른 삶을 즐긴다. 그러다가, 비극적 드라마가 시작된다. 성형수술을 하기 직전까지의 김모미를 연기한 이한별 배우를 만나 ‘김모미의 삶’을 들어보았다. (성형수술 이후는 나나, 고현정이 연기한다!)
Q. [마스크걸]이 데뷔작이다. 연기자 입문 과정은 어땠나.
▶이한별: “20대 초반 졸업하고 고향에 내려갔다가 연기를 하기 위해 다시 서울에 올라왔다. 학생들 만드는 단편에 출연했다. 제일 큰 작품은 졸업작품 같은 것이다. 일반인이 봤을 만큼 많이 알려진 작품은 없다. 연기자가 되려고 여기저기 프로필 돌리고 오디션 기회 찾던 중에 <마스크걸>로 데뷔하게 되었다.”
Q. <마스크걸> 오디션은 어땠는지. 코로나 기간이었는데.
▶이한별: “여러 과정을 거쳤다. 광고 에이전시나 제작사에 돌린 내 프로필을 보고 연락이 왔다. 코로나 때여서 처음엔 대면하지 못하고, 비대면으로 영상을 보냈다. 연출부 조감독이 대본을 보내주면 그에 맞춰 독백영상을 만들어 다시 보내는 방식이었다. 그러다가 연락이 한참 없다가 다시 연락이 왔다. 그렇게 처음으로 대면 오디션을 보게 되었다. 감독님과 미팅할 때에도 배역이 결정된 것이 아니고, 안 될 수도 있다고 그러셨다. 그렇게 4개월 정도 진행한 것이다.” (그 때는 소속사가 없었던 모양이다) “테스트 촬영할 때까지는 소속사가 없었다. 혼자 다 소화해야 했다.”
Q. 김모미 역할을 처음 받고서는 어떤 마음이었는지.
▶이한별: “오디션 과정에서 웹툰이 원작인 것을 알았다. 모미의 결이 달라진 부분이 있다. 원작을 통해 모미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어쨌든 모미의 일이기도 하지만, 극적인 사건들을 포인트로 진행되는 이야기이다. 감정의 진폭이 컸다. 처음엔 일상적인 코미디로 시작해서, 상사를 좋아하는 모습도 있고, 나중에 '핸섬스님'이라는 인물도 만나 변하기도 하고, 마지막엔 다른 일도 생긴다.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모미를 그려나갔지만 없는 부분, 건너뛰는 부분은 웹툰을 보며 채워 넣으려고 했다. 현장에서 모든 것이 갖춰진 상황에서 연기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미술, 소품 등이 준비되어 있는 상황에서 연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재밌었다. 현장에서 스태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어디에 중점을 두는지, 그 흐름을 알 수 있었다.”
Q. 오디션 통과 후 연기 준비는 어떻게 했나.
▶이한별: “처음 제작사에서 주 5회 PT를 가라고 했다. 연기 연습 하는 날도 있었고. 식단 조절을 하며 준비를 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 것 같다. 적당히 요령을 부리면 어려움이 생길 것 같아서 최선을 다했다. 국가대표를 준비하는 분들이 운동을 하는 곳에서 운동을 했다. ‘국가대표 만들 거야?’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열심히 했다. 육체적으로 힘들 때가 있어 하루는 눈물이 나기도 했다.”
Q. 직장인 김모미의 모습은 어땠는지.
▶이한별: “모미는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사람이다. 그런 부분에서는 희망을 가진 캐릭터 같았다. 호의를 보이는 모습에서 쉽게 넘어간다. 그 지점에서 배신감을 느낀 것 같다. 그런 모습에서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고, ‘또 상처를 받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Q. 모미는 자존감이 낮은 인물이다.
▶이한별: “굉장히 이중적인 면모가 있다고 느꼈다. 삭제되었지만 성형을 한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었다. 수술 견적을 받는 장면. 자존감이 낮은 면도 있지만 그 안에서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산다. 상처가 있으면서도 BJ를 하며 꿈을 놓지 않는다. 주눅이 들어 밤이면 마스크 쓰고 BJ를 하는 것이 아니라 꿋꿋하게 이겨나가는 사람에게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그러다가 사건에 휘말리는 어쩔 수 없는 인물이라 안쓰럽게 느껴진다.”
Q. 다른 사람이 자존감을 낮게 만드는 것이 안쓰럽다.
▶이한별: “그런 상황에 휘말리는 게 이해할 수 없었다. 모미에게 그런 일이 계속되는데 마지막까지 끈을 잡으려고 한다. 그런 사람을 계속 좌절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안쓰러웠다. 마지막에 모미가 제대로 본 적도 없는 자식 때문에 움직인다. 그 때 모미는 자기의 감정을 이해했을까. 인간이기에 내 안에 품고 있었던, 내 자식이기에 움직이는 감정들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뚜렷한 추억도, 기억도, 생각도 없다. 자기를 계속 붙잡고 싶어 하는 모미의 행동을 이해하고 싶었다.”
Q. 엄마(문숙)는 왜 모미를 그렇게나 싫어했을까.
▶이한별: “엄마가 딸이 못 생겼다고 말을 하고 그 때문에 상처를 받는 장면이 있다. 그러면서 둘 사이의 틈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 같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기 엄마에게 듣는 비난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나를 잉태하고 낳아준 사람이 나를 부정하는 것 같은, 나의 모든 것을 사랑하지 않고 비난하는 것에 대해 배신감 같은 것. 그것은 서운함이라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한 번 벌어지기 시작한 모녀관계는 메꿀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못 생겼기 때문에 싫어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서로가 이해하지 못한 것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함께 있는 것이 괴로운 것이었다. 엄마도 그런 부분에서, 그렇게 행동하는 딸을 점점 이해할 수 없을 것이고 둘은 점점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것은 설명하기 어려운 것 같다. 엄마와는 묘한 애증의 감정이 있잖아요. 작은 일을 해도 크게 느껴지는. 아빠가 똑같이 해도 ‘엄마가 내게...’ 이런 마음. 그런 감정의 골이 커지지 않았을까. 엄마가 모미를 미워했다가 아니라, 그런 감정의 골이 쌓여서 서로의 인생을 가게 된 것 같다.“
Q. 첫 번째 김모미를 연기하는 것은 여러 면에서 부담스러웠을 것 같다.
▶이한별: ”처음에는 부담이 있었다. 이 역할을 하게 되면 계속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그래서 즐겁게만 받아들이지는 못했다. 최종적으로는 내가 안 될 수도 있으니까. 모든 경우를 생각해야 했다. 중요한 역할이니, 만약 내가 한다면 끝까지 잘 해내야지라고 생각했다. 현장에서의 경험이 즐거웠다.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뻤다. 최선을 다한 작품이다.“
Q. 성형수술을 한 뒤의 모미와 비교하여 ‘못 생긴 여자’라고 규정하고 시작되는 작품이다. 그 점에 대해서는.
▶이한별: ”원작 웹툰에 등장하는 모미와의 싱크로를 무시할 수는 없다. 첫 신이 복사기 앞에 서 있는 모미의 모습이었다. 감독님이 원작에서의 느낌을 살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화장과 분장을 거듭하다가 맨 얼굴에 광대가 도드라진 모습을 만들어냈다. 굴곡이 강조되게 했던 것 같다. 조명이 들어간 메이크업이 괜찮았다. 다들 ‘느낌이 난다’며 좋아했다. 그 뒤로는 즐기면서 메이크업을 하고 찍은 것 같다.“
Q. 극중에서는 ‘모미’가 남자들의 노리개감으로 나온다. 이에 대한 생각은.
▶이한별: ”그런 부분을 내포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어떤 계몽을 위해, 의도를 가진 작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누군가에 영향을 미쳐 인생이 뒤바뀔 수도 있는 사건이라고 생각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고, 어떤 남성을 대표한다기보다는 우리가 겪고 있는 이런 사건들로 우리의 인생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감정적인 문제라고 생각했다.“
Q.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어떤 것이었는지.
▶이한별: ”BJ할 때가 힘들었다. 마스크 쓰고, 모니터에서 나를 보여주는 것은 처음이었다. 스태프들도 어려운 작업이었다. 드라마의 상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 마스크 디자인에서부터 모든 것을 신경써야했다. 의상, 방송이 이뤄지는 방, 소품까지. 의상을 여러 번 갈아 입어야 했다. 각 파트에서 열심히 해주셨다. 품이 많이 들었던 장면이다.“
Q. 본인이 나오는 장면을 어떻게 보았는지.
▶이한별: ”3부는 재밌게 봤다. 내가 나오는 1,2부는 보면서 다르게 연기해볼 걸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시사회 때 한 번 더 봤는데 그 때는 스토리에 집중해서 봤다. 1,2부 자체가 웹툰 느낌이 많이 나는 편집과 화면 전환이 많아서 신선했다. 두 번째 볼 때는 재밌게 봤다. 감독님이 현장에서 ‘너의 모습을 많이 보여줘라.’고 했다. 일상적인 모습을 투영시켰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보여준 것 같다. 솔직하게 연기했다는 생각이 든다.“
Q. 주변의 평가는 어떤가.
▶이한별: “친구들은 좋게 보았다. 내가 연기하는 것을 처음 보니까. 놀라는 친구들이 많다. 내가 나오는 것이 신기하다는 것이다. 부모님은 시사회에서 봤는데 별다른 말씀은 없었다. 다음날 ‘고생했겠다’고 문자 남겨주셨다.”
Q. 넷플릭스로 글로벌하게 공개되었다. SNS에서 인기를 체감하는지?
▶이한별: “SNS를 안 하다가 최근에 다시 본다. 달라진 것을 모르겠다. 다른 나라 말로 쓰인 댓글이 많아 번역해서 본다.” (최근 한 조사에서 이정재, 고윤정에 이어 3위로 나온 조사가 있다) “드라마가 화제가 되어 그런 것 같다. 아직까지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밖에 나가지도 않고, 인기라는 게 와 닿지도 않는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 2023년 8월 빅데이터분석*)
Q. 취미생활은 있는가.
▶이한별: “책 보고,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발레도 오래 했고.”
Q. 배우가 되려고 한 계기 같은 게 있는지.
▶이한별: “21살 때였나. 연극, 1인극을 봤었는데 그게 마음에 들어왔다. 작은 소극장이었는데 눈이 반짝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졸업 후에 집(구미)에 내려간 것은 연기를 할 준비를 했다. 집에서는 내가 연기를 하려고 하는 것을 잘 모른다. 아르바이트 해서 올라올 돈을 모았다. 저는 어린 모미처럼 어릴 때 무용을 배우기도 했고, 창작활동 같은데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나를 투영할 수 있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디자인학부를 갔다. 온전히 나를 이용해서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지금 이런 일을 하게 된 것 같다.”
Q.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지.
▶이한별: “해보고 싶은 것은 많다. 평소에는 장르물도 좋아하지만 잔잔한 독립영화 <소공녀>, <윤희에게> 이런 영화 좋아했다. 한 번쯤은 나의 색을 잘 보여주고, 감정선을 촘촘하게 쌓아가는 느린 호흡의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캐릭터적인 장르물도 해보고 싶다. 다양하게 해보고 싶다.”
Q. 정식 데뷔하기 전에 단편영화는 몇 편이나 출연했는지.
▶이한별: “4~5년 정도하면 배우로 10편 정도 참여했다. 단편영화는 보통 품앗이 개념으로 일한다. 단편작업을 하며 이쪽 일을 계속 하려고 했었다. 단편영화를 시작으로 영역을 넓혀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단편 하다가 장편 독립영화에 출연하는 것을 생각했는데 갑자기 큰 작품에 출연하게 된 것이다. 같이 일한 사람들이 소속사가 나를 찾아올 때가 제일 좋다는 이야기하더라. 다행스럽게도 이 영화 찍으면서 소속사가 생겼다.”
이한별과 함께 고현정, 안재홍, 염혜란, 나나 등이 출연한 넷플릭스 [마스크걸]은 지난 8월 18일, 전체 7부가 동시에 공개되었다. 이한별이 김모미로 출연하는 1,2부에서는 최다니엘, 김가희, 박정화 등이 회사동료로 출연한다.
[사진=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