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고의 인기웹툰 작가 강풀의 <무빙>이 디즈니플러스에서 20부작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항간에는 제작비가 500억 원 이상 소요되었다고 한다. 류승룡, 한효주, 조인성, 차태현, 류승범, 김성균, 김희원, 문성근, 이정하, 고윤정, 김도훈 등 출연진도 초호화 캐스팅이다. 강풀 작가는 직접 극본도 맡았다. 어제(30일) 12부, 13부가 공개되었다. 지금까지 이야기는 정원고 학생 장희수(고윤정), 김봉석(이정하), 이강훈(김도훈)은 자신들의 초능력을 깨닫기 시작했고, 숨어지내던 옛 초능력자들 진천(백현진), 봉평(최덕문), 나주(김국희)는 프랭크(류승범)의 일격을 받고, 안기부 블랙요원 장주원(류승룡), 이미현(한효주), 김두식(조인성)은 국정원 5차장 민용준(문성근)의 비밀스러운 임무를 수행하다가 각기 운명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황지희(곽선영)는 죽고, 구룡포(류성룡)는 꺼이꺼이 목놓아 운다.
Q. 원작자이면서 각본가이다. 이번이 첫 시나리오 작업이라는데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강풀 작가: “만화가로만 20년 이상을 살았다. 만화를 그릴 때 첫 화 들어가기 전에 항상 스토리를 다 써놓는다. 불안하니까. 스토리가 다 나오기 전에는 연재를 안 한다. 만화 스토리는 익숙하다. 만화는 나 하나 말아먹으면 되니까 편하다. 그런데 이번 작업은 내가 알아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제작진, 감독, 배우가 알아보는 것이 중요했다. 남들에게 내 뜻을 전하는 것이다. 극본 쓰는 법을 배워야했다. 나는 내 작품이 영화화 된 것조차 극본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극본을 다 보내달라고 해서 읽어보았다. 드라마와 영화를 만화와 비교하면 봤다. OTT도 여러 개 구독해서 연구했다. 다. 그러다가 어는 순간 포기했다. 제작진과 감독에 양해해 주셨다. 내가 쓰는 대로 쓰겠다. 그게 더 정확하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쓴 대본은 다른 드라마보다 길다. 회당 분량도 길고, 페이지 수도 많이 나온다. 한 회가 50페이지 넘어간 것도 있다. 대사보다 지문이 많을 때가 있다. 만화 콘티 쓴다고 생각해서 동작까지 설명했다. 제작진이 보기엔 낯선 극본일 텐데 내게 편의를 많이 봐줬다. 소박한 극본을 쓴 것 같다.”
Q. 처음부터 대본작업을 한 것인가.
▶강풀 작가: “처음엔 다른 분이 극본을 썼었다. 그 때는 12화 내지 16부를 기획했었다. 난 트리트먼트 작업에 참여했다. ‘이렇게 하면 좋겠다’로 이야기하다가 직접 하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일단 계약은 하지 말고, 내가 쓴 것을 보고 판단해 달라고 했다. 몇 달에 걸쳐 썼다. 대신 20화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이야기는 16화안에 다 들어갈 수 없다고 봤다. 인물들의 서사가 중요하다. 중간에 역순으로 가는 것도 고집했다. 그렇게 쓴 것이다. 내가 역제안한 셈이다.”
Q. 원작보다 낫다는 평에 대해서는?
▶강풀 작가: “요즘 내가 검색을 많이 한다. 만화할 때는 그런 것 안 했다. 책임감이 커지더라. 만화는 나 혼자 망하면 되지만 이건 아니다. 아침마다 핸드폰 옆에 두고 검색하게 되더라. 요즘 자주 듣는 말이 원작보다 낫다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 들으면 기분이 이상하다. 지금은 좋다. 여태는 들어본 적이 없기에. 내가 극본을 써서 들으니까. 그런데 원작도 너무 좋다.”
Q. 극본 작업에 자신이 있었는가.
▶강풀 작가: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이야기는 내가 가장 많이 고민한 것이다. 2015년에 나온 것이니 8년 된 작품이다. 발표하는 2년 동안 스토리를 잘 발전시켰다. 원작보다 풍성해진 것은 당연한 것이다.”
Q. 그럼 원작보다 뭐가 더 나은지 말해줄 수 있나.
▶강풀 작가: “대답하기 싫은데.(하하하) 일단은 비주얼이 다르다. 제 그림으로 어떻게 조인성을 그리겠는가. 만화와는 다른 게 있다. 만화는 중간에 여백이 많다. 그 여백을 독자들이 채워주는 것이다. 그런데 영화는 다 보여준다. 초반 작업할 때는 그것이 헷갈렸다. 엄청난 비주얼로, 감정선을 발화하고 연출하는 것은 만화에서는 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원작 작업할 때는 마감에 시달린다. 마감이 코앞에 있으면 포기해야하는 것이 많았다. 드라마 극본이다 보니 하고 싶은 것 다 할 수 있었다. 내가 쓰면 감독, 배우, 제작진이 그걸 구현해주는 것이다. 알아서 해 주겠지라는 무책임한 생각으로 글을 썼다. 어떤 순간 상상력의 리미트가 풀리더라. 11화에서 장주원(류승룡)이 100대 1로 싸운다고 했는데 만화로 그리려면 언제 다 그리느냐. 그런데 영화는 된다. 원작에서 캐릭터가 약간 납작하고 서사가 줄어들었던 부분이 풍성해진 면이 있다. 하지만 원작도 좋죠. 아직 원작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있다. 만화는 독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니 독자들이 채워주는 것이 있다. 만화 그릴 때 물리적으로, 시간적으로, 체력적으로 못한 것을 영상으로 다 표현할 수 있다는 게 기분 좋았다.”
Q. <무빙> 작업할 동안, 2년 동안 다른 작업을 하지 않았다는데.
▶강풀 작가: “그랬다. 이전부터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못한다. 만화를 그릴 때도 한 번에 한 편 작업한다. 남들처럼 이것저것 이른바 저글링을 못한다. 그렇게 할 여력도 없었다. 오직 여기에만 집중했다. 만화 그릴 때 경험한 것이다. 극본 쓸 때는 연재를 못하고 이것만 했다.”
Q. 만화에서 하고 싶었지만 못 했던 것, 영화에서 구현한 게 어떤 장면인지.
▶강풀 작가: “11화에서 장주원이 백대일로 싸우는 장면. 장주원은 길을 못 찾는 사람이다. 그래서 액션도 길에서 벌어지길 기대했다. 지희(곽선영)를 만나, 여관에서 나와 골목에서 싸우는 것인데 언제 내가 그 길과 사람들을 다 그리겠는가. 꼭 하고 싶었다. 그것 말고도 큰 액션 신이 후반부에 몰려있다. 원작에서 못 했던 것, 엄청난 액션 신이 나올 것이다.”
Q. ‘무협은 멜로’라는 대사에 대해.
▶강풀 작가: “제가 김용 작가 열성팬이었다. 지금도 그렇다. <무빙>을 쓸 때 ‘초능력의 외피를 가진 멜로’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멜로를 쓴다는 자세로<무빙>을 완성한 것이다. 커플도 많이 나오고, 다양한 사랑이야기가 나온다.” (극중에 김용의 무협지 설산비호, 영웅문, 소오강호 표지가 보인다. 영웅문은 고려원 버전이고..) “맞다. 그때는 고려원이었다. 지금은 김영사에서 나온다. 난 중원문화사에서 나온 것도 있다. 어릴 때 김용 작가 책을 해적판으로 접했다. 무협소설인줄 알았는데 보면 볼수록 이 사람들이 멜로가 너무 재밌었다. 실제로 그렇게 생각한다. 계속 회자되고 명작으로 남은 것은 멜로구나. 누구와 치고 박고 싸우지만, 그것이 다 가족을 지키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려고 하는 것이다. 초능력을 가진 멜로라고 생각한다.”
Q. 강풀 작가는 수많은 인기 웹툰을 내놓았다. 작품 중에서 <무빙>은 어느 정도 고생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지.
▶강풀 작가: “이런 자리에선 <무빙>이라고 말해야죠.. <26년>할 때 마음고생이 많았다. 가장 재밌었던 작품은 <무빙>이라고 생각한다. 그 만화를 그릴 때 몸은 망가지고, 힘들었지만 그 즐거움을 알고 있었다.”
Q. 원작자가 직접 대본을 썼다. <브릿지>나 다른 작품을 제작한다면 그것도 대본을 직접 맡을 것인가.
▶강풀 작가: “아직까지는 모르겠다. 만화가로 오래 살아서인지 만화가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었다. <무빙>쓰면서 이것도(시나리오작가) 내 직업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 차이가 있다. 만화계에선, 적어도 웹툰계에선 나는 오래된 사람이다. 불과 3년 전만 하더라도 만화가의 영역에 있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만화 쪽에서 못하는 것을 영화에서는 할 수 있더라. 나의 본령이 이야기꾼이라면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솔직히 <무빙> 시작할 때는 이것이 외도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내 일로 받아들여졌다. 9월 20일, <무빙> 최종회가 방송된다. 다음 계획은 그 이후에 정해질 것 같다. ‘무빙’에 대한 반응이 신나고, 다른 제안도 있지만 지금은 <무빙>에만 몰두하고 싶다. 여태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다. 두어 달 안식월 갖고 싶다. 뭔가 다른 것 하고 싶다. 글 쓰는 원칙이 있는데 무조건 하루 4페이지를 하는 것이었다. 일단 이것 끝내놓고, 아무 것도 안하고 쉬어보고 싶다.”
Q. 'IP'로 본다면 엄청난 캐릭터와 이야기 거리를 갖고 있다. 크게 보면 마블의 스탠 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강풀 작가: “캐릭터를 제가 만들고 썼으니까 아직까지 갈 길이 먼데, 굳이 그 길을 가야할까라는 생각은 있다. 지금은 내가 봐서 재밌는 이야기를 쓰는 것이 목표이다. 거대한 세계관을 이야기하기에는... 점점 나이가 들면서 얼마나 이 일을 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은 있다. 아직까지는 빤짝빤짝한 것 같지만 잘 모르겠다. 커다란 목표를 가지면 지치는 것 같더라. 그냥 느슨하게, 당장 뭘 할지를 고민하지는 않는다.”
Q. 배우들 캐스팅에는 얼마나 관여를 했는지.
▶강풀 작가: “성인 배우들의 경우 관여라고 하기 보다는 같이 상의를 많이 했다. 이정하, 고윤정, 김도훈의 경우는 감독에게 일임했었다. 윤정씨 인터뷰에서 한말이 맞긴 한데.. 오디션을 크게 진행했는데 많은 배우들이 왔었다. 성인배우는 내가 알 것 같은데.. 학생을 연기하는 젊은 배우들은 잘 몰랐다. 현장에서 오디션을 볼 때 감독님이 판단했다. 최종적으로 고윤정 오디션 영상 보고, 같이 식사하는데 목소리가 차분하더라. 나 이배우 좋다 고 이야기한 ㄴ것이다. 이정하, 김도훈 배우도 그렇게 이야기했었다. 어떤 배우도 누구 한 사람의 결정으로 된 것이 없다.”
Q. 프랭크 역의 류승범 배우 캐스팅에 적극적이었다는데.
▶강풀 작가: “다른 배우는 생각하지 못했다. 애정이 가는 캐릭터이다. 이방인이다. 해외입양아여서 영어를 하고 한국말을 이상하게 하는 설정이다. 낯설게 보여야 했다. 하이틴멜로로 보이는 초반진행의 텐션을 위해 프랑크가 필요하다. 내가 <무빙>,<브릿지>,<히든> 순으로 그리려고 했는데 그 작품에 나오는 캐릭터에서 가져온 인물이다. 무시무시한 인물로 신의 한수라고 말을 하는데 한효주 등 다른 배우들이 밸런스를 맞춰줘서 균형이 잘 맞은 것 같다. 류승범의 존재를 나선형으로 생각했다. 주변을 점점 돌면서 다가오는 느낌을 주려했다. 주변의 나머지 배우들이 잘 쌓아줬다. 하이틴멜로지만 위협이 다가온다는 느낌을 잘 만들어주었다.”
Q. 박인제 감독의 연출에서 감탄한 부분이 있다면.
▶강풀 작가: “장주원의 길거리 격투신. 그리고 희수의 1:17 싸움장면. 처음 대본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비오는 날 싸운다. 빗물에 상처가 씻겨 내려가는 장면이었는데 진흙탕 싸움으로 바뀌었다. 살수차 동원이 안 되어 현장에서 바뀐 것인데 강렬했다. 액션이.”
Q. 특별히 애정이 가는 캐릭터가 있다면.
▶강풀 작가: “기능적으로 쓰이는 캐릭터가 있어야할 것이다. 작가는 캐릭터 하나하나에 다 애정을 쏟는다. 그것이 문제일 수도 있다. 하나하나 다 보여주고 있으니. 독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포기를 못하겠더라. 캐릭터에 다 애정을 갖고 있다 보니까. 에피소들 하나를 통틀어 할애하기도 했다. 대신 죄송한 캐릭터이다. 다른 캐릭터는 다들 전사나 서사가 있다. 과거사가 있다. 그런데 문성근 배우가 맡은 민용준 차장에게는 그런 게 없다. 내가 문성근 배우의 캐스팅을 고집했다. 서사도 없이 그 사람이 얼마나 나쁜 사람인지 보여주는 사람이 필요했다. 문성근 배우가 물어보더라. ‘여기 욕이 너무 과한 데 괜찮겠냐’고. 보통 사람이 지위가 올라가면 체면을 생각해서 거친 언사를 사용하지 않는데 민차장 캐릭터는 그런 것 개의치 않는 사람이라고 말해주었다. <초록물고기>를 볼 때 배태곤 역할. 나이트클럽에서 모습을 보고 진짜 무서웠다. 그 이미지를 기억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은 레이어를 쌓아서 인물을 보여준다면 저 사람은 현장에서 별다른 서사 없이도, 개연성 없이도 인물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했다. 문성근은 가능했다.”
Q. 차태현 배우의 경우는?
▶강풀 작가: “‘번개맨’ 캐릭터는 애정을 가지고 만들었다. 부모와 자식세대 이야기인데 중간에 다른 ‘낀’ 세대를 넣고 싶었다. 초능력을 가지고 소시민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인물을 보여준다. 전계도는 모든 사람과의 관계가 서먹서먹하다. 아버지와의 관계도 그렇다. 손에서 정전기가 발생해서 항상 장갑을 끼고 다닌다. 그래서 누구와도 관계를 맺을 수 없는 그런 캐릭터이다. 한때는 ‘번개맨’이라는 영광도 가지고 있었지만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인물은 차태현 아니면 안 된다고 내가 제안했다. 그래야 개연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프랭크(류승범)는 왜 전계도를 죽이지 않았을까. 아마 프랭크는 전계도를 보며 자기 모습을 떠올렸을 것 같다. 자기도 그렇게 자랐는데 이 사람은 자기와 다르게 부모의 죽음에 분노하니까. 프랭크의 마음이 무너지는 것이다. 전계도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후반부에 있다. 초능력자들 중에 ‘번개맨’ 역할이 가장 어려운 역할이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가장 보잘 것 없는 능력이다. 차태현 배우가 처음에 ‘난 무슨 초능력이냐?’고 물었을 때 ‘미안하다. 정전기다’고 했었다.”
Q. 부모 세대가 자식세대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상황을 그리고 싶었던 것인가.
▶강풀 작가: “원작을 본 사람은 알겠지만 분단의 상황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후반부에 가면 원작에서 더 나가고 싶은 것이 있다. 분단의 상황으로 우리와 그 뒤를 잇는 세대들이 고통 받는 것을 끊어내고 싶다. 스포일러이지만 원작보다 약간 다른 결말로 끝냈다.”
Q. 프랭크의 등장은 미국이 개입하는 스토리인가?
▶강풀 작가: “미국이 개입하는 이야기는 4년 째 연재하지 않고 있는 <히든>에 나올 이야기이다. 프랭크는 <히든>에 등장시킬 인물이었는데 가져온 것이다. 나는 스케일을 넓히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오히려 더 깊게 파는 것에 관심이 있다. 이 이야기는 20화인데 지난한 이야기이다. 깊게 파려면 일단 넓게 파야한다. 인물에 집중했다. 미국에서 온 인물이 중요한 것이었다.”
Q. 작품을 만들 때 메시지는 얼마나 생각하는지.
▶강풀 작가: “내가 작품에 목적을 가지고 만든 것은 <26년>이 유일하다. 518을 알리고 싶었다. 나머지는 오로지 재미였다. 만화 볼 때만큼은 다른 생각이 안 날 정도로 재밌는 작품을 만드는 게 목표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착한 사람이 이기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권선징악, 정의는 승리한다. 착한사람이 좋은 거지. 이런 걸 고리타분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현실이 그러하니. 하지만 저는 그런 이야기가 좋더라. 내가 보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내가 첫 번째 독자이니까.”
Q. 착한 사람이 이긴다고 믿는가?
▶강풀 작가: “사실은 너무 각박하죠. 그래도 난 성선설(性善說)을 믿는다. 아닐 수도 있지만 믿고 싶다. 사람들이 선한다는 것은 위험에 처하면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유모차가 굴려오면 누군가 달려가서 잡는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목사셨다. 성경에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말이 있다. 저는 아직까지 그것을 믿는다. 작가는 오래 했지만 시나리오는 처음이다. 그래서 저의 작품세계를 규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의미를 담는 것까지는 아직 못 간 것 같다. 하지만 마음가짐은 착한 사람이다.”
Q. <타이밍>이 미드 <히어로즈> 표절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타이밍>이 먼저 발표되었는데 말이다. 창작자로서의 생각은.
▶강풀 작가: “정말이지 <타이밍>이 먼저 나왔다. 난 <히어로즈>를 몰랐다. 연재하고 나서 표절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제 작품이 먼저 나왔기에 관심 끊었다. 표절 논란까지는 아니어도 작가는 비슷한, 어떤 서사가 있는지가 중요하다. 소재는 누구나 찾을 수 있으니.”
Q. 디즈니플러스와 작업하면 ‘자본의 힘’을 체감한 것 같다.
▶강풀 작가: “했죠. 이게 되는구나. <무빙>의 제작비가 얼만지 모른다. 현장에 자주 놀려갔었다. 드라마작가는 현장에 안 간다고 하는데 난 많이 갔다. 가서는 ‘오늘 밥차, 메뉴 뭐죠?”하면서 신났다. 나는 대본에 한 줄 써놓았는데 현장의 규모는 놀랄 정도였다. 그래서 현장에 가면 죄책감도 많이 느끼게 된다. 자본의 규모를 이야기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본만이 아니라더라. 만화는 소수의 작업이다. 어시스트를 세 명까지 데리고 작업했었다. 그런데, 여기선 한 줄 대사에 백여 명의 스태프가 움직이더라. 그게 이상하게 감동적이었다. 나의 마음가짐이 자세가 달라지기도 했다. 잘 써야겠더라.“
Q. 작품에 이른바 이스트에그 있다는데 몇 군데가 있는지?
▶강풀 작가: “몇 개 있다. 서너 군데. 가르쳐 줄 순 없다. 원작을 본 사람은 ’우와~‘할 것이다. 여기까지만!”
Q. 배우들과 작업하면서 의논한 것이 있는지.
▶강풀 작가: ‘아, 가장 컸던 것은 조인성 배우가 ’죽을 것 같았어요‘라고 하는 말. 원래는 ’사랑해요‘였다. 전체적 맥락을 봤을 때 항상 농담하던 인물이 하는 말인데, 조인성씨의 해석이 맞을 것 같았다. 그리고 13화에서 류승룡의 엔딩 신. 아침에 전화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더라. 저는 글을 쓸 때의 제 감정을 이야기해줬다. 류승범 배우도 프랭크의 의도가 뭔지 물어보더라. 그런 식으로 작가에게 전화가 가끔 온다. 글 쓴 사람의 의도가 궁금해서. 감정이 명확하지 않을 때 물어보는 것이다. ’나는 그런 생각으로 썼는데, 현장에서 맞춰봐라. 그럴 경우 감독님 뜻에 따르라‘고 이야기한다.“
Q. ’19금‘이라는 수위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제작진과 논의된 것인지.
▶강풀 작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야기이다. 장주원의 엄청난 신체재생능력을 보여주려면 어느 정도 부상인지 보여줘야 했다. 그리고 여기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이 잘 싸우고, 애쓰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대사를 쓸 때도 이것은 15세 이하로는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영상으로 만들면 훨씬 세니까. 그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연령층에 맞춰 표현하는 것을 찾는 것보다는 할 수 있는 것 다하는 게 낫다고 보았다.”
“극본을 쓸 때 내가 혼자 힘으로 안 되는 것을 좋은 배우, 좋은 감독, 좋은 제작자 만나면 내 생각보다 더 좋은 이야기가 구현되더라. 마지막 화 나가면 쉬면서 다음 일에 대해 생각해 볼 것 같다. 2년 전에는 만화가로 돌아가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는데 나의 본령이 이야기꾼이라면 어떤 것도 상관이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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